※사바나 초원처럼 탁 트인 2030 놀이터.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헤드헌터가 당신에게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경쟁사로 이직하라고 권합니다. 제품 정보까지 가져오면 연봉을 더 많이 주겠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헤드헌터와 통화한다고 생각하고 말씀해주세요.”
흡사 심리테스트 같은 이 질문은 한 제약회사의 인공지능(AI) 역량검사(이하 AI 면접)에서 나온 것이다. 채용시험 지원자는 개인용 컴퓨터(PC) 앞에서 실제 상황인 것처럼 1분 동안 ‘연기’를 해야 한다. 지난해 공기업에 입사한 박준희(26)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AI는 박씨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당신은 업무가 남아 있는 걸 잊고 휴가를 떠났습니다. 팀원 중 누구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하고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 박씨는 “컴퓨터 앞에서 연기하려니 어색해 혼났다”며 “미리 연습을 좀 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AI 면접에서는 면접관 대신 인공지능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한다. 지원자는 컴퓨터에 달린 웹캠과 마이크를 이용해 약 1시간 동안 AI의 질문에 답하고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어디서든 면접을 볼 수 있다.
병원 취업을 위해 AI 면접을 치른 경험이 있는 이나은(23·E대 간호학과 4학년) 씨는 “보통 자기소개, 지원 동기, 자신의 장단점 같은 공통 질문에 1분 정도를 할애한 뒤 기존 인적성 검사와 비슷한 ‘성향 파악’에 답변해야 한다”며 “중간에 함정 질문도 있어 지원자는 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고 전했다.
‘상황 대처’ 관련 질문은 지원자를 진땀나게 만들기도 한다. “최종 면접까지 갔는데 내정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신은 어떤 자세로 면접에 임할 것인가” 같은 난감한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간혹 게임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공으로 탑 쌓기, 공 무게 추정하기, 도형 위치 파악하기 등 10여 종의 게임이 직무별로 출제된다.
AI 면접의 장점 중 하나는 지원자가 편안한 환경에서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면 면접에서 심하게 긴장하는 사람에겐 유리할 수 있다. 답변 전 생각할 시간을 주거나 다시 대답할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박준희 씨는 “대면 면접 때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도 AI 앞에서는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용시장에서 AI 면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AI 면접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는 1시간에 10만 원 하는 ‘일대일 AI면접 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모의면접 영상을 녹화해 보내면 피드백을 해주는 방식이다. 컨설팅 비용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컨설팅 업체 이커리어는 AI 면접 컨설팅 비용으로 2회에 63만 원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첫 컨설팅에서는 컨설턴트와 함께 답변을 구성하고, 두 번째 수업은 모의면접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AI 면접에 대한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AI의 판단 기준이 되는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AI 면접을 도입한 공기업 13곳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기업들은 ‘업체 비밀’이라거나 ‘용역회사에 모두 맡겼다’는 이유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지난해 10월 일부 공기업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공기업의 AI 면접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은 사례를 찾아내기도 했다.
앞서 미국 아마존은 2018년 5년째 개발해온 AI 채용 시스템을 폐기했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AI가 남성 지원자가 다수였던 과거 이력서 데이터를 학습하는 바람에 지원자 중 여대 출신 2명에게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AI 면접 시스템에도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인사 전문가들은 “정부와 공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도 AI 활용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등이 만들어놓은 ‘AI 관련 국제규범’에는 공정성, 책무성, 투명성, 설명 가능성 등이 필수로 명시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활성화하면서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주)마이다스아이티 홈페이지 캡처]
흡사 심리테스트 같은 이 질문은 한 제약회사의 인공지능(AI) 역량검사(이하 AI 면접)에서 나온 것이다. 채용시험 지원자는 개인용 컴퓨터(PC) 앞에서 실제 상황인 것처럼 1분 동안 ‘연기’를 해야 한다. 지난해 공기업에 입사한 박준희(26)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AI는 박씨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당신은 업무가 남아 있는 걸 잊고 휴가를 떠났습니다. 팀원 중 누구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하고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 박씨는 “컴퓨터 앞에서 연기하려니 어색해 혼났다”며 “미리 연습을 좀 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AI 면접에서는 면접관 대신 인공지능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한다. 지원자는 컴퓨터에 달린 웹캠과 마이크를 이용해 약 1시간 동안 AI의 질문에 답하고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어디서든 면접을 볼 수 있다.
병원 취업을 위해 AI 면접을 치른 경험이 있는 이나은(23·E대 간호학과 4학년) 씨는 “보통 자기소개, 지원 동기, 자신의 장단점 같은 공통 질문에 1분 정도를 할애한 뒤 기존 인적성 검사와 비슷한 ‘성향 파악’에 답변해야 한다”며 “중간에 함정 질문도 있어 지원자는 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고 전했다.
‘상황 대처’ 관련 질문은 지원자를 진땀나게 만들기도 한다. “최종 면접까지 갔는데 내정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신은 어떤 자세로 면접에 임할 것인가” 같은 난감한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간혹 게임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공으로 탑 쌓기, 공 무게 추정하기, 도형 위치 파악하기 등 10여 종의 게임이 직무별로 출제된다.
“AI 면접 알고리즘 공개하라” 목소리 커져
지난해만 해도 현대모비스, LG전자, CJ그룹, 현대카드 등 450여 개 기업이 AI 면접을 활용했다. AI 면접 시스템을 개발한 ㈜마이다스아이티가 2017년 자사 직원 채용 때 처음 도입한 데 이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채용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AI 면접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업 20여 곳도 AI 면접을 도입했다. 최근 공무원 채용에도 AI 면접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잡 매칭 플랫폼 잡플렉스가 지난해 12월 취업준비생 13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AI 역량검사 또는 AI 면접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82%였다. 5명 중 4명이 AI 면접을 경험한 것이다.AI 면접의 장점 중 하나는 지원자가 편안한 환경에서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면 면접에서 심하게 긴장하는 사람에겐 유리할 수 있다. 답변 전 생각할 시간을 주거나 다시 대답할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박준희 씨는 “대면 면접 때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도 AI 앞에서는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용시장에서 AI 면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AI 면접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는 1시간에 10만 원 하는 ‘일대일 AI면접 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모의면접 영상을 녹화해 보내면 피드백을 해주는 방식이다. 컨설팅 비용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컨설팅 업체 이커리어는 AI 면접 컨설팅 비용으로 2회에 63만 원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첫 컨설팅에서는 컨설턴트와 함께 답변을 구성하고, 두 번째 수업은 모의면접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개인 정보 침해 사례 속출
한편 AI 면접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반복 연습하면 고득점이 가능하다’ ‘시험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 ‘게임 점수가 높아야 좋다’ 등 항간에 떠도는 AI 면접 관련 루머도 상당하다. 이에 ㈜마이다스아이티 측은 최근 ‘카더라 논란 종결’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을 올려 “기업과 직무에 따라 AI 면접 결과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또한 “AI 면접은 점수보다 지원자의 성향이 기업 인재상과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렇기에 똑같은 문답을 주고받아도 어떤 기업에서는 합격하고, 어떤 기업에서는 불합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러한 설명에도 AI 면접에 대한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AI의 판단 기준이 되는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AI 면접을 도입한 공기업 13곳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기업들은 ‘업체 비밀’이라거나 ‘용역회사에 모두 맡겼다’는 이유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지난해 10월 일부 공기업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공기업의 AI 면접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은 사례를 찾아내기도 했다.
앞서 미국 아마존은 2018년 5년째 개발해온 AI 채용 시스템을 폐기했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AI가 남성 지원자가 다수였던 과거 이력서 데이터를 학습하는 바람에 지원자 중 여대 출신 2명에게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AI 면접 시스템에도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인사 전문가들은 “정부와 공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도 AI 활용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등이 만들어놓은 ‘AI 관련 국제규범’에는 공정성, 책무성, 투명성, 설명 가능성 등이 필수로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