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 전경. 서울 재개발 공급의 핵심 입지는 뉴타운 사업지다. [동아DB]
하지만 말 그대로 단순히 공급량만 늘리는 정책이라면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장은 ‘도시 안’ 공급을 희망하고 있다. 일자리, 교통, 교육, 상권 등 기존 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에 신규 공급을 원한다는 얘기다. 결국 재건축·재개발이 1순위 희망 공급이고, 리모델링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도 나쁘지 않는 대안이다.
서울 재개발 공급의 핵심 입지는 뉴타운 사업지다. 뉴타운은 ‘강남이 아닌 지역에 강남을 만드는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뉴타운 현황도(지도 참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흔히 강남이라고 표현하는 서초구와 강남구를 제외한 서울 대부분 지역에 뉴타운이 지정돼 있다.
뉴타운은 2002년 시범 뉴타운을 시작으로 2003년 2차 뉴타운, 2005년 3차 뉴타운까지 지정된 후 2021년 현재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오지 않았더라면 더 빨리 공급이 이뤄졌겠지만, 시범 뉴타운 중 몇몇 구역만 먼저 진행됐을 뿐 나머지는 여러 복잡한 문제로 2013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재추진이 시작됐다.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포기 의사 밝힌 이유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오랜 기간 맘고생만 하다 결국 손절매한 뉴타운 조합원이 참 많았다. 그 기간은 뉴타운 구역 소유 세대에게는 큰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재개발은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어려운 요소가 존재한다. 재개발 구역이라고 해서 사업이 100%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개발 진행 시 가장 어려운 점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끝까지 의견 일치가 되지 않을 경우 사업은 결국 중단되거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은 향후 서울에서 가장 매력적인 상품일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으로 공급 가능한 새 아파트 양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재건축 규제로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잠재수요층이 재개발에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대장으로 꼽히는 한남3구역의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선정된 이후 재개발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뉴타운과 재개발이 부동산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과연 이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현재 수도권에서는 신규 택지개발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기반시설 등이 갖춰지려면 신도시 입주가 완료된 시점부터 10년 정도가 추가적으로 소요된다. 결국 3기 신도시의 경우 아무리 빨라도 15년가량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그 시한까지 도심 내 재개발이 가장 핫한 주택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서울이라고 무조건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순 없다. 서울이라는 허상만 품고 있는 지역도 꽤 많다. 재개발이 모두 추진되는 것처럼 보여도 683개 현장 중 365개가 해제됐을 정도로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것이 재개발이다. 재개발이 해제된 이유는 대부분 지역 내 조합원들이 이해관계의 실마리를 찾지 끝내 못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뉴타운 제도는 반드시 필요했다.
뉴타운은 새집 공급 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여러 종류의 기반시설을 지원해준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예산 문제로 시범 뉴타운 이후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일부 사업성 있는 지역들 내에서 개별 재개발이라는 민간 추진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향후에도 재개발은 2가지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사업성이 높은 곳은 민간 주도로, 사업성 없는 곳은 해제되거나 공공재개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에 대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먼저 민간 주도 사업지는 통상적으로 시세가 높다. 자금 여력이 되는 세대는 진도가 잘 나가는 구역 중에서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현재 중인 뉴타운 지역이 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제안하면서 해제된 뉴타운 지역들에도 약간의 희망이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묻지 마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정부 지원이 어떤 내용인지, 과연 제대로 추진될 만한 조건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근 공공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포기 의사를 밝힌 ‘흑석2구역’ 사례가 대표적이다. 흑석2구역은 용적률 450%, 최대 40층, 분양가 3.3㎡당 3200만 원 등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적용하면 큰 메리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매수 부담된다면 경기도도 좋아
서울 재개발 뉴타운 현황도. [사진 제공 · 김학렬]
압도적 시세를 자랑하는 곳은 단연 ‘한남뉴타운’이다. 한남뉴타운을 기준으로 재개발 구역의 가격대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인근에 위치한 흑석뉴타운, 노량진뉴타운, 북아현뉴타운 등을 들 수 있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거리가 먼 방화뉴타운, 신림뉴타운, 상계뉴타운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시세가 상대적으로 낮다.
서울 뉴타운 매수가 부담된다면 경기도 권역의 뉴타운으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단,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직장이 서울일 경우 광명뉴타운이나 고양시 능곡뉴타운도 대안처가 될 수 있다. 재개발 호재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자리, 교통, 입지 프리미엄이 그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입지에는 이 3가지 호재가 모두 존재한다.
아울러 뉴타운이 해제된 지역 중에서도 최근 공공재개발 혹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늘고 있다. 도심에 새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뉴타운 지역들을 검토해보길 제안한다. 특히 뉴타운 지역 내 최초 분양 구역들에 주목하자. 아직은 시세가 높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