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전 행장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신 전 부회장을 위해 법률 사무를 제공하고 198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민 전 행장이 SDJ코퍼레이션(SDJ)과 자문 계약을 맺은 후 신 전 부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형사·행정 사건 계획 수립, 변호사 선정 등 각종 소송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봤다.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손을 잡았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동아DB, 뉴스1]](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92/df/36/6792df360149d2738276.jpg)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손을 잡았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동아DB, 뉴스1]
민 전 행장, 민사소송 제기로 불법 행위 알려져
이 같은 내용은 민 전 행장이 2018년 1월 신 전 부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자문 계약을 해지했다며 이미 받은 자문료와 성공 보수 198억 원에 더해 남은 계약 14개월치 미지급 자문료 108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1심은 “SDJ가 75억 원을 지급하라”며 민 전 행장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에선 신 전 부회장이 두 사람 간 계약(프로젝트 L) 내용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무효라 주장했고, 2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1심 판결이 뒤집혔다. 이후 대법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민 전 행장의 행위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해 자문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최종 판결했다.
검찰 수사는 2019년 6월 롯데그룹 노조가 이 판결을 근거로 민 전 행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민 전 행장의 자문 내역에 ‘롯데그룹의 면세점 재승인 탈락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민 전 행장이 노동자의 삶의 터전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22년 민 전 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보완 수사를 거쳐 같은 해 8월 그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을 핵심 증인으로 지목했다. 민 전 행장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민사재판에서 특정한 사람이 바로 신 전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을 법정에 출석하게 하고자 해외 사법공조까지 받으며 1년여 동안 노력했지만 증인으로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본인의 경영 복귀를 위해 외부인과 결탁해 불법 계약을 맺고 부친이 일군 롯데그룹에 해악을 끼쳤다고 증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한국에 기반이 없던 신 전 부회장은 본인을 돕고 있던 숙부 신선호 씨를 통해 민 전 행장을 소개받고 2015년 9월 ‘프로젝트 L’이라는 명칭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그룹 수사 유도 △국적 논란 조장 등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프로젝트 L에 담긴 내용 그대로 고통을 겪었다. 2016년 6월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목전에 뒀던 호텔롯데 상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취득했어야 할 특허권이 관세청 점수 조작 영향으로 다른 기업에 넘어간 사실도 드러났다. 또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 부자간 일본어 대화 녹취 등이 공개되면서 당시 사회적으로 국적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호텔 상장 무산, 면세점 특허 취득 실패 현실로
신 전 부회장 측이 2016년 6월 롯데그룹 검찰 수사를 앞두고 검찰에 롯데그룹 회계장부를 제공한 것은 물론, 내사 단계에 직접 출석해 협조한 상황도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재판 법정에서 공개됐다. 당시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은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한 회계장부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을 통해 내부 자료를 확보한 상태였다.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협조한 인물은 민 전 행장이 운영하던 경영자문사 나무코프 소속 직원으로, 검찰에 다녀온 후 내부 상황과 내사 단계 흐름을 보고서로 작성해 신 전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 전 행장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롯데그룹에 약점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취득하고자 전 직원 여러 명을 매수하기도 했다. 그 내막은 2023년 8월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재판 법정에서 롯데 전 직원 2명과 접촉해 내부 정보를 캐내라고 사주한 계약서가 공개되며 밝혀졌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추가 자문료 지급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과거 매수했던 롯데 전 직원 중 한 명으로부터 10억 원 규모 계약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민 전 행장은 민간 금융인 출신으로 2008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장으로 발탁됐다. 2011년 산업은행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사모펀드운용사 티스톤파트너스, 경영자문사 나무코프를 이끌었다.
![](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92/df/7a/6792df7a1e57d2738276.jpg)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팔란티어, 엔비디아 바통 넘겨받아 AI 시장 선도주로 급부상
“금값은 한 번 오르면 10년간 올라… 이번 사이클은 2019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