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S&P500보다 코스피·코스닥 수익률이 높을 겁니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고,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도 폐지됐습니다. 여기에 고환율 상황의 환차익까지 고려하면 올해는 국내 주식으로 돈을 벌 기회입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의 2025년 한국 증시 전망이다. 지난해 말 국내 증시는 혹한기를 맞았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국내 시장은 12·3 비상계엄 등 혼란으로 얼어붙었다. 코스피는 2360 선까지 후퇴했고, 코스닥은 650 선을 내주며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 등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2300 선마저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1월 22일 코스피는 장 마감 기준 2547.06으로 지난해 11월 8일 이후 두 달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한화자산운용, 인피니티투자자문 등을 거쳐 2021년 체슬리투자자문을 설립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코스피 3000 돌파를 예측해 ‘동학개미의 스승’으로 불렸으며, 책 ‘투자의 본질’ 등을 썼다. 박 대표는 “지난해 국내 증시가 어렵기는 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에게 반도체, 조선, 이차전지 등 한국 증시를 떠받치는 산업 분석과 올해 주가 전망을 들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홍태식]](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93/17/e9/679317e910bfd2738276.jpg)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홍태식]
“트럼프, 칩스법 폐지 못 할 것”
코스피 상승 어디까지 예상하나.
“코스피에서 가장 큰 섹터는 반도체다. 결국 삼성전자 기술력 회복이 관건이다. 지난해처럼 기술력 회복이 더디면 올해 코스피 상단은 2800~2900 선이라고 본다. 만약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회복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SK하이닉스와 양분했던 2016~2018년과 유사한 상황을 맞이한다면 코스피는 3100까지 오를 수도 있다.”
삼성전자 기술력 회복이 가능할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엔비디아는 현재 삼성전자가 납품하는 AMD의 10배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자료를 참고하면 6~9월쯤 그 시점이 올 거라고 본다. 이 전망대로라면 2~3분기에 상승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공언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 말대로 되길 바란다.”
반도체 시장 자체에 대한 전망은.
“1분기까지는 비수기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수요는 계속될 것이다. 이구환신(以舊換新: 옛것을 새것으로 바꾼다) 정책에 따라 중국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늘고 있다. 현 소비 동향을 보면 올해 3억 대, 잘하면 4억 대까지 팔릴 전망이다. 이는 2016~2017년 수준에 버금가는 양이다. 또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가 가속화하고 있다.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출시도 시작되면서 반도체 수요는 계속될 것 같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전 칩스법(반도체 및 과학법) 축소·폐지를 거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정적 이슈로 보인다.
“칩스법 수혜를 보는 미국 주들은 공화당 텃밭이다. 기업에 주는 보조금을 없애기보다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할 거라고 본다. 또 미국은 우방국인 한국,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 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한국 반도체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한화엔진 등 조선주가 매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조선주 랠리는 계속될까.
“미국발(發) 호재는 두 가지다. 미국이 해군력 강화를 위해 30년간 1600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또 미국이 중국을 대체하는 공산품 생산 시장으로 인도와 동남아를 점찍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그 사례다. 수출을 위해 이들 국가가 처음엔 값싼 중국 선박을 샀지만 지난해 말 발의된 선박법(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이 통과되면 한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호재를 생각하면 지난해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실적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철강 가격이 떨어지면서 영업이익률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코스피가 2800~3100까지 상승한다면 조선이 이를 주도하는 섹터가 될 것이다.”
“조선·방산 랠리 이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돼도 방산주 랠리가 이어질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1960년대에도 방산에 대한 투자는 이어졌다. 또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새로운 모멘텀도 맞았다. 트럼프 정부가 유럽 국가에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체코, 폴란드 등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한국 방산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최근엔 공산권 국가인 베트남이 K9 자주포를 수입할 거라는 기사도 나왔다. 이런 예상치 못한 호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3년간은 모멘텀이 지속될 거라고 본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언제 사면 되나.
“미국 금융 역사를 보면 가장 약한 달은 9월, 그다음이 2월이다. 2월 조정장을 보면서 진입 시점을 노리는 게 좋을 수 있다. 특히 일본중앙은행(BOJ)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조정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차전지주는 2023년 8월 이후 우하향했다. 살아날 가능성이 있나.
“2023년 하반기부터 거품이 빠지는 시기를 거쳤다. 주식 차트를 국가별로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산업별 섹터는 대개 동일한 흐름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2023년 상반기에는 한국만 이차전지가 불장이었다. 쌓인 거품에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까지 겹치면서 성장에 대한 믿음이 깨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하면 대안은 K-배터리다. 그 영향으로 현재 이차전지 주가가 바닥 다지기 모양새를 띠고 있다. 특히 셀 메이커 기업은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고 생각한다. 이차전지 관련주에 고루 투자해 손해를 본 사람은 시가총액이 큰 기업 하나로 통일해 정리하는 시기를 가질 것을 권한다.”
삼양식품(식료), 클래시스(뷰티) 등 지난해 대체 불가능한 ‘K-온리’ 업종 주가가 급등했다.
“국내 주식은 안 된다는 비관 속에서도 삼양식품, 클래시스, 파마리서치 같은 그룹이 기록적인 수익률을 냈다. 강달러 상황에서 이런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거라고 본다. 존 템플턴,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소비재 산업을 좋아했던 점을 참고할 만하다.”
또 주목할 만한 K-온리 업종이 있나.
“엔터주다. 지난해 어닝쇼크로 하락했지만 K-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 경쟁력 하락이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는 슈퍼 선거의 해였고 2024 파리올림픽까지 열려 사람들의 눈과 귀가 다른 곳을 향했다. 올해는 다르리라 본다. 또 식품, 뷰티 산업과 마찬가지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아직까지 대체재가 없다.”
지난해 벌어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처럼 엔터주가 이슈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시각이 많은데.
“주식시장은 향후 10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반영한다. 한 그룹의 이탈이 10년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2016년 갤럭시 노트 7 폭발 사건으로 삼성전자가 엄청난 위기를 겪었지만 1년 뒤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하이브 역시 BTS가 군대에 가면 힘들어질 거라고 했지만 매출이 떨어지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보자.”
“원칙은 대중과 반대로”
“국장은 답이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고금리 상황에서 경기민감주가 많은 국내 시장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국장은 안 된다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고려아연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주주가치를 무시하는 경영을 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런 분위기는 강화될 것이다. 여기에 금리 완화 기조가 합쳐져 올해 한국 산업이 턴어라운드할 거라고 본다.”
올해 주식투자 시 가져야 할 태도가 있다면.
“항상 지켜야 할 원칙은 ‘대중과 거꾸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처럼 변동성 큰 자산은 대중의 쏠림에 따라 지나치게 저평가받기도, 고평가받기도 한다. 특히 시클리컬(cyclical·경기민감주) 업종이 많은 한국 시장은 더욱 그렇다. 2022년 말 세계경제가 앞으로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예상이 많이 나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S&P500이 20%가량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코스피가 1800까지 내려간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코스피 수익률은 18.7%였다. 비관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 낙관적으로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 한국 시장이 난도가 높은 건 맞다. 하지만 올해는 금투세도 사라지고,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다. 투자자 모두 지난해 겪은 손실을 만회하고 큰돈을 버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93/18/87/67931887199dd2738276.jpg)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SK하이닉스, 기관·개인 팔았다
이제는 이재명의 시간, 항소심 2개 재판 쟁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