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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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기소 뒤 출범’ 내란특검, 실효성 논란 

특검 중복 기소 불가능… 與 “더 수사할 사람도 없어” 野 “증거 보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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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입력2025-01-20 16: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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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 ‘윤석열 내란 특검법’ 시행을 두고 “과연 의미가 있나”라는 실효성 논란이 뜨겁다. 지금 상황이라면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내란 혐의에 대한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기소가 이뤄진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핵심인 내란 혐의에 대한 기소를 하면 특검은 같은 사안으로 윤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 ‘내란 특검’은 정작 내란 혐의 기소도 하지 못한 채 보강 수사와 공소 유지로 그 역할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과천=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과천=뉴스1]

    ‘재판 중 출범’ 예고된 특검

    2차 내란특검법은 1월 17일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법안 공포 시한인 2월 2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론지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기한에 맞춰 2월 초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구속 만료 기한까지 기소하지 않으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며 “공수처와 검찰이 윤 대통령의 관련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기한 만료 전에 구속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속 기한은 체포한 날부터 최장 20일이다. 윤 대통령이 1월 15일 체포돼 20일이 되는 날은 2월 3일이지만, 실제 구속 만기일은 이보다 늦은 2월 5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 적부심사를 청구했기 때문에 그 기간은 구속 기간에서 제외된다.



    이대로라면 최 권한대행이 설령 처리 시한(2월 2일) 내 특검법을 공포하더라도 특검 수사는 2월 말 이후에나 ‘뒷북 출발’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수사팀 구성, 사무실 마련 등 법에 규정된 준비 기간만 20일이다. 특검의 본격 수사는 윤 대통령이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특검 무용론’을 주장하며 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월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이 구속됐고 국방장관, 육군참모총장, 수방사령관, 경찰청장 등 모든 중요 인물이 줄줄이 구속됐다"며 “더 수사하고 체포할 사람이 없는데 특검으로 누굴 더 수사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 같은 특검 무용론에 대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특검이 부담스러워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논리”라며 “사건에 대해 공소 유지를 확실히 하고 증거를 보강하는 일이 중요해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2차 내란 특검법이 가결되고 있다.  [동아DB]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2차 내란 특검법이 가결되고 있다. [동아DB]

    강경파에 휘둘린 野 특검법

    야당은 1월 9일 특검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준 ‘2차 내란 특검법’을 발의했다. 애초 여야가 아닌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게 돼 있던 내란 특검법이 ‘야당 추천 특검’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3자 추천’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 안에선 강경파 목소리에 휘둘린 원내 지도부의 ‘과한 특검법’ 밀어붙이기가 특검 출범 지연의 한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12·3 내란 사태 엿새 만인 지난해 12월 9일 내란 특검법을 발의할 때 원내지도부는 특검 추천 주체를 ‘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 등 3명으로 명시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명백한 헌정파괴 행위인 만큼 누가 특검을 맡아도 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12월 10일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특검의 추천 주체가 갑자기 바뀌었다. 서영교, 이성윤 등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야당 추천’을 강하게 주장하면서다. 이 법안은 최 권한대행 부총리가 재의를 요구했고, 1월 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그렇지만 1월 9일 재발의한 두 번째 특검법에서도 외환(外患) 혐의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수사 대상에 추가한 부분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처럼 내란 특검 도입 문제가 한 달 넘게 공전하는 사이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장성 등 비상계엄 관련 중요 인사 대부분을 이미 구속 기소했다. 공수처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검찰·경찰 등에서 넘겨받아 1월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한 데 이어 19일 새벽 구속했다. 

    ‘野 조기 대선 전략’ 논란으로 번진 특검

    민주당이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고 있는 2차 내란 특검법의 수사 기간은 최장 100일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빠르면 3월초, 늦어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항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이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헌재가 3월 말 4월 초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다면 60일 이내인 5월 말 6월 초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주장하는 2차 내란 특검법이 시행되면 특검 수사는 2월 말부터 5월 말 6월 초까지 진행되게 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선 선거운동 기간과 겹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검찰과 공수처,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재탕·삼탕하며 석 달 이상 현 여권을 겨냥한 공세를 벌이려는 정략 특검”이라고 주장한다.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안에 수시로 수사에 관해 언론에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그대로 담긴 것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특검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 악화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이미 ‘민주당의 독주로 보수가 결집하고 중도는 이탈하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과한 욕심이 특검 도입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켰고, 여당에 빌미를 준 셈이 됐다”며 “이제 민주당의 특검 전략은 조기 대선 시간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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