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5일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창조의 기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성운 안에서 아기별들이 태어나고 있다(왼쪽). 1. 3색 태양: 세 가지 색으로 합성된 태양 사진. 2003년 11월25일 발표된 태양 사진 콘테스트 결과 1위를 차지했다. 2. 태양 표면에 나타난 거대한 폭발 현상. 3. 스피처가 찍은 ‘코끼리 코 성운(IC1396)’의 모습.
2003년 12월18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적외선으로 촬영한 놀라운 우주 사진을 처음 공개했다. 무게만 950kg에 달하는 스피처 우주망원경은 8월25일 우주로 발사된 것으로 NASA가 추진해온 거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가장 널리 알려진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 찬드라 우주망원경이 X선, 콤프턴 우주망원경이 감마선으로 우주를 관측해온 반면, 스피처 우주망원경은 적외선 영역을 담당한다. 빛의 다양한 파장대를 통해 우주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NASA의 노력은 스피처 망원경을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구현된 셈이다.
고도 560km가 넘는 우주공간에 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은 일반인에게 가장 친숙한 우주망원경이다.
이 가운데 특이하게도 코끼리 코를 닮은 별 무리가 있다. 천문학자들이 붙인 별명은 ‘코끼리 코 성운(星雲)’. 지구에서 2450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이 성운 사진에서는 예전에는 가스와 먼지에 둘러싸여 관측이 불가능했던 태아 상태의 별이 여럿 보인다. 적외선이 두꺼운 ‘자궁벽’을 뚫고 들어가 ‘태아 별’의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NASA 우주과학 분야 연합행정관인 에드 와일러 박사는 “새로운 우주망원경 스피처가 허블, 콤프턴, 찬드라처럼 곧 중요한 발견을 할 것”이라며 “처음 공개된 이번 사진이 증명하듯 스피처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놀라운 우주의 모습을 관측해 우리를 흥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망원경에 붙여진 ‘스피처’라는 이름에는 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20세기 가장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미국의 라이먼 스피처(Lyman Spizer) 박사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스피처 박사는 미국 예일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인 1946년, 지상에서 우주를 관측할 때 생기는 대기층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거대한 망원경을 우주공간에 띄우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한 과학자다. 우주망원경에 그 이름을 붙일 법한 21세기 천문학의 아버지인 셈이다.
2003년 8월27일, 6만년 만에 지구로 다가온 붉은 행성 화성.
11.6t이나 되는 망원경을 지구에서 560km가 넘는 고도에 띄운 이유 역시 지구에서 천체를 관측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대기 때문. 허블망원경은 별빛을 흡수하는 지구의 대기를 피해 우주로 간 것이다. 마치 잠수한 채 바깥쪽을 쳐다보면 뿌옇게 보이다가 물 밖으로 나오면 모든 사물이 또렷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동안 허블망원경은 태양계, 별 탄생, 블랙홀, 은하 형성, 거대규모 폭발, 우주팽창 등의 분야에서 놀라운 발견을 해냈다. 태양 근처에서 장렬하게 부서지는 혜성을 관측했고, 10억년 전에 폭발한 거대한 별을 포착했으며, 우주가 어렸을 때 존재했던 젊은 은하 무리의 놀라운 모습을 엿보았다.
2003년 12월18일 NASA가 공개한 적외선 우주사진들로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처가 찍었다. 먼지가 많은 은하, 별 주변의 원반형 물질, 태아 별들을 품고 있는 성간구름, 혜성(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오는 우주 사진들 중 대부분은 허블망원경으로 찍은 것이다. 태양 같은 항성이 마지막 단계에서 모래시계처럼 사라지는 모습, 아기별들이 태어나고 있는 시커먼 구름기둥, 2003년 8월27일 6만년 만에 지구로 성큼 다가온 붉은 행성 화성 등. 특히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을 향해 10일 동안 필름을 노출시켜 1500개의 은하를 찍어낸 일명 ‘허블 딥필드(Hubble Deep Field)’라는 사진은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일반인에게는 우주망원경 가운데 허블망원경이 가장 친숙하다. 2003년 12월5일에는 허블망원경에 ‘제2 광시야 행성카메라’가 실린 지 10주년을 축하하는 허블 사진 콘테스트 결과가 발표됐다.
이 카메라는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50원짜리 동전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졌는데, 1993년 12월에 우주왕복선 엔데버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유영을 하면서 망원경에 장착한 것이다. 이후 허블망원경은 이 카메라 덕분에 10년 동안 멋진 천체 사진들을 지구로 보내왔다.
NASA 인터넷사이트(www.jpl. nasa.gov/flash/wfpc2)에서 진행된 이번 콘테스트 결과, 영예의 1위는 ‘독수리 성운’의 일부를 찍어 1995년 11월에 공개한 사진에 돌아갔다. 사진의 주인공은 괴물 같은 거대한 기둥을 닮은 성간구름이다. 우주의 가스와 먼지가 빚어낸 시커먼 대형 기둥 안에서는 아기별들이 무리 지어 태어나고 있어 ‘창조의 기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허블 사진 콘테스트에 앞서 인터넷(sohowww.nascom.nasa.gov)에서는 태양 우주망원경(SOHO)이 찍은 태양 사진 콘테스트도 열렸다.
SOHO는 태양의 신비를 벗기고 격렬한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우주망원경으로 죽을 고비를 세 번이나 넘기면서 계획보다 6년을 더 넘겨 거의 8년 동안 태양을 관측해왔다. 2003년 10월에는 태양에서 유례없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 와중에도 SOHO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 명이 10장의 사진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SOHO 태양 사진 콘테스트에는 총 2만4000여명의 네티즌이 참여했다. 2003년 11월25일 발표된 콘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1만1500여표를 얻은 3색 태양 사진이 1위를 차지했다. 지구의 크기와 비교된 거대한 태양 폭발 사진은 1만1200여표를 얻어 아깝게 2위를 기록했다.
갑신년의 첫 일출을 놓친 사람이라면 SOHO가 선사하는 또 다른 모습의 태양 사진을 보면서 새해 다짐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