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8

..

비서실 출신 총선 출마 전성시대

전·현직 대통령 입김 가장 든든한 후원 … 벌써 40여명 거론 일부는 맞대결 양상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4-01-08 10:3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비서실 출신 총선 출마 전성시대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2004년 1월1일 동교동 자택에서 출마 예상자들의 신년 인사를 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비서관과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경쟁력이 있을까. 객관적 ‘전력 비교’는 어렵지만 두 대통령비서실의 정치력을 비교할 대형 이벤트가 ‘4·15’총선에서 벌어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두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했던 전직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이 대거 출마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일단 수석·비서관급 이상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DJ 비서실 쪽이 당선자를 많이 낼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후원자로 버티고 있는 현정권 비서실 출신도 바람만 분다면 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1월1일 DJ의 서울 동교동 자택 옆 김대중도서관에는 모처럼 사람들로 붐볐다. 퇴임 후 처음으로 세배객을 맞은 이날 자택 개방은 정치권에서 DJ라는 인물이 가진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했다. DJ정권에서 장·차관을 지낸 인물 200여명과 민주당·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관계자 등을 포함해 모두 1500여명이 DJ에게 세배를 했다.

    민주당·열린우리당 공천 희망

    이날 세배 행렬에는 국민의 정부 대통령비서실에서 비서관과 행정관을 지낸 인사 70여명도 끼어 있었다. 이들은 5명씩 짝을 지어 세배를 올렸고 DJ는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들이 한창 세배를 할 때 신창현 전 대통령환경비서관이 DJ에게 “총선 출마자들을 위해 사진을 함께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DJ는 “사진을 찍으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 악수할 때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찍어라”라고 대답해 좌중이 잠시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세배를 마친 뒤 전직 비서관 대부분은 김홍일 의원을 따로 만나 새해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는 김의원에게 “선거에 도움이 될지 모르니 김 전 대통령의 휘호를 꼭 좀 받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 대통령비서실 근무를 간판 이력으로 내세워 총선 출마에 나선 이들로선 DJ야말로 가장 든든한 정치적 원군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DJ 대통령비서실 인사는 대략 22명. 박선숙 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 등 몇몇 인사가 아직 고민 중인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출마 희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비서실 출신 총선 출마 전성시대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 출신과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출신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는 출마 예상자들. 왼쪽부터 전남 순천에 출사표를 던진 조순용 전 정무수석(민주당)과 서갑원 전 정무1비서관(우리당), 경기 시흥에 나서는 황인철 전 비서관(민주당)과 백원우 전 행정관(우리당).

    DJ 대통령비서실 근무 경력을 앞세워 총선에 나설 사람이라면 민주당 공천을 희망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민주당뿐 아니라 우리당 공천으로도 적지 않은 수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중권 전 비서실장(서울 마포갑)과 박준영 전 공보(전남 장흥), 조순용 전 정무(전남 순천), 오홍근 전 공보(전북 전주 완산)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 인사들은 주로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를 노리고 있다. 반면 전병헌 전 국정상황실장(서울 동작갑), 노인수 전 사정비서관(광주 동구), 김기만 전 국내언론1비서관(전북 완주·임실) 등 비서관급 이하에서는 우리당 공천으로 나서려는 이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한 선거구에서 DJ 비서실 출신자들끼리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이태복 전 복지노동수석과 김한길 전 정책기획수석이 그들. 두 사람은 서울 구로을에서 각각 민주당과 우리당 후보로 나설 예정이어서 DJ 문하생 간 빅매치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DJ 비서실 출신이 두 당으로 나뉘어 출마하는 데 대해 DJ의 측근은 “그만큼 DJ가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끌어 모은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그는 “수석급 이상은 민주당 현역의원이 버티고 있는 호남이라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이들은 민주당 현역의원이 없는 수도권 지역구를 노리거나, 개인적 인연을 좇아 우리당에 입당해 출마를 노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DJ 비서실에 뒤질세라 노무현 정권 대통령비서실 인사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자천타천 출마가 거론되는 현 비서실 비서관·행정관 출신 인사만도 벌써 20명이 넘는다. 이미 임기가 끝난 DJ 정권의 비서관·행정관 출신이 총선에 나서는 것이야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지만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현정권 비서실에서 총선출마자가 20명에 육박하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노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청와대 측근들이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 청와대를 떠나는 것이 옳으냐. 청와대 근무를 출마를 위한 경력관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출마자들의 각오는 비상하다.

    서울 구로을 DJ 문화생 간 빅 매치(?)

    이미 출사표를 던진 현 비서실 출신 인사로는 이해성 전 홍보수석(부산 중·동), 문학진 전 정무1비서관(경기 하남), 박재호 전 정무2비서관(부산 남구), 서갑원 전 정무1비서관(전남 순천), 박범계 전 법무비서관(대전 서구), 김용석 전 인사비서관(인천 부평갑) 등 15명에 이른다. 사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출마가 확실시되는 문희상 비서실장(경기 의정부), 유인태 정무수석(충북 제천·단양)까지 포함할 경우 현 비서실 출신도 이번 총선에서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위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양대 정권 비서실 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다 보니, 두 정권 비서실 출신 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는 선거구도 있다. 전남 순천과 경기 시흥(분구 예정)이 바로 그곳.

    전남 순천에서는 민주당 경선에 나선 조순용 전 정무수석(52)과 우리당 경선에 나선 서갑원 전 정무1비서관(42)이 양 비서실을 대표하는 간판선수. 조 전 수석은 “현지 여론은 한마디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며 “DJ의 임기 마지막을 함께했다는 비서실 근무 경력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전 비서관은 “우리당의 인지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순천의 역대 의원 가운데 대통령 측근이라 할 사람이 없는데 내가 나서자 지역 어른들도 반기고 있다”며 “‘노무현 대 반(反)노무현’의 대표적 격전지에 나선 이상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조 전 수석이 당내 경선에서 상임중앙위원인 김경재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따낼 경우 그 자체가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두 사람의 정면충돌을 막기 위해 조 전 수석을 수도권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시흥에서는 DJ 비서실 출신의 민주당 황인철 전 통치사료비서관(42)과 노무현 비서실 출신의 우리당 백원우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38)이 맞서고 있다. 대전 출신인 황 전 비서관은 “민주당 전통 지지자와 충청권 유권자의 표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고 제정구 의원 비서관을 지냈으며 노대통령의 386측근으로 분류되는 백 전 행정관은 “돌아가신 제의원과 노대통령을 잇는 가교가 될 각오로 이곳에 출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비서실 출신 총선 출마 전성시대


    두 정권에서 비서실에 근무하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이색 경력자도 있다. 윤훈열 전 행사기획비서관(서울 영등포갑)은 DJ정권 때 행사기획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노무현 후보선대위에 합류한 뒤 행사기획비서관에 발탁됐던 인물. DJ 비서실 형제 행정관으로 있다가 이번 총선에는 각각 민주당과 우리당으로 나뉘어 출마를 준비 중인 최진 전 정책수석실 행정관(광주 북을)과 최성 전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경기 고양을)도 화제의 인물.

    대통령비서실 출신들이 이번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대통령비서실은 정치권 인재 수혈의 통로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비서실 출신들의 당락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아 이들이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는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때문인지 출마를 앞둔 전직 비서관들 사이에선 “설레기도 하지만 부담감도 크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