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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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남자 12명 속마음 발가벗기다

  • 입력2004-01-09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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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의 남자 12명 속마음 발가벗기다
    흔히 인터뷰 기사는 일면적이기 쉽다. 기자들이 하나의 제목을 뽑고, 단일한 주제를 전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인터뷰 대상자(interviewee)의 이면, 또는 진정한 전체를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우리 시대 자유인 12인의 초상을 그린 이나리 기자의 인터뷰 모음집 ‘열정과 결핍’(웅진닷컴 펴냄)은 인물들의 전체상을 오롯이 제시하여 눈길을 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인터뷰 대상자들의 성공에 대한 타오르는 열정과 약점 또는 콤플렉스까지 그대로 드러내어 성공한 사람들의 허상이 아닌, 솔직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해부’ 대상 인물들은 소설가 이윤기·황석영, 문학평론가 이어령, 금융인 박현주, 정치인 조순형, 논객 진중권, 배우 설경구, 가수 장사익·조영남·이장희·박진영, 만화가 박재동 등.

    “더 보태지 않아도 충분히 유명한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묻지 않은 것만 묻겠다는 각오로 그들의 미세한 균열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러자 의외로 솔직한 반응들을 보여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었던 듯합니다.”

    저자는 12명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냈다. 이들은 모두 ‘남성다움’에 대한 강한 지향을 갖고 있었다. 우선 근성과 주먹 같은 일차원적인 것들이 이들이 가진 열정의 바탕이었다. 황석영과 이윤기는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고난을 자청했으며, 박진영은 “내 자신감의 원천은 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20대 시절의 장사익은 장남 역할을 다하기 위해 소리꾼의 꿈을 접어야 했다.

    동시에 이들은 놀랍도록 여성적이었다. 드라마를 보다가 통속 소설을 읽다가 엔카 한 자락을 듣다가도 엉엉 소리 내어 우는 감상적이고 여성적인 특성들을 갖고 있었다. 감성적 직관에 의존한다는 점도 공통점이었다. 박현주는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컴퓨터 앞이 아닌 한강을 찾는데, 강물에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상 너머 본질’이 몸을 끌어당긴다고 했다.



    “이들 대부분이 사서 고생한 이들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 직관으로 판단하고 자기 욕망에 충실했습니다. 콤플렉스마저도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았지요. 몸은 여기 있어도 마음은 늘 산 너머 다른 무엇을 열망했습니다. 살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다짐이야말로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목숨 걸고 지켜온 삶의 가이드라인이었습니다.”

    이기자는 이들을 통해 새해 새 아침 자신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보려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결핍마저도 감싸 안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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