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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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경제 ‘고공 행진’ 다 이유 있다

과감한 개혁으로 성장 동력 확보 … 수출도 호조 올 3.7% 성장 장밋빛 전망

  • 호주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입력2004-01-08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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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경제 ‘고공 행진’ 다 이유 있다

    호주 멜버른 전경(왼쪽). 이곳의 건축 붐이 호주 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다.2000년 개최된 시드니 올림픽을 통해 호주인들은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시드니의 상징, 오페라 하우스(오른쪽).

    2003년 세계경제는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와 이라크 전쟁 등 여러 악재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의 경우 설상가상으로 사상 유례없는 가뭄과 산불, 사스로 인한 관광객 감소 등 대내적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호주 경제가 눈에 띄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1998년 이후 매년 4%의 꾸준한 경제성장을 지속해온 호주가 2003년만큼 경제적 악재를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건실한 경제 기반으로 이를 극복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0.25~5%로 올리는 등 호주는 이제 지나친 경제성장을 조절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6년 만에 처음으로 호주달러의 가치가 급상승 중이며, 여러 금융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최소한 올해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호주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호주달러의 하락세가 해외시장에서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호주의 경제성장을 가져온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호주의 대내·외적 경제환경의 변화’다.

    금리 인상 경제성장 조절 중

    먼저 호주의 ‘건축 붐’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과거 수십년간 지속된 다양한 이민 유치는 거대도시 시드니를 비롯해 멜버른 등 호주의 대도시에 건축 붐을 불러왔다. 이러한 건축 붐은 국내 경기를 살리며, 곳곳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88년과 89년의 부동산 열기가 증권에 투자된 돈이 부동산 투자로 몰리면서 일어난 투기현상이었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의 부동산 열기는 일자리 창출을 동반하는 건축 붐과 함께 경제성장을 이끌어 많은 경제전문가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물론 중소도시 부동산 가격의 지나친 상승을 경계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호주의 경제기관인 콤섹(Commsec)은 현재 부동산 가격이 74% 오른 애들레이드와 80% 오른 캔버라 등을 지적하며 부동산 가격의 지나친 상승이 거품 경제성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건설 붐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거품 성장을 불러온 위험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건설 붐이 실업 해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웨스트팩 글로벌’ 경제팀의 빌 에바스씨는 “과열된 호주의 건설 붐이 은행 이자율 상승으로 올해 2·4분기부터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건설업은 꾸준히 성장해 관련 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 점이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사실 지난해 12월의 실업률은 5.6%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2년 7월의 6.3%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건설업이 호주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다면, 과감한 개혁은 경제성장의 배경이 됐다. 호주는 지난 6년 동안 채무가 많은 국가의 공공자산을 매각해 민영화했다. 이로써 호주는 공공자산의 빚을 민간차원으로 돌렸으며, 매각 리스트에는 전기공사와 가스공사 등 국민과 일차적으로 연결된 많은 공기업들이 포함됐다.

    경제개혁이 성공한 또 다른 배경은 호주 정부가 통화와 재정정책을 적절한 시기에 조절하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을 제대로 수행해온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지금의 경제 호황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호주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시행해온 구조개혁을 통해 중앙집중식 임금교섭을 개별 기업단위로 바꾸었으며, 꾸준한 인력 감축으로 고용을 더욱 탄력적으로 만들었다. 대외적으로 외환위기가 오기 전 무역 장벽을 스스로 낮추어 시장을 과감히 개방하고 수입품목에 대한 규제를 줄여나간 점도 지금의 경제성장 배경이 됐다. 이는 최근 무디스의 평가로도 곧바로 나타났다. 무디스는 2003년 호주의 국가별 경제평가에서 Aaa라는 높은 점수를 주면서, 특히 과감한 시장개방과 투명한 경제구조를 높게 평가했다.

    호주 수출 물량의 3분의 1을 수입하는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호주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호주 경제성장 배경의 한 요인이 됐다. 호주의 경제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인데, 이곳의 대표 연구기관인 웨스트팩 글로벌은 앞으로 8개월 정도는 4.5%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 전망하였다.

    호주의 경제성장 지표 및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호주는 2004년 GDP(국내총생산) 3.7%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소득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인 캐나다(2.8%), 영국(2.7%), 일본(1.8%), 프랑스(1.6%), 독일(1.4%) 등과 비교할 때 대단히 높은 수치다.

    이처럼 호주는 1999년 이후 탄탄한 내수 시장을 통해 경기 호황세를 지속했고, 시드니 올림픽 특수를 관련 산업인 건축과 주택지 조성 등과 연관시켜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일거양득의 소득을 거뒀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된 은행의 낮은 이자율과 미 달러 대비 74센트에 이른 환율은 과거에 환율 하락을 통해 얻은 가격 경쟁력과 다르게 민간 소비를 확대해 공산품 수입이 대부분인 국내 소비를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국내 소비의 증가는 호주 경제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자동차 판매대수는 7만7119대로 판매율이 한 달 동안 0.1% 상승했다.

    이같이 호주의 경제성장의 배경에는 환율 상승, 실업률 감소, 낮은 이자율, 동아시아 경제 호황, 과감한 경제개혁, 국가경제에 대한 거시적 안목 등이 작용했다.

    호주는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 달리 적절한 시기에 경제개혁을 철저히 실현했으며, 적자를 기록하는 공기업을 과감히 개인에게 매각해 국가의 채무 비율을 낮춤으로써 국가재정을 건실하게 만드는 기초를 만들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비전을 적절한 시기에 제시했다는 점이 지금의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과거 IT(정보기술)산업이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도 호주는 IT산업의 후퇴를 예견하며, 관련산업에 무작정 접근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였다. 덕분에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 없이 IT관련 산업에 투자해 심한 몸살을 겪는 한국과 달리 호주는 그 여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호주의 지속적 호황을 함부로 장담할 수는 없다. 세계정세는 이라크 사태와 연관돼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며, 테러범들은 호주를 미국 다음의 공격 타깃 국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가파른 상승을 보이는 호주달러 가치의 상승은 역으로 호주의 주요 수출품인 농·축산물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벌써부터 국내 농·축산업자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호주의 경제성장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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