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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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활 노래냐 부실 늪이냐

연 5~7% 금리 매력 있는 투자처 각광 … 일각에선 카드 위기 후폭풍 우려 목소리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01-08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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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 부활 노래냐 부실 늪이냐

    2000년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한 신용금고. 불신의 대명사였던 저축은행이 고금리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36)는 5년에 걸쳐 마련한 종자돈 7000만원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이다. 은행에 넣어두어 봐야 코딱지만한 이자가 붙을 뿐이고, 이 돈으로 부동산 투자는 어림도 없다. 그동안 김씨는 투자처로 은행보다 금리가 조금 더 높은 제2금융권과 상호저축은행(이하 저축은행)을 저울질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제2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은 원금에 대한 위험(risk) 때문에, 저축은행은 부정적 이미지 탓에 뭔가 찜찜하다. 김씨는 결국 종자돈의 절반 가량을 저축은행에 넣어두기로 결정했지만 금융비리의 단골손님이던 저축은행의 과거가 아른거린다.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저축은행이 투자자들에게 매력 있는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외환위기와 김대중 정부 시절 각종 게이트의 여파로 만신창이가 된 저축은행이 불과 3년 만에 불신의 대상에서 고금리가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처로 대접받게 된 것이다. 수익률도 좋아졌다. 전국 115개 저축은행의 2002 회계연도(2002년 7월∼2003년 6월)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저축은행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축은행중앙회 이기헌 기획조사부장은 “2004년엔 수신·여신 모두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경기회복으로 자금수요가 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곳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실적 발표 후 양극화 현상 심화 예상

    그러나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의 상당수가 부실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의 2003 회계연도(2003년 7월~2004년 6월) 실적이 발표되면 저축은행발 금융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카드 사태가 가닥을 잡은 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이는 카드발 위기의 후폭풍이 저축은행에서 회오리칠 수 있다는 것. 금융계 한 유력인사는 “우량 저축은행과 부실 저축은행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6월 이후 일부 저축은행이 부실로 인해 정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면서 “고금리로 자금을 유치한 저축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주고 자신들도 수익을 거둘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저축은행에 대한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저축은행들이 거둔 실적을 보면 다소 의외다. 우량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수신과 여신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수신 대비 여신 비율도 90%대를 넘어서 외관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것. 토마토저축은행 박인섭 전략기획팀장은 “고무적인 건 과거 은행과 거래했던 준우량 고객들이 은행의 대출조건 등이 까다로워지면서 저축은행을 찾고 있다는 점”이라며 “체감경기가 살아날 하반기부터는 위기론보다 도약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2004년 저축은행 수신은 2003년 말 대비 11.1% 증가한 27조6000억원, 여신은 15.5% 증가한 2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신 측면에서만 보면 저축은행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상호저축은행 강남역 지점 주변에 고급 승용차가 즐비하게 늘어선 적이 있다. 연리 6.5%의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든 까닭이다. 한국상호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이름난 저축은행의 고금리 상품들은 요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이렇듯 상당수 저축은행의 수신이 느는 것은 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내림세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상호저축은행 김태동 경영지원본부장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예금 금리차가 지난해 2%포인트 이상 최고 3%포인트까지 벌어진 게 수신이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플러스저축은행 하장수 경영계획실장은 “부동산 대책이 나온 10월 이후로 수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면서 “5000만원까지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고 밝혔다.

    저금리 탓에 오갈 데를 잃은 시중자금의 일부가 저축은행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저축은행으로선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115개 저축은행 모두가 저금리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0월부터는 대부분의 저축은행에 수신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저축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중의 저축은행에 대한 관심은 가히 격세지감이라고 불릴 만하다. 2000년 거푸 터진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는 신용금고(현 저축은행) 업계를 고사 직전으로 몰아갔다. 언론은 저축은행 전체가 사금고인 양 보도했고, 더하여 이들의 돈 장난에 화들짝 놀란 고객들은 저축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돈이 하루 수십억원씩 인출된 저축은행이 즐비했고, 하루에만 100억원씩 돈이 빠져나간 곳도 있었다고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회고한다.

    저축은행은 IMF 직후의 벤처 열풍 시기를 연상케 하듯 코스닥업체가 손쉽게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벤처기업이 저축은행에 입질을 해대고 있다는 것. 한 저축은행 임원은 “코스닥기업들은 주로 부실이 적고 경영권 확보가 쉬운 저축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3년여 전과 비슷하다. 벤처기업들이 저축은행을 통해 금융자산을 관리하고 수신 기능을 이용해 저축은행을 자금조달 창구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부활 노래냐 부실 늪이냐

    대표적인 서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에 저금리로 인해 오갈 데 없는 시중 자금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신 측면에서 보면 저축은행의 부실은 가히 폭발 직전이라 부를 만하다. 저축은행들은 경기회복으로 인한 자금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으나 상당수 저축은행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그동안 쌓인 부실을 털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부실은 대부분 소액 신용대출에서 기인한다. 저축은행의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1개월 이상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소액대출 부문에서 40% 이상의 연체율을 갖고 있는 것이다. 2001년 저축은행들이 앞다퉈 시작한 소액 신용대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으나 신용카드사와 고객층이 라인업되면서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더하여 저축은행 르네상스론의 근거인 고금리로 끌어들인 자금 역시 부메랑이 돼 저축은행을 옥죄기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도 거세다. 고객들에게 이자를 주려면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투자처가 마땅치 않고, 소액 신용대출 부실로 발생한 충당금을 적립하기도 버거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프로젝트파이낸싱(부동산개발업자나 소유주가 건물 시공이나 증축 등 부동산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저축은행에서 조달해 이익을 내는 방식), 후순위담보대출(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들에게 2순위로 근저당을 설정하고 추가 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을 의욕적으로 늘려가고 있으나 부동산시장이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졌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기 위한 저축은행의 노력은 눈물겹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영역을 부동산 이외의 분야로 확대하고 부실채권 시장과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고안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소액 신용대출을 대신할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몇몇 저축은행이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소액 신용대출을 다시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는 우량 저축은행은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대다수 저축은행은 올 상반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은 르네상스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금융대란의 진앙이 될 것인가. 저축은행들은 위기이자 기회인 2004년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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