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서 과학의 대중화와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서점에는 일반인을 위한 과학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과학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또한 정부 관련 부서나 재단,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과학문화운동을 위한 여러 행사와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대중화만큼 우리 사회에서 절실하면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드물다. 우선 선진국에 비해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과학기술은 정부나 과학기술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과학 대중화’ 노력 되돌아볼 때
또한 그간 과학의 대중화를 표방했던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 기타 추진 주체들이 과연 얼마나 진지하고 실질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였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 국민의 과학화운동’을 제창했던 박정희 정권을 비롯해서 과학 입국과 과학 대중화운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정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허울 좋은 구호로 끝났을 뿐 실제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힘들고, ‘립 서비스’ 이상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역대 과학기술부 장관들 역시 취임할 때면 ‘과학 대중화의 원년’을 표방하면서 나름대로 의욕을 보여왔으나, 역시 ‘원년’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도 여전히 ‘원년’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급격히 심화되고,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이공계 대학원이 속출했다. 과학 기술인들의 사기 저하 및 고급 연구개발 인력의 이탈 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거의 ‘이공계 엑소더스’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과학기술계의 총체적인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의 대중화운동과 제반 과학문화사업들은 절박하고도 각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과학의 대중화운동을 이끄는 대표적인 단체라고 볼 수 있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최근 배포한 2002년도 ‘과학문화 확산사업’ 실적 자료를 보면 청소년들의 이공계 진출 촉진사업, 과학문화 창달을 위한 이벤트 사업,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활용한 과학홍보사업, 그 밖의 과학문화 국제교류 협력과 민간 과학문화단체 지원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업과 활동들을 벌여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공계 진학을 유도하기 위해 작년 8월에는 청소년 이공계 진로안내 엑스포를 처음으로 개최했고, 10명의 ‘닮고 싶은 과학기술인’을 발굴, 선정하여 역할 모델이 되도록 홍보한 바 있다. 또한 400여명의 ‘과학기술 홍보대사’를 위촉, 각급 학교에 파견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문화를 위한 여러 이벤트 사업 역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는데 예전부터 해오던 대한민국 과학축전 및 각종 과학강연회, 사이언스북스타트 운동 등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을 새로 설립한 바 있다. 과학문화재단은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최영환 현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로 예산과 전문인력을 크게 늘리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광범위한 사업으로 2002년을 과학문화사업의 원년으로 만들었다고 자평하는 과학문화재단은 금년에도 과학 콘텐츠 진흥센터 설립, 인터넷 과학신문과 과학전문 채널 설립 추진 등 여러 가지 굵직한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한 과학문화사업들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일부 사업들은 지나치게 이벤트 위주로 흘러 이미 수없이 반복되었던 겉치레 행사에 머물 가능성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도리어 과학기술인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있다.
물론 여러 사업들을 통해 청소년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과학기술을 홍보할 수 있다는 측면은 분명 긍정적으로 볼 수 있고 나름의 공적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이공계 기피현상의 근본적 원인들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과학기술 홍보대사에 의존해 학생들을 이공계로 끌어들이려는 데만 급급하다면 그 결말은 어떨까? 대학 혹은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에 그 학생들 중 상당수가 ‘사탕발림에 속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성인을 위한 과학문화’ 진작 시급
지난 2월에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세워진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 역시 본래 목적인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진작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명예의 전당은 최무선, 장영실과 같은 역사적 인물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에 큰 업적을 남긴 고인이나 현존인물까지 포함하여 14명을 첫 헌정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보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한창 연구에 몰두할 나이에 저임금과 비정규직에 허덕이는 젊은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상당수의 과학문화 관련 사업들이 청소년층에 집중돼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 아동 및 청소년들의 과학 수준이나 관심도가 선진국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통계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 역시 ‘용도폐기’되는 모양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베스트셀러 과학도서들 역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시장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과학의 대중화를 이루어 나가려면 바로 ‘성인을 위한 과학문화’의 진작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있다.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관료들과 사회 지도층부터 과학기술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된 과학기술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가 지도층에서, 특히 위로 갈수록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낮아진다는 사실은 이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아직도 과학기술을 몰라도 일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의 달인 4월을 맞이하여 올해도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수상이나 각종 기념행사와 이벤트 등이 줄을 이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인들이 들러리로 느껴지지 않고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진정한 주역으로 무대에 나섰다고 생각할 날은 과연 언제일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대중화만큼 우리 사회에서 절실하면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드물다. 우선 선진국에 비해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과학기술은 정부나 과학기술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과학 대중화’ 노력 되돌아볼 때
또한 그간 과학의 대중화를 표방했던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 기타 추진 주체들이 과연 얼마나 진지하고 실질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였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 국민의 과학화운동’을 제창했던 박정희 정권을 비롯해서 과학 입국과 과학 대중화운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정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허울 좋은 구호로 끝났을 뿐 실제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힘들고, ‘립 서비스’ 이상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역대 과학기술부 장관들 역시 취임할 때면 ‘과학 대중화의 원년’을 표방하면서 나름대로 의욕을 보여왔으나, 역시 ‘원년’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도 여전히 ‘원년’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급격히 심화되고,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이공계 대학원이 속출했다. 과학 기술인들의 사기 저하 및 고급 연구개발 인력의 이탈 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거의 ‘이공계 엑소더스’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과학기술계의 총체적인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의 대중화운동과 제반 과학문화사업들은 절박하고도 각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과학의 대중화운동을 이끄는 대표적인 단체라고 볼 수 있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최근 배포한 2002년도 ‘과학문화 확산사업’ 실적 자료를 보면 청소년들의 이공계 진출 촉진사업, 과학문화 창달을 위한 이벤트 사업,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활용한 과학홍보사업, 그 밖의 과학문화 국제교류 협력과 민간 과학문화단체 지원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업과 활동들을 벌여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공계 진학을 유도하기 위해 작년 8월에는 청소년 이공계 진로안내 엑스포를 처음으로 개최했고, 10명의 ‘닮고 싶은 과학기술인’을 발굴, 선정하여 역할 모델이 되도록 홍보한 바 있다. 또한 400여명의 ‘과학기술 홍보대사’를 위촉, 각급 학교에 파견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문화를 위한 여러 이벤트 사업 역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는데 예전부터 해오던 대한민국 과학축전 및 각종 과학강연회, 사이언스북스타트 운동 등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을 새로 설립한 바 있다. 과학문화재단은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최영환 현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로 예산과 전문인력을 크게 늘리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광범위한 사업으로 2002년을 과학문화사업의 원년으로 만들었다고 자평하는 과학문화재단은 금년에도 과학 콘텐츠 진흥센터 설립, 인터넷 과학신문과 과학전문 채널 설립 추진 등 여러 가지 굵직한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한 과학문화사업들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일부 사업들은 지나치게 이벤트 위주로 흘러 이미 수없이 반복되었던 겉치레 행사에 머물 가능성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도리어 과학기술인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선보인 과학을 소재로 한 인형극 ‘붕붕’(왼쪽)과 연극 ‘산소’.
‘성인을 위한 과학문화’ 진작 시급
지난 2월에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세워진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 역시 본래 목적인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진작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명예의 전당은 최무선, 장영실과 같은 역사적 인물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에 큰 업적을 남긴 고인이나 현존인물까지 포함하여 14명을 첫 헌정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보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한창 연구에 몰두할 나이에 저임금과 비정규직에 허덕이는 젊은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상당수의 과학문화 관련 사업들이 청소년층에 집중돼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 아동 및 청소년들의 과학 수준이나 관심도가 선진국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통계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 역시 ‘용도폐기’되는 모양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베스트셀러 과학도서들 역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시장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과학의 대중화를 이루어 나가려면 바로 ‘성인을 위한 과학문화’의 진작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있다.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관료들과 사회 지도층부터 과학기술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된 과학기술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가 지도층에서, 특히 위로 갈수록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낮아진다는 사실은 이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아직도 과학기술을 몰라도 일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의 달인 4월을 맞이하여 올해도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수상이나 각종 기념행사와 이벤트 등이 줄을 이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인들이 들러리로 느껴지지 않고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진정한 주역으로 무대에 나섰다고 생각할 날은 과연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