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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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온라인 뉴스 ‘블로그’를 아시나요

개인 주장·정보 올리면 네티즌 의견과 토론 … 게시판처럼 접근 쉽고 운영자 간섭도 없어

  • 명승은/ 지디넷코리아 기자 mse0130@korea.cnet.com

    입력2003-04-03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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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방향 온라인 뉴스 ‘블로그’를 아시나요
    최근 들어 다음, 네이버, 야후코리아 등 거대 포털이 언론 매체로서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자들을 영입해 독자적인 취재기사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터넷에 뿌리를 둔 인터넷 미디어도 기존 미디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종합 인터넷 매체가 있는가 하면 정보통신 뉴스를 제공하는 지디넷코리아, 증권가 소식을 제공하는 이데일리 등 전문 매체도 기존 미디어를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매체가 있는데도 여전히 네티즌은 목마르다. 스스로 뉴스를 만들려는 쌍방향성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이 네티즌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주목받는 것이 블로그(blog)다. 블로그는 ‘웹 로그(web log)’의 줄임말로 기본적으로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연상케 하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기 쓰듯 날짜별로 의견 기록

    블로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의 대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블로그 사이트마다 달력이 있는 것은 블로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어 나가는 일지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저 일기 쓰듯이 개인적인 의견을 기록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공유했던 것. 그러나 최근 그 개념이 확장되면서 블로그는 ‘1인 미디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그리고 각 개인 블로그들이 한데 묶이면 ‘링블로그’라는 거대한 블로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블로그가 기존의 언론 구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개인 홈페이지 같은 블로그 페이지에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기록하면 여기에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올리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것이 그림이든 자신의 일상생활이든, 또는 어디서 입수한 정보든 가리지 않는다. 실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 전면에 배치될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글이 올라올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수 있고 자기 의견을 정리할 수도 있다.



    답글을 올렸던 사람의 블로그로 바로 찾아가 쌍방향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은 블로그의 최대 장점이다. 상대방의 블로그를 찾아가 자신의 글을 올려놓고, 시간만 맞는다면 서로 채팅을 하며 토론할 수도 있으며, 상대방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 자신이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 사이트를 연결해놓을 수도 있고, 애독자를 파악해 관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주 방문하는 곳을 엮다 보면 블로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데 이것이 ‘링블로그’다.

    블로그는 회원 가입 자체가 블로그를 생성하는 절차이다 보니 만드는 시간이 짧고 방법도 쉽다. 블로그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나만의 블로그 페이지를 만들 수 있고, 문자나 사진, 동영상 등을 비교적 쉽게 올릴 수 있다. 예전에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HTML, 자바, 스크립트 등 그래픽 프로그램을 동원하며 복잡한 과정을 이해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처럼 손쉽게 접근하면서도 운영자나 서비스 업체의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블로그 혁명의 시작은 그야말로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가장 오래된 블로그 가운데 하나인 스크립팅 뉴스(www.scripting.com)의 운영자인 데이브 위너는 1996년 2월 당시 미국의 통신품위법(CDA) 제정에 반발해 생겨났던 ‘24시간 민주주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의 의견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웹 로그를 시작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다양한 웹 로그들이 시도됐으며 97년 11월에 존 바거가 로봇위즈덤(www.robotwisdom. com)이란 사이트를 만들면서 웹 로그를 줄여 블로그라 부르기 시작했다. 최근에 구글(www.google.com)이 인수한 파이라랩의 블로거(www.bloger.com)의 경우 지난 1월 기준으로 회원이 100만명에 달하는 등 블로그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 블로그의 역사는 상당히 짧다. 물론 블로그 자체가 그리 오래된 개념은 아니지만 국내 인터넷의 발전 속도와 비교하면 블로그의 도입이 상당히 뒤늦은 편이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자 국내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돼오다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의 상업용 블로그 사이트가 생겨났다. 국내의 대표적인 블로그 사이트로는 에이블클릭이 운영하는 ‘블로그’(www. blog.co.kr)와 ‘블로그인’(www. blogin.com)이 있다. 이외에 ‘뷰티넷 블로그’(blog.beautynet.co.kr), ‘퍼스널디비 블로그’(www.personaldb. net), ‘컴퓨터와 춤을’(www.dwc.net) 등이 있다. 이 밖에 최근 들어 블로그가 네티즌 사이에서 널리 알려지면서 블로그를 도입하는 곳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쌍방향 온라인 뉴스 ‘블로그’를 아시나요

    국내외 다양한 블로그 사이트.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어 대안언론으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내에 가장 먼저 문을 연 에이블클릭의 블로그는 미디어 기능을 추가한 점이 눈에 띈다. 블로그 메인 페이지에 회원들이 쓴 글 중 가장 조회수가 많고 최근에 올려진 글을 기준으로 마치 온라인 신문 지면처럼 구성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운영자가 편집에 관여하지 않고, 순전히 블로거들의 답글과 독자 평가에 의존해 반향이 있는 글을 전면에 배치한다. 이 때문에 정치 경제는 물론 육아, 요리, 컴퓨터, 국제 뉴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글이 올라와 있다. 또한 관심 있는 블로거의 글이 올라왔을 때 자동으로 알려준다거나 자기 글에 답글이 달렸을 때 이메일로 알려주는 등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국내 블로그 사이트처럼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종합 블로그 형태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이트는 일정한 주제를 갖고 만들어지기도 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전설로 여겨지는 로터스를 창업하고 ‘로터스 1-2-3’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미치 케이퍼는 블로거 덕을 톡톡히 봤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개발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블로그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수많은 네티즌의 의견이 기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소니, EA 등의 게임 개발사들도 특정 개발자들에게 테스트용 CD를 보내주는 기존 베타테스트 방식에서 블로그 사이트를 이용한 베타테스트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국내 게임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오픈 베타라는 형식으로 네티즌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블로그라고 할 수 있다. 업체들이 앞다퉈 블로그를 도입하는 이유는 블로거 사이의 ‘입소문’ 때문이기도 하다. 미리 제품을 경험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초기 채택자)가 블로그에 호평을 해놓는다면 그 블로그에 연결된 수많은 블로거들이 대상 제품에 흥미를 갖게 된다는 논리다.

    블로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참여하는 네티즌에 따라 제품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하고 치열한 토론의 장이 될 수도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기존 게시판이나 개인 홈페이지처럼 폐쇄성을 띨 수도 있고 각종 유언비어가 판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1인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는 블로그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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