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터뷰 기사를 읽다보면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한나래 펴냄)의 첫 주인공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의 인터뷰가 꼭 그렇다.
검찰 독립에 대한 단호한 입장이나 호남 배제설과 관련한 해명 등 법무부 장관다운 대화가 이어지다 이혼 문제에 이르자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그리 유쾌할 수 없는 사생활 부분은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대답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강장관의 ‘위장이혼설’이 돌고 있던 터라 그냥 넘어갈 대목도 아니다. 필자는 정공법을 택해 곧장 “전 남편으로부터 넘어온 부채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강장관은 의외로 담담하게 남편 회사의 부도와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이혼 당시 부채가 8억원 정도였으며 3억원을 갚고 5억원 정도 남았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이렇게 독자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한 뒤 필자는 “인터뷰한답시고 공연히 아픈 곳을 들쑤셔 울적하게 만들었다”며 다시 분위기를 바꿔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처럼 인터뷰어는 부담스러운 질문도 잘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재치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강사모(강금실을 사랑하는 모임)’ 사이트 이야기를 하며 슬쩍 강장관의 강점인 ‘미모’를 화제로 삼는 것 역시 밉지 않다.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에는 강금실, 고건, 고은, 박세리, 심대평, 임권택, 장상, 정대철, 조정래, 최경주, 최불암, 김혜자, 최인호 13명과의 대화가 실려 있다. 2001년 5월호부터 2003년 4월호까지 ‘신동아’에 연재했던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인터뷰 당시 고건 서울시장이 이제 국무총리가 됐고, 총리 인준 문제로 홍역을 치른 장상 교수와의 만남도 어언 6개월 전 이야기니 인터뷰 속에 녹아 있는 세월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했던 인터뷰는 프로골퍼 최경주 편이었다. 빠듯한 인터뷰 일정과 매끄럽지 않은 인터뷰 내용 때문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인지 직접 대화한 내용과 별도로 꾸며진 기자의 해설(약간 흐리게 인쇄한 부분) 속에서 언중유골을 찾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인터뷰,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인터뷰의 10단계(인터뷰 목적 설정, 대상 연구, 인터뷰 요청과 약속 잡기, 질문 작성, 만남, 질문, 편안한 관계 맺기, 폭탄질문, 마무리, 쓰기)는 반드시 기자가 아니더라도 인생살이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인터뷰는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과 마음을 열고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검찰 독립에 대한 단호한 입장이나 호남 배제설과 관련한 해명 등 법무부 장관다운 대화가 이어지다 이혼 문제에 이르자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그리 유쾌할 수 없는 사생활 부분은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대답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강장관의 ‘위장이혼설’이 돌고 있던 터라 그냥 넘어갈 대목도 아니다. 필자는 정공법을 택해 곧장 “전 남편으로부터 넘어온 부채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강장관은 의외로 담담하게 남편 회사의 부도와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이혼 당시 부채가 8억원 정도였으며 3억원을 갚고 5억원 정도 남았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이렇게 독자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한 뒤 필자는 “인터뷰한답시고 공연히 아픈 곳을 들쑤셔 울적하게 만들었다”며 다시 분위기를 바꿔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처럼 인터뷰어는 부담스러운 질문도 잘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재치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강사모(강금실을 사랑하는 모임)’ 사이트 이야기를 하며 슬쩍 강장관의 강점인 ‘미모’를 화제로 삼는 것 역시 밉지 않다.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에는 강금실, 고건, 고은, 박세리, 심대평, 임권택, 장상, 정대철, 조정래, 최경주, 최불암, 김혜자, 최인호 13명과의 대화가 실려 있다. 2001년 5월호부터 2003년 4월호까지 ‘신동아’에 연재했던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인터뷰 당시 고건 서울시장이 이제 국무총리가 됐고, 총리 인준 문제로 홍역을 치른 장상 교수와의 만남도 어언 6개월 전 이야기니 인터뷰 속에 녹아 있는 세월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했던 인터뷰는 프로골퍼 최경주 편이었다. 빠듯한 인터뷰 일정과 매끄럽지 않은 인터뷰 내용 때문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인지 직접 대화한 내용과 별도로 꾸며진 기자의 해설(약간 흐리게 인쇄한 부분) 속에서 언중유골을 찾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인터뷰,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인터뷰의 10단계(인터뷰 목적 설정, 대상 연구, 인터뷰 요청과 약속 잡기, 질문 작성, 만남, 질문, 편안한 관계 맺기, 폭탄질문, 마무리, 쓰기)는 반드시 기자가 아니더라도 인생살이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인터뷰는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과 마음을 열고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