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3월 11일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전국 선거를 총괄하느라 지역구를 비운 이 대표를 겨냥해 뼈 있는 말을 던진 것이다. 4·10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인천 계양을에서 창과 방패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원 전 장관이 공성에 나선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수성에 돌입했다. 여야 주요 대권 주자가 맞붙어 ‘명룡대전’으로 불리는 이번 선거는 민주당 표심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작전서운동’의 지역구 편입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오셨군요.”(원희룡 전 장관)
“무슨 말인지 잘….”(이재명 대표)
3월 3일 인천 계양구 박촌동성당 앞에서 이 대표와 원 전 장관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원 전 장관에게 이 대표가 다가와 악수를 건넸는데, 원 전 장관이 가시가 있는 인사를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날은 두 사람이 계양을 후보로 확정된 후 지역구에서 처음 만난 날이었다. 원 전 장관은 그간 이 대표가 지역구를 챙기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2월 18일 계양구축구협회 시무식에서 이 대표를 만났는데, 이날도 “계양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이재명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李, 계양에서 만나기 어려워”
실제로 이 대표는 선거를 총괄해야 해 전국을 순회하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달 초 종로구(3월 4일), 영등포구(5일), 양천구(6일) 등 서울 지역 지원 유세를 돌았고 이후로도 양평(7일), 충남(11일), 대전·세종·충북(14일) 등을 다녔다. 앞서 원 전 장관이 이 대표를 향해 “자리를 비운다”며 공개 비판한 날 이 대표는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 등 지역 출마자 지원 유세에 나선 상황이었다. 다만 이 대표 역시 낮에 지원 유세를 갔더라도 저녁에는 계양을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는 식으로 자신의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원 전 장관은 지역에 밀착해 계양을 공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인 이천수 씨와 함께 지역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인천 부평고 출신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등 지역과 연이 깊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원 전 장관의 후원회장을 맡아 적극 선거를 돕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이 씨와 함께 지역 초등학교와 시장, 종교 행사장 등을 다니며 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2월 15일 일찌감치 원 전 장관을 단수공천해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3월 2일 공천이 확정됐다.
당초 두 사람은 오차범위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3월 7일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04명에게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이재명 대표를 선택한 이가 45%로 원 전 장관(41%)을 오차범위에서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과거 선거 결과 살펴보니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6일 인천 계양을 선거구 조정 사실을 알리면서 선거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2020년 총선에서 계양을에 속했던 계산1·3동이 계양갑으로 들어갔고, 계양갑 작전서운동이 계양을로 편입된 것이다. 기존 계양갑 선거구 인구(13만5710명)가 인구 하한에 미달한 것이 조정 이유다. 이에 두 사람은 계양1동에 있던 선거사무소를 계산4동(이재명)과 계양2동(원희룡)으로 옮겼다. 당초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선거사무소는 1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계양을은 2000년대 진행된 8번의 총선 가운데 7번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만큼 이 대표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작전서운동의 계양을 편입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더 짙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실제로 역대 선거를 보면 작전서운동에서 민주당 강세가 나타났다. 다만 2022년 대선에서는 동별 표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그래프 참조).
전문가들은 최근 야권에서 벌어지는 선거 연대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너번스연구소 교수는 “젊은 세대나 중도층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가 관건”이라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연대가 이들 표심에 영향을 미쳐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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