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치가자미 쑥국. [문화재청 홈페이지 캡처]
흔히 도다리로 불리는 어종의 정식 명칭은 ‘문치가자미’다. 도다리라는 어종이 따로 있지만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로 칭하기 시작하면서 문치가자미에 이름이 밀렸다. 문치가자미의 제철은 놀랍게도 봄이 아닌 여름이다. 산란기(12~2월) 전인 여름에 살이 가장 실하고, 알을 낳은 뒤인 봄엔 살과 기름이 빠져 맛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남도, 특히 경남 통영 어부들은 봄에 문치가자미가 잡히면 회로 먹기 적당하지 않아 쑥을 넣고 국을 끓여 먹었다. ‘도다리 쑥국’의 시초인 것이다.
명칭은 틀려도 바로 이 ‘문치가자미 쑥국’이 봄철 별미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문치가자미에 봄철 향긋한 쑥이 더해진 쑥국은 환상적인 맛을 자랑한다. 3월이 되자 현지 맛을 보려고 일부러 통영을 찾는 사람도 속속 생기고 있다. 통영에선 늘어나는 문치가자미 쑥국 수요에 강도다리, 돌가자미 등으로 쑥국을 끓여 팔기도 한다. 두 생선은 문치가자미와 달리 대량 양식이 가능해 사시사철 맛 차이가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문치가자미 쑥국엔 “달아난 입맛을 되살린다”는 수식이 따라붙곤 한다. 그 정도로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통영 현지의 토속적인 맛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봄, 직접 요리라도 해서 꼭 맛보도록 하자.
레시피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선 가까운 수산시장에 가서 싱싱한 문치가자미(값이 부담스럽다면 강도다리나 돌가자미로 만들어도 좋다) 2~3마리를 구입한다. 집으로 돌아와 끓는 물에 멸치와 다시마, 문치가자미 머리를 넣고 푹 끓인 뒤 건더기를 건진다. 우린 육수에 토막 낸 문치가자미 몸통과 무, 대파, 다진 마늘을 넣어 끓이다가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마지막에 쑥을 한 움큼 넣어 한소끔 끓이면 쑥국 완성이다.
겨우내 쌓인 피로로 나른해지기 쉬운 봄, 문치가자미 쑥국 한 그릇이면 몸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