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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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요즘 꾸미는 ‘아날로그 감성’

[김상하의 이게 뭐Z?] 지갑이 되는 사탕 케이스, 진화하는 사물함, 선물용 아크릴백 유행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3-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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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알고리즘은 취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인스타그램 돋보기창에 들어가면 계정주가 관심 있어 할 만한 게시물이 떠 있고, 유튜브 뮤직은 사용자 취향에 맞을 만한 노래를 추천한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기술 발전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감성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도 바이닐(LP)을 사 모으고, 전자책 대신 무겁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종이책을 구매하는 이유다. 최근 Z세대가 자신의 아날로그적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 꾸미는 것들을 알아보자.

    # 사탕 먹고 감성 케이스도 챙기고

    민트 사탕 ‘알토이즈(ALTOIDS)’ 틴 케이스로 꾸민 ‘알토이즈 월렛’. [틱톡 @fullblueberry_ 계정 캡처, 틱톡 @ubu_q.lz 계정 캡처]

    민트 사탕 ‘알토이즈(ALTOIDS)’ 틴 케이스로 꾸민 ‘알토이즈 월렛’. [틱톡 @fullblueberry_ 계정 캡처, 틱톡 @ubu_q.lz 계정 캡처]

    편의점에 가면 틴 케이스에 담긴 민트 사탕 제품을 여럿 볼 수 있다. 알토이즈(ALTOIDS), 바클리즈(BARKLEYS) 등이 그 예다. 최근 이런 사탕 케이스로 작은 지갑이나 파우치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탕을 다 먹은 뒤 틴 케이스를 깨끗이 닦아 본인의 소지품을 담는 것이다. 케이스 디자인이 무척 예쁘다 보니 사탕을 다 먹고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게 되는 듯하다. 온라인상엔 이미 ‘알토이즈 월렛’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케이스 사진을 업로드해둔 Z세대가 많다.

    물론 틴 케이스 크기가 작아서 많은 물건을 넣을 순 없다. 그럼에도 Z세대는 립밤, 이어폰 등을 담아 알차게 활용하는 모습이다. 물건을 넣고 다니는 데 그치지 않고 케이스를 스티커, 사진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미기도 한다. 본인 취향이 드러나도록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붙이거나 ‘빨주노초파남보’ 여러 색깔 콘셉트로 케이스를 꾸미는 것이다. 알토이즈 월렛을 만들어본 사람은 “열 때마다 힐링된다”거나 “가방 속에 나만의 작은 휴식 공간을 갖고 다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 사물함 꾸미기에 진심인 K-학생들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굿즈 등을 활용한 ‘사꾸’(사물함 꾸미기). [틱톡 @romi__0701 계정 캡처]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굿즈 등을 활용한 ‘사꾸’(사물함 꾸미기). [틱톡 @romi__0701 계정 캡처]

    ‘사물함 꾸미기’(사꾸)가 진화하고 있다. 최근 학교 사물함이 하이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철제 사물함으로 바뀌면서 꾸밀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 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Z세대 학생들이 자신의 취향을 한껏 담아 꾸민 사물함이 자주 눈에 띄는데,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굿즈 등으로 사물함을 꾸민 경우 누가 사물함이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생일카페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오레오 같은 브랜드에선 이미 이런 K-학생들의 사꾸를 하나의 마케팅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레오로 사물함을 장식한 사진을 공식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등 꾸미기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다. 틱톡에선 자신의 사물함을 소개하는 ‘사물함 챌린지’도 유행 중이다. 연예인, 영화, 캐릭터 등 자신이 선호하는 대상으로 사물함을 꾸민 이가 자기 사물함을 열어 보여주면 나머지 사람들이 “와, 씹덕”이라고 외치며 다 같이 감탄을 표하는 게 그것이다. 공부, 시험뿐인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 이런 재미를 만들어나가는 게 훗날 K-학생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취향 한 번에 담은 선물 아크릴백

    뷰티 브랜드 록시땅이 자사 제품과 꽃으로 아크릴백을 꾸민 모습. [인스타그램 @eclore.flower 계정 캡처]

    뷰티 브랜드 록시땅이 자사 제품과 꽃으로 아크릴백을 꾸민 모습. [인스타그램 @eclore.flower 계정 캡처]

    아날로그적 취향과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이 중요해지면서 아크릴백이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크릴백은 말 그대로 투명 아크릴 가방에 취향인 물건을 담아 밖에서도 보이도록 커스텀하는 것인데 최근 브랜드 행사장, 방송 프로그램 종방연 등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크릴백을 꾸미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방 겉면에 글씨를 쓰거나 테이프를 붙여 글자 모양을 만들 수도 있고, 가방 안쪽에 사진, 엽서 등을 넣어 이미지가 보이게 할 수도 있다. 한 브랜드에선 아크릴백에 꽃을 넣어 브랜드 제품과 꽃이 어우러지도록 연출하기도 했다. 아크릴백은 꼭 브랜드 행사용이 아니어도 개인 간 선물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새로운 이벤트나 선물을 고민할 때 상대 취향을 아크릴백에 가득 담아 전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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