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바랜 사진 한 장에 추억이 숨을 쉰다.
- 유년의, 학창시절의, 군대시절의 소중한 추억이다.
- 기쁘고, 슬프고, 가슴 찡하고, 가슴 저미는 추억이다.
- 1995년 9월 ‘주간동아’의 전신인 ‘뉴스플러스’
- 창간호부터 연재를 시작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
- 11년. 그동안 수많은 고정물과 연재물이 생겼다가
- 사라졌지만 ‘그리운 얼굴’은 변함없이 독자와 만나고 있다.
- ‘주간동아’ 554호까지 실린 그리운 얼굴 사진은 총 548장. 그러나 독자들이 보내온 사진은 이보다 훨씬 많다.
- 548장의 사진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10편을 선정했다.
- 응모자의 주소는 응모 당시의 것이다. <편집자>
|
1996.4.11
1980년 10월 달성고교 2학년 때의 풍경. 팔씨름은 ‘미팅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었다. 여고생들과의 미팅을 주선했던 가운데, 신발을 든 친구야 누가 이겨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왼쪽에 있는 나와 맞붙어 힘을 쓰는 이해창의 심정은 매우 쓰라렸을 듯하다. 나에게 유달리 도시락 인심이 후하던 그였던 만큼 자신의 우정 어린 선행이 일시에 이적행위로 바뀐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석도연 대구시 동구 신천3동
1996.5.9
1969년 2월 어머니가 시집가던 날. 눈 덮인 오서산과 고향(충남 홍성군 장곡면 광성리), 그리고 부모님과 마을 사람들을 뒤로한 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동구 밖까지 뒤따라오며 “가서 잘 살아라” 한 마디씩 던지는 덕담이 걸음을 더 휘청이게 했을까. 배경이 된 마을 어른들의 웃는(?) 표정,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 그 마음속에 끈끈한 정이 느껴진다.
구은미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1998.2.26
1969년 양정고교 3학년 때. 그날은 그야말로 기습이었다. 선생님들이 수동식 이발기계를 들고 수업시간에 들어와서는 우리의 머리를 사정없이 밀어버렸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어찌나 웃었던지…. 앞줄 왼쪽부터 김대혁, 김길수, 나고 뒷줄 왼쪽부터 김성훈, 이성근, 황명성, 김만재, 김인국, 이윤범, 한상규다.
이관무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1996.10.24
1952년 4월 어느 날, 부엉이 한 마리가 우리 집 닭장을 습격하러 왔다가 붙잡혔다. 6·25전쟁으로 인해 벌거숭이가 됐던 고지산 기슭 남대천변에 그 부엉이와 스무 살 안팎의 마을 처녀 넷을 모아놓은 뒤, 아마추어 사진사이자 그녀들의 무풍초등학교 동창생이던 내가 사진을 찍었다. 처녀들의 이름은 왼쪽부터 김옥순, 박봉순, 유순님, 장경분이다.
이석하 전북 무주군 무풍면
1999.2.4
마을에 큰일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유치원 봄소풍 가는 날이다. 1965년경 강원도 화천군 화천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화천댐으로 봄소풍 가는 길에 시가행진을 벌였다. 앞에서 유치원 기를 들고 가는 어린이가 나고, 어머니들과 군악대가 뒤따랐다. 군인 가족이 많다 보니 유치원생 소풍에도 군부대가 도움을 주었던 모양이다.
노주용 경남 합천군 초계면
1997.3.20
1980년 어느 날. 우리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개구리를 잡으러 논에 나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사진관을 하던 최재범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나(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내 동생들, 그리고 동네(충남 당진군 고산면 고산리) 친구들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성연호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
2001.3.8
1961년 인천사범학교 가을운동회 사진. 나는 당시 2학년으로 연극반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해 운동회에서는 가장행렬에 참여했다.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의 복장 변천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나는 화랑 역을 맡았다. 두 번째 줄 오른쪽, 얼굴이 반쯤 가려진 사람이 바로 나다.
임세자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2001.12.6
1973년 8월 무더운 여름. 그늘에서 쉬어도 슬며시 땀이 흐를 정도로 더운 날씨에 남편(박화식·맨 오른쪽)과 친구들이 마을 뒷산에서 신나게 춤추고 있는 모습이다. 그 흔한 녹음기 하나 없는데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고 목청을 돋우며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정아 전남 완도군 완도읍
2002.10.10
1969년경 고교시절에 찍은 사진이다. 배경은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 있는 충남도 지정 유형문화재 ‘팔괘정’. 토요일이면 친구들과 집으로 가는 길에 팔괘정과 옥녀봉에 들러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즐겁게 놀곤 했는데, 사진 속 모습이 바로 그때의 장면이다. 각자 냄비나 사발에 라면을 퍼서 정신없이 먹는 모습이 재미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나다.
김영규 충남 논산시 부창동
2003.7.31
제63차 해군 간부후보생들이 훈련 도중에 찍은 사진이다. 1975년 6월 막바지 훈련 중에 진해 근처 천자봉이라는 산으로 구보 훈련을 나갔다. 천자봉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는데, 동기생 가운데 한 명이 포복절도할 개그를 하는 바람에 모두가 파안대소하고 있다. 앞줄에서 철모를 벗은 채 웃고 있는 한진수 구대장과 그 주위로 최창규, 손기익, 조성학 등 동기생들의 얼굴이 보인다
김영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5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