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갑상샘암 발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이유가 조기검진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세계 최초로 나왔다. 갑상샘암 발병률 증가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이번 발견의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연구를 주도한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사진)를 서울 성북구 인촌로 고려대 의대 본관에서 만났다. 김현정 충북대 의학연구정보센터 교수와 함께 연구한 이번 결과는 세계 최고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렸다.
갑상샘암 조기 발견해도 사망률은 그대로
국내에서 암 조기진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정부가 1999년 국가암검진사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 등의 검진을 소득에 따라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받고, 여기에 3만~5만 원을 추가하면 갑상샘 초음파 검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안 교수팀이 국립암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암 조기검진이 보편화한 99년부터 갑상샘암 발병률은 15배로 급격히 늘어났다(그래프1 참조). 문제는 조기검진을 받는 비율에 따라 그 지역의 갑상샘암 발병률이 다르다는 사실이 함께 확인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데이터를 분석하자 조기검진을 받는 사람이 많은 지역이 유독 갑상샘암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높은 조기검진 비율이 갑상샘암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것이 확인된 겁니다. 유전적 특성이나 생활환경이 유사한 한국인 사이에서 조기검진 비율에 따라 발병률이 함께 오르내리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분석 결과, 조기검진 비율이 22.63%로 가장 높은 전남은 인구 10만 명당 갑상샘암 발병률이 91.8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반대로 조기검진 비율이 낮은 강원(12.28%)은 발병률이 10만 명당 37.1명으로 가장 낮았다. 서울의 조기검진 비율은 12.93%에 발병률은 10만 명당 75.3명으로 비교적 높은 쪽에 속했다(그래프2 참조).
“이전까지는 검진도구 발달로 점점 더 작은 암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 발병률 증가의 원인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갑상샘암 발병률이 늘어난 ‘진짜 원인’은 사실 조기검진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급격히 늘어난 발병률과는 반대로 변하지 않는 숫자가 있다. 바로 갑상샘암에 의한 사망률이다. 1999년부터 발병률은 조기검진 비율과 함께 늘어난 반면, 사망률은 암 조기검진이 보편화하기 전이나 후나 거의 그대로다(그래프1 참조).
“만약 발병률과 함께 사망률도 높아졌다면 의료기술의 한계로 사망환자가 늘어났다는 뜻이 됩니다. 반대로 조기검진으로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사망률이 낮아졌다면 암의 조기 발견이 환자 생존에 큰 도움이 된 거겠죠. 그런데 크게 높아지는 발병률과 관계없이 사망률이 그대로라는 건 무슨 뜻일까요. 조기검진으로 발견한 갑상샘암이 사망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닐까요.”
갑상샘암 조기검진이 과잉 진단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조기검진 비율이 높아져도 사망률이 그대로인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발행하는 학술지 ‘옥스퍼드 저널’에 실린 2010년 논문을 보면, 유럽에서도 갑상샘암 조기진단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갑상생암에 의한 사망률은 변하지 않았다.
암이라는 데 수술 안 할 수도 없고
국립암센터는 국내에서 갑상샘암 과잉 진단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8월 ‘증상이 없으면 갑상샘암 조기검진이 필요 없다’는 권고안 초안을 내놓았다. 초안에 따르면 가족력이 있거나, 방사선 과다 노출 이력이 있거나, 목에 혹이 만져지는 등의 의심 증상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는 기존 진료 절차에 따라 조기검진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성인의 경우 병원 측이 초음파 검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본래는 10월쯤 최종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국내 의료진과 정부 관계자의 의견이 엇갈려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기검진을 통해 환자에게 갑상샘암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수술을 권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진료지침은 0.5cm보다 작은 종양에 대해서는 검사와 수술을 하지 않도록 권하지만, 실제 수술 비율은 10년 전 14%에서 현재 56%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여생 동안 지속적으로 갑상샘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고, 부작용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 중 11%에서 부갑상샘 기능저하증이 나타났으며 2%에서는 성대 마비가 일어났다.
“1947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연사한 성인을 해부한 결과 최소 3분의 1에게서 무증상 갑상샘 유두암이 발견됐어요. 갑상샘암이 평생 증상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99년 이후 국내에서 조기검진으로 발견된 갑상샘암 대부분이 저위험성이라 할 수 있는 이 갑상샘 유두암입니다.”
안 교수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과잉 진단 논란이 있는 암은 갑상샘암뿐이 아니다. 전립샘암에 대해서도 조기검진이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며 유방암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조기검진이 암과 싸우는 데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이 모든 암에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갑상샘암 조기 발견해도 사망률은 그대로
국내에서 암 조기진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정부가 1999년 국가암검진사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 등의 검진을 소득에 따라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받고, 여기에 3만~5만 원을 추가하면 갑상샘 초음파 검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안 교수팀이 국립암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암 조기검진이 보편화한 99년부터 갑상샘암 발병률은 15배로 급격히 늘어났다(그래프1 참조). 문제는 조기검진을 받는 비율에 따라 그 지역의 갑상샘암 발병률이 다르다는 사실이 함께 확인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데이터를 분석하자 조기검진을 받는 사람이 많은 지역이 유독 갑상샘암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높은 조기검진 비율이 갑상샘암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것이 확인된 겁니다. 유전적 특성이나 생활환경이 유사한 한국인 사이에서 조기검진 비율에 따라 발병률이 함께 오르내리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분석 결과, 조기검진 비율이 22.63%로 가장 높은 전남은 인구 10만 명당 갑상샘암 발병률이 91.8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반대로 조기검진 비율이 낮은 강원(12.28%)은 발병률이 10만 명당 37.1명으로 가장 낮았다. 서울의 조기검진 비율은 12.93%에 발병률은 10만 명당 75.3명으로 비교적 높은 쪽에 속했다(그래프2 참조).
“이전까지는 검진도구 발달로 점점 더 작은 암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 발병률 증가의 원인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갑상샘암 발병률이 늘어난 ‘진짜 원인’은 사실 조기검진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급격히 늘어난 발병률과는 반대로 변하지 않는 숫자가 있다. 바로 갑상샘암에 의한 사망률이다. 1999년부터 발병률은 조기검진 비율과 함께 늘어난 반면, 사망률은 암 조기검진이 보편화하기 전이나 후나 거의 그대로다(그래프1 참조).
“만약 발병률과 함께 사망률도 높아졌다면 의료기술의 한계로 사망환자가 늘어났다는 뜻이 됩니다. 반대로 조기검진으로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사망률이 낮아졌다면 암의 조기 발견이 환자 생존에 큰 도움이 된 거겠죠. 그런데 크게 높아지는 발병률과 관계없이 사망률이 그대로라는 건 무슨 뜻일까요. 조기검진으로 발견한 갑상샘암이 사망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닐까요.”
갑상샘암 조기검진이 과잉 진단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조기검진 비율이 높아져도 사망률이 그대로인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발행하는 학술지 ‘옥스퍼드 저널’에 실린 2010년 논문을 보면, 유럽에서도 갑상샘암 조기진단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갑상생암에 의한 사망률은 변하지 않았다.
암이라는 데 수술 안 할 수도 없고
한 여성이 병원에서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기검진을 통해 환자에게 갑상샘암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수술을 권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진료지침은 0.5cm보다 작은 종양에 대해서는 검사와 수술을 하지 않도록 권하지만, 실제 수술 비율은 10년 전 14%에서 현재 56%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여생 동안 지속적으로 갑상샘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고, 부작용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 중 11%에서 부갑상샘 기능저하증이 나타났으며 2%에서는 성대 마비가 일어났다.
“1947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연사한 성인을 해부한 결과 최소 3분의 1에게서 무증상 갑상샘 유두암이 발견됐어요. 갑상샘암이 평생 증상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99년 이후 국내에서 조기검진으로 발견된 갑상샘암 대부분이 저위험성이라 할 수 있는 이 갑상샘 유두암입니다.”
안 교수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과잉 진단 논란이 있는 암은 갑상샘암뿐이 아니다. 전립샘암에 대해서도 조기검진이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며 유방암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조기검진이 암과 싸우는 데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이 모든 암에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