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지음/ 글항아리/ 594쪽/ 3만7000원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까치는 ‘기쁜 소식’을 상징한다. 까치가 내 집 앞에 둥지를 틀면 반가운 소식이 언제나 함께할 것으로 여겼다. 학은 장수를 축원하는 그림에서 즐겨 쓰이는 소재였는데, 학을 잡아 사육하는 것은 선비의 고상한 취미로 숭상되기도 했다. 학을 자식만큼이나 애지중지 아꼈다.
“제비는 신의의 상징이다. 주인집이 가난해도 이듬해에 다시 찾아주는 믿음을 노래한 시가 많다. 제비의 울음소리가 떠올리게 하는 이런저런 연상도 재미있다. 제비 목구멍의 역류방지용 돌기를 보고 새끼를 죽이려고 가시를 먹였다고 오해한 것도 흥미롭다.”
문학, 특히 고전엔 꾀꼬리가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황조가’다. 여름 철새인 꾀꼬리는 암수의 다정한 모습을 상징한다. 철새 관념이 없던 옛사람들은 늘 보이던 새가 없어지면 다른 새로 화생(化生)하거나 겨울잠을 잔다고 여겼다. 날개 빛이 화려하고 노랫소리가 좋은 꾀꼬리를 사육하기도 했다.
새를 그린 회화를 ‘영모화’라고 불렀다. 그림 속 새는 대부분 다양한 상징성을 띤다. 독화(讀畵)의 원리를 알고 보면 단순한 풍경화 속에서도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백로를 세 마리 그린 그림을 ‘삼사도(三思圖)’라 한다. 조상들은 이 그림을 통해 공자의 젊어서 배우기, 나이 들어 가르치기, 있을 때 나누기 등 세 가지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삶을 돌아봤다.
꿩은 오랫동안 보양식품으로 각광받았다. 맛은 좋지만 성질이 급하고 난폭해 가둬 놓고 길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귀했기에 조상들은 높은 사람에게 주는 예물로 꿩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저자가 엮어낸 36종 새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이야기가 볼수록 흥미롭다. 새 깃털 하나에도 시상(詩想)을 일으키고 인문학적 함의와 상상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필요할 때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616쪽/ 1만5000원
월요병, 쇼핑중독, 탈모증, 결혼, 죽음, 취직 등 인생 문제에서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저자들은 이들에게 각양각색의 소설을 맞춤 처방한다. 피곤하고 활력이 떨어진 날엔 ‘그리스인 조르바’가 제격이다.
베를린 장벽에서 통일의 답을 찾다
임진 엮음/ 시월/ 320쪽/ 1만5000원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25년이 되는 날이다. 독일 국가 체제는 통합됐지만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날 접경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물론 국경수비대, 이산가족 이야기까지 독일인들의 진짜 통일경험담을 담았다.
강 동쪽의 기담
나가이 가후 지음/ 정병호 옮김/ 문학동네/ 208쪽/ 1만1500원
도쿄 변두리 지역 다마노이는 과거의 허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적막하고 허름한 변두리 사창가다. 가후와 오유키는 비록 몸을 팔지만 아직 순수함을 지닌 구풍(舊風)에 속하는 여성들이다.
연행사의 길을 가다
서인범 지음/ 한길사/ 576쪽/ 2만2000원
대중(對中) 외교에 오른 조선 사신들의 사행길에는 유적지나 인물, 풍속과 관련한 역사적 내용이 무수히 포함돼 있다. 압록강에서 산해관을 거쳐 북경과 승덕까지 2000km에 이르는 역사의 풍경을 그렸다.
한비자의 독설
황효순 지음/ 글마당/ 312쪽/ 1만5000원
세상은 변하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적절한 법을 세워야 한다는 한비자의 변법사상(變法思想)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사회 변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인물이다. 시공간을 넘어 변하지 않는 인간 본질에 대한 충고는 날카롭다.
비의 목록
김희업 지음/ 창비/ 148쪽/ 8000원
‘문득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찾아나서기로 했다/ 태양이 낙타의 걸음을 느리게 조절해놓은/ 아프리카로 갔으나/ 겨우 파리밖에 보지 못했다’(‘문득’ 중에서). 고독한 삶의 이면을 내밀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관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