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열린 삼성SDI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김윤태 경영지원실 상무가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 기조를 재확인하며 한 말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삼성SDI는 투자 금액을 늘리며 보폭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였던 글로벌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R&D에서 설비투자로
삼성SDI 헝가리 법인 전경. [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올해 여느 배터리 기업들과는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6조5000억 원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헝가리 법인 증설과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 건설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에만 3조 원가량을 설비투자에 사용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그간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했다 보니, (설비)투자를 줄일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에 맞춰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익성이 투자 이끌어
삼성SDI는 그간 꾸준히 해외 생산 시설을 늘릴 계획임을 밝혀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3월 20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북미시장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시 성장할 테니 JV를 더 확대하고 단독 공장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미시장은 전기차 캐즘의 주요 돌파구로 꼽힌다. 최근에는 폴란드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받기도 했다. 폴란드 현지 매체들은 삼성SDI가 그단스크 부근 200만㎡ 규모 부지에 20억 유로(약 3조 원)를 투자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투자가 성사될 경우 헝가리에 이어 폴란드에도 유럽시장을 겨냥한 주요 생산 기지가 생기게 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신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투자규모, 시기, 지역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최윤호 사장은 “올해 하반기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시장이 턴어라운드 되는 시점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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