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8

2024.02.23

가족 해체 유도하는 이상한 한국 정책들

[돈의 심리] 위장 이혼, 자녀 조기 세대 분리… 부모 외면할수록 이득인 사회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4-02-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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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1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생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이지안(이지은 분)은 장애가 있는 할머니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만 하며 지낸다. 어느 날 이지안은 자신이 임시직으로 있는 회사의 박동훈 부장(이선균 분)과 지하철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다.

    박동훈: 왜 할머니를 네가 모셔? 요양원에 안 모시고.

    이지안: 쫓겨났어요. 돈을 못 내서.

    박동훈: 손녀는 부양의무자 아냐. 장애 있고 자식이 없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돈을 못 내서 쫓겨나? 혹시 할머니와 주소지 같이 돼 있니?

    이어서 박동훈은 이지안에게 할머니와 주소지를 따로 하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요양원에 무료로 들어가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드라마에서 박동훈이 이지안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그래서 이지안이 박동훈을 긍정적으로 보는 계기가 된 장면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국 복지제도의 맹점이 담겨 있다. 할머니가 손녀와 같이 지내면 지원금이 나오지 않고, 할머니와 손녀가 따로 살면 지원금이 나온다. 손자·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집에 살면서 돌보면 국가 지원이 없다. 반면 손자·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돌보지 않고 손을 떼겠다고 하면 국가가 지원금을 준다. 즉 손자·손녀가 착하면 지원하지 않고, 손자·손녀가 예의가 없으면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지원제도는 가족이 서로 화목하도록 도와주는 제도일까, 아니면 가족 해체를 유도하는 제도일까.

    한국 사회에는 가족 해체를 조장하는 불합리한 정책이 다수 존재해 개선이 필요하다. [GETTYIMAGES]

    한국 사회에는 가족 해체를 조장하는 불합리한 정책이 다수 존재해 개선이 필요하다. [GETTYIMAGES]

    세금 폭탄 피하려 위장 이혼

    에피소드 2 
    아는 지인이 주변의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사람은 아파트가 있는데 위장 이혼을 했다. 이혼하고 집을 아내 명의로 돌리니 본인은 공식적으로 무주택자가 됐다. 그래서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분양을 받았다. 지인은 이런 식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건 부조리하다고 비판했다. 위장 이혼을 하면 나중에 진짜 이혼할 가능성이 크다며 위장 이혼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하지만 위장 이혼이든, 진짜 이혼이든 이혼하면 새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현 제도가 그렇게 돼 있다. 결혼을 유지할 때보다 이혼할 때 이로운 점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다주택자 규제다. 다주택자는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그런데 다주택자 세금을 확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혼을 하는 것이다. 1가구 2주택자는 이혼하면 각각 1가구 1주택자가 돼 다주택자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1가구 4주택자는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혼해 각각 1가구 2주택자가 되면 세금이 대폭 감소한다. 위장 이혼을 하면 큰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 규범상 위장 이혼은 절대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위장 이혼을 하면 큰 이득이 되도록 규정을 만들어놓은 건 사실이다. 한국 제도는 가정이 깨지면 큰돈을 벌 수 있게 돼 있다. 가정을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 가정이 깨지는 것을 유도하는 제도들이다.

    무주택 부모 외면하기도

    에피소드 3 
    자식이 그 나름 성공해 자기 집을 마련해 잘살고 있다. 그런데 부모는 집이 없다. 사람들은 젊었을 때면 모를까, 나이가 들면 안정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노인이 되면 전월세보다 이사 갈 걱정이 없는 자기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자식은 부모가 노년에 편히 살기를 바라서 집을 구해드리려 한다. 하지만 간단하지 않다. 부모 명의로 집을 사드리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를 내고 집을 사드린다 해도, 나중에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집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도 내야 한다. 부모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증여세, 상속세까지 부담하며 집을 구해드리기는 어렵다. 그냥 자식 명의로 집을 구하고, 그 집에서 평생 살게 해드리면 된다. 하지만 자식 명의로 집을 구하면 자식이 다주택자가 된다. 부모에게 살 집을 마련해드리는 건 자식으로서 참 잘한 행동이라고 칭찬받는다. 하지만 그 칭찬은 말뿐이다. 실제로는 부모에게 집을 마련해드리면 거액의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 친부모뿐 아니라 장인·장모, 시부모에게 집을 구해드려도 1가구 3주택자가 돼 징벌세 대상이다. 사회에서는 노년의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하지만 그건 말뿐이다. 정말 부모에게 효도하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한국 사회제도는 부모의 어려움을 모른 척할 때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돼 있다.

    에피소드 4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집에서 나와 독립하려 한다. 청년은 그냥 집에서 부모와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부모가 청년에게 원룸을 따로 잡아주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년이 빨리 세대주로 독립하는 게 나중에 청약에 유리해서다. 집을 나가 별도 세대주가 돼야 무주택자 기간이 산정되기 시작하고, 무주택자 기간이 길수록 아파트를 분양받기 쉽다.

    최근 한국은 1인 세대주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게 단지 젊은이의 독립심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 청약 등 부동산정책에 맞춰 세대 분리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것도 세대수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며 같이 사는 것이 이상적인 가정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향일 뿐이다. 분양을 받으려면 하루빨리 세대주로 독립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는 빨리 헤어질수록 좋다. 형제자매가 우애 있게 같이 살아도 곤란하다. 모두 떨어져 따로따로 살아야 청약을 넣을 수 있고, 지원금을 받기도 쉽다. 가족이 같이 모여 살면 지원이 없고, 가족이 각각 떨어져 살 때 각종 지원이 부여된다. 가족 해체를 유도하는 제도들이다.

    이런 제도와 규정을 만든 사람들은 가정을 해체하려고 의도한 게 아니다. 집을 여러 채 갖지 못하게 하려고 이런 다양한 제도를 만들었다. 정말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정부 지원 없이도 살아갈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으려고 이런 제도들을 마련해놓았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을 지원하지 않고, 돈이 있는 사람이 정부 지원을 받아 더 큰 돈을 챙기지 못하도록 만든 제도들이다. 손자·손녀로 하여금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지 않게 하는 것, 자식들을 최대한 빨리 부모와 헤어져 살게 만드는 것, 이혼하면 큰 이익이 생기게 하는 것은 원래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주택제도, 복지지원제도는 가정이 해체됐을 때 이득이 더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다주택자가 많이 나오고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가더라도 가족이 서로 어울리면서 같이 살고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서로 돕지 않은 채 나 몰라라 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더라도 다주택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돈이 가는 것을 방지하는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

    돈만 아는 사회의 폐해

    지금 한국은 가족 구성원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유도하더라도 다주택자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자가 지원금을 받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가족이 서로 돕고 우애 있게 잘 지내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나. 빈부격차를 시정하고 돈 있는 사람이 더 부자가 되는 것을 막는 게 훨씬 중요하지 않겠나. 즉 한국은 가정의 가치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정을 보호하고 가족의 가치를 중요시한다고 말들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여유 있는 자에게 돈이 더 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다. 사람들이 다른 무엇보다 돈을 중시하는 게 ‘돈만 아는 사회’는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돈이 더 생기는 것을 막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도 돈만 아는 사회인 것은 마찬가지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는 사람이 ‘돈만 아는 놈’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을 막으려 가족 해체를 불사하는 것도 ‘돈만 아는 사회’가 된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다시 한 번 검토하고 그것에 맞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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