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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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버블’과 다른 비트코인 상승장… 제도권 진입에 실물자산 연계 시도가 동력

연초 대비 160% 이상 급등… 내년 4월 ‘4차 반감기’도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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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12-1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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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모 씨(32)는 지난달 가상화폐 투자로 50% 넘는 수익을 내 직장 동료들의 부러움을 샀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눈여겨본 여러 알트코인에 분산투자했는데,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가상화폐의 시세가 큰 폭으로 뛴 덕분이다. 그는 지난해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해 큰 부담 없이 투자했다고 한다. 송 씨는 “내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 ‘재료 소멸’을 이유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면서 “이는 비트코인이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해 장기적으로는 더 상승하리라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반기 가상화폐 시장에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1만6537달러(약 2145만 원)로 출발한 비트코인은 이달 4만4000달러(약 5700만 원)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한 해도 지나지 않아 166% 상승한 셈이다. 비트코인 강세는 최근 몇 달 사이 두드러졌다.

    비트코인이 올해 랠리를 펼치고 있다. [동아DB]

    비트코인이 올해 랠리를 펼치고 있다. [동아DB]

    랠리 중심에 선 한국인

    투자 정보 포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월 본격적으로 랠리를 시작해 두 달 사이 45% 가까이 급등했다(그래프 참조). 같은 기간 S&P500 지수 역시 6.5%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지만 비트코인에는 훨씬 못 미쳤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랠리를 펼치면서 한 달 사이 가격이 100% 넘게 상승한 알트코인도 속출하고 있다.

    가상화폐 랠리의 중심에는 한국인 투자자가 있다. 가상화폐 관련 데이터 정보업체 CC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거래에서 원화 비중이 41%로 늘어나 미국달러(40%)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제이미 슬리 CC데이터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11월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최근 전체 거래 증가에 한몫했다”며 “그중 업비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역시 관련 소식을 전하며 “(한국은) 루나·테라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며 “2022년 5월 테라 폭락 사태는 한국 가상화폐 투자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으나 그 후에도 여전히 많은 가상화폐 기업이 한국에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한 가상자산기업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국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알트코인 중심의 매매를 하고, 미국에서는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 중심의 매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관 간접투자 이어져

    한국인 투자자가 대거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가상화폐 현물 ETF가 금융당국의 승인을 앞두는 등 관련 시장이 점차 제도권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필두로 여러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잇따라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블랙록은 6월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신청을 한 데 이어 11월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 신청했다. 블랙록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의 검토 기한은 최대 내년 3월 15일까지다. SEC에 제출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 가운데 검토 기한이 가장 적게 남은 것은 아크인베스트의 상품으로 내년 1월 10일까지 판가름이 난다. 시장에서는 향후 가상화폐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이미 가상화폐 시장에 다양한 방법으로 간접투자를 하고 있다. 대형 기관투자자가 증시에 상장된 가상화폐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3분기 코인베이스 주식 28만2673주를 매입했다. 코인베이스는 2021년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가상자산거래소다. 관련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실적이 좋아지는 만큼 가상자산 업황과 주가가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SEC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한 19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13개사가 비트코인 가격 정보 등을 제공할 파트너사로 코인베이스를 선택했다. 올해 가상화폐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코인베이스 주가는 12월 13일 기준 325.2% 급등했다. 특히 가상화폐 랠리가 이어진 11월에만 주가가 61.7% 상승했다.

    내년 4월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 역시 가상화폐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재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제한돼 있는데, 시장에 일정량이 유통되면 채굴 보상마저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를 비트코인 반감기라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4년마다 반감기가 온다. 비트코인이 반감기에 접어들면 유통물량 증가세가 꺾이기 때문에 그동안 반감기 이후에는 시세가 뛰는 양상이 반복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차 반감기(2012년 11월)와 2차 반감기(2016년 7월) 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약 92배 상승했다.

    2차 반감기와 3차 반감기(2020년 5월) 이후에는 가격이 각각 30배, 8배 올랐다. 시장에서는 내년 4월 비트코인이 4차 반감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코로나 버블’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6만1000달러(약 7900만 원)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당시 가상화폐 투자자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이 1억 원 간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내 투심이 꺾이면서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2위 가상자산거래소였던 FTX가 파산하고, 테라·루나 코인이 폭락하는 등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그해 말 비트코인 가격은 1만6537달러(약 2140만 원)까지 폭락했다.

    12월 5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화면에 여러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동아DB]

    12월 5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화면에 여러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동아DB]

    “상승 추세 쉽게 안 꺾일 것”

    지난 한 해 증발한 비트코인 가치만 1조5000억 달러(약 1940조 원)에 달한다. 이는 내년 한국 정부 예산(656조9000억 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당시만 해도 “이제 가상화폐는 끝났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시장 분위기가 180도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상화폐 랠리는 코로나 버블 당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기관투자자가 관련 상품을 출시하려고 노력하는 등 가상화폐가 점차 제도권에 들어서고 있고, 실물자산과의 연계 시도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 활황은 단순 투기가 아닌, RWA(Real World Asset: 실물연계 자산) 트렌드에 따른 상승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RWA란 국채,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토큰화한 것을 말한다. RWA를 통해 실물자산을 거래하면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유권 이전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고, SEC의 가상화폐 ETF 승인 등 호재도 있는 만큼 가상화폐 상승 추세 역시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간 급등한 만큼 조정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이 8주 연속 상승한 만큼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12월 9일 4만4234달러(약 5730만 원)까지 상승한 후 나흘 사이 10% 이상 하락했다. 가상화폐 거래·정보 플랫폼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12월 11일(현지 시간) 가상화폐 상승에 베팅했던 4억500만 달러(약 5240억 원)가 청산됐는데, 이는 9월 중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두 달 가까이 비트코인이 연이어 상승한 만큼 시장에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의 기고자 맥디(MAC_D)는 “비트코인이 8% 급락했지만 펀더멘털 관점에서는 내년 1월 현물 ETF 승인 여부에 따라 비트코인 매수 수요가 넘쳐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아직 과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조정 이후 곧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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