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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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사랑받는 미국 신발, 크록스

[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인플루언서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재부상… ‘헤이듀드’ 인수 등 Z세대 정조준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입력2022-05-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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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4일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서 팝스타 저스틴 비버는 발렌시아가와 컬래버레이션한 크록스를 오버핏 슈트에 매치하고 등장했다. [GettyImages]

    4월 4일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서 팝스타 저스틴 비버는 발렌시아가와 컬래버레이션한 크록스를 오버핏 슈트에 매치하고 등장했다. [GettyImages]

    스타가 총출동하는 시상식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그날 성장(盛裝)을 감상하는 것이다. 무대는 명품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들의 각축장이라 할 만큼 당대 최고 패션으로 채워져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못생긴 신발’ 크록스(Crocs)가 미국 시상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선 저스틴 비버가 발렌시아가와 컬래버레이션(협업)한 크록스를 오버핏 슈트와 매치한 패션으로 등장했다. 뮤지션 퀘스트러브도 유명 스니커즈 디자이너 살레헤 벰버리가 디자인한 크록스를 신고 나왔다. 물가에서 노는 어린이, 장시간 서서 일하는 의료인이 즐겨 신는 플라스틱 신발이 스타가 애정하는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부상한 것이다.

    팝스타 ‘크록스 팬’ 선별해 협업

    Z세대 사이에서 인기 신발로 자리매김한 크록스. [사진 제공 · 강지남]

    Z세대 사이에서 인기 신발로 자리매김한 크록스. [사진 제공 · 강지남]

    크록스는 2002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린던 핸슨 등 친구 3명이 설립한 신발 회사다. 항해를 즐기던 이들은 물이 쉽게 빠지는 신발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물 빠짐이 가능한 플라스틱 신발을 만드는 캐나다 회사를 인수해 크록스를 창업했다. 사명은 악어(Crocodile)에서 따왔다. 악어처럼 ‘수륙 양용’으로 활약하는 신발이라는 뜻이다. 2002년 플로리다에서 열린 한 보트쇼에 들고 나간 200켤레가 하루 만에 완판되면서 크록스는 꽤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크록스는 2006년 나스닥에 상장됐고, 2007년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유럽과 아시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재고가 쌓이는 등 경영상 허점이 드러났다. 편안하고 실용적이라서 좋아하는 이가 다수였지만, 또 나막신 모양의 신발이 너무 투박하고 못생겼다며 조롱하는 사람도 많았다. 201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악의 발명품 50’ 목록에 크록스를 포함시켰다. “얼마나 인기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 신발은 너무 못생겼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크록스는 이런 악명에서 벗어나고자 세련된 디자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고객 반응은 더 나빠졌고 손실은 커졌다.

    크록스가 회생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즈음부터다. 비결은 기본으로 돌아간 데 있었다. 회사는 다시 구멍이 숭숭 뚫린 기본 크로그(Clog)와 샌들 제품군에 집중했다. 또 신발 구멍에 꽂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액세서리 지비츠(Jibbitz)를 다양화했다. 그러자 패션업계가 기능성과 편리함에 더해 자기 개성에 충실한 크록스의 진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2016년 영국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이 컬러풀한 보석 지비츠로 장식한 크록스를 런웨이에 올렸고, 2017년 발렌시아가가 신발 밑창 두께를 4인치로 제작한 895달러(약 113만 원)짜리 크록스를 파리패션위크에 선보였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글로벌 스타들은 크록스를 신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러한 화제성을 바탕으로 크록스는 점차 Z세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크록스의 매출은 2018년 6%, 2019년 13%로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크록스에 큰 기회였다. 자가 격리 장기화로 사람들이 편안한 옷차림을 선호하면서 가볍고 편안한 크록스가 더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크록스를 신은 채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모습이 부각된 점도 인기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유명 브랜드나 인플루언서와의 컬래버 마케팅에 대한 반응도 갈수록 뜨거워졌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 디자이너 살레헤 벰버리,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 등과 컬래버한 제품은 발매 즉시 완판됐고, 리세일(resale) 가격이 정가의 10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온라인 리세일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에 따르면 2020년 여름 이 플랫폼에서 거래된 치킨 냄새가 나는 정가 59.99달러짜리 KFC 크록스의 평균 거래가는 177달러였다. 지난해 스탁엑스에서 거래 건수가 3만5000건이 넘을 정도로 크록스는 매우 인기 있는 리세일 아이템이다.

    100만 원 넘는 고무 신발

    크록스는 팝스타, 명품 디자이너 등 인플루언서들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 · 강지남]

    크록스는 팝스타, 명품 디자이너 등 인플루언서들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 · 강지남]

    크록스의 컬래버가 매번 화제가 되는 이유는 크록스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브랜드 및 인플루언서를 엄격히 선별하기 때문이다. 하이디 쿨리 크록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컬래버를 제안하기 전) 인플루언서가 우리 신발을 신은 적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우리 브랜드의 진정한 팬이 아니라면 협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 고객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루언서의 개성을 담아낸 크록스와 협업에 고객들이 열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크록스 연간 매출은 2017년 10억 달러에서 지난해 23억 달러(약 2조9200억 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크록스 매출은 북미에서 70%, 아시아 및 유럽에서 각각 15%가량 나온다. 2020년 크록스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4배 이상 수준으로 상승하며 대세 종목으로 등극했다.

    올해도 크록스 인기는 여전하다. 1분기 매출이 5억5420만 달러(약 7044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상승했다. 경영 상황도 내실이 있다. 크록스의 현금전환주기(Cash Conversion Cycle: 기업 영업활동이 현금으로 전환되는 기간)는 51.8일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총 마진율도 61.4%로 경쟁사인 나이키(46.3%), 아디다스(50.7%)보다 월등하다.

    이처럼 효율적 경영이 가능한 이유는 크록스 제품이 단순하고 구성 요소도 적어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록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생산기지인 베트남에서 생산이 중단되자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신규 공장을 마련해 글로벌 제조난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빠른 속도로 해외 공장을 다각화할 수 있었던 것도 제조 과정이 비교적 단순한 덕분이다.

    하지만 크록스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180달러였던 주가가 올해 5월 중순 현재 7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주가가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팬데믹이 종료되면 편안한 신발에 대한 수요가 줄 것이라 판단했고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 헤이듀드(Hey Dude) 인수 소식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시장은 연매출 5억7000만 달러(약 7243억5600만 원)짜리 회사를 25억 달러(약 3조1770억 원)에 인수한 것을 과하다고 여겼다.

    팬데믹 진정 후에도 매출 성장 중

    크록스의 1분기 실적은 투자자들의 수요 예측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또 슬리퍼처럼 편안한 구두를 만드는 헤이듀드는 미국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가치가 작지 않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 브랜드 순위에서 올해 크록스는 6위, 헤이듀드는 9위를 차지했다. 헤이듀드의 순위가 2019년 54위, 2020년 17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성장이다. 크록스는 현재 미 중서부에서 인기가 높은 헤이듀드를 미 동부 및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또 크록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적극 나서며 Z세대 고객의 충성도를 더욱 높이고자 한다. 해마다 ESG 보고서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 일부 제품 및 포장재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교체함으로써 100% 비건 브랜드로 거듭났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더 큰 목표 또한 설정했다.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운 크록스의 다양한 시도가 Z세대에게 또 한 번 어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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