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대기업 직장인으로 살았다. 휴일 근무와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직장에 몸을 던진 결과 승진을 거듭해 임원이 됐다. 그러다 2020년 9월 30일 추석을 하루 앞두고 퇴직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서 직장을 잃은 그에게 남은 건 회사 짐을 담을 바나나 박스 3개뿐이었다. 소득절벽 위기에서 가정경제를 지킨 것은 25년간 직장생활이 아니라, 아내가 투자한 3채의 구축 아파트였다. 그는 퇴직 다음 날부터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자식만큼은 돈에 무지한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쓴 글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경제 베스트셀러 1위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책은 현재 10만 부 판매고를 올렸다.
롯데마트 가정간편식 부문장(상무)을 끝으로 인생 1막을 끝내고 작가, 사업가, 유튜버로 제2 인생을 살아가는 정선용 씨가 두 번째 책을 펴냈다. 전작이 우리 삶에 작동하는 돈과 경제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번 ‘아들아, 부동산 공부해야 한다’는 “아무리 인생을 바쳐 일해도 직장은 삶을 보장해주지 않기에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25년 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 2500만 원짜리 반지하 전셋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가 어떻게 50억 자산가가 됐는지 현실 재테크 노하우를 기록했다.
‘아들아, 부동산 공부해야 한다’를 쓴 정선용 작가. [조영철 기자]
“주식보다 부동산이 좋은 이유”
연작 성격을 띤 두 번째 책은 어떻게 내게 됐나.“첫 번째 책을 펴내고 많은 분이 아내의 부동산 재테크 비법을 궁금해했다. 책이 소개된 블로그 서평에도, 내가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에도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 댓글을 본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아내와 함께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책은 언제 투자하면 좋을지 알려주거나 유망 투자지역을 콕 짚어주는 내용은 아니다. 아들에게 부동산의 계단을 밟아서 부자 대열에 올라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왜 부동산인가.
“요즘 젊은 세대는 주식에 관심이 많지만 사실 주식은 그 회사가 망하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반면 부동산은 실물자산이라서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존재하고, 설혹 지진이 와도 땅은 그대로 남는다. 물론 땅의 가치도 떨어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50% 이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 부동산은 ‘수포자’였던 아내도 성공할 만큼 어렵지 않지만, 주식은 회사 실적뿐 아니라, 요즘처럼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주가가 폭락하기 때문에 거시경제도 알아야 한다. 알아야 할 것이 부동산이 1이라면 주식은 100이다. 또 주식은 쉽게 사고팔 수 있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손실이라도 나면 직장생활에 전념하기 어렵다. 나는 근로소득 가치를 폄하하지 않는다. 근로자로 살아가면서 근로소득을 버는 동안에는 직장생활에 충실해야 하는 게 맞다.”
‘50대의 퇴직을 사회적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적당한 퇴직 시기는 언제일까.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니 사람에게는 경제 생애 주기가 있는 것 같다. 평균 수명을 80세라고 하면 처음 20년은 배움의 시기다. 이때는 자신이 돈을 벌지는 않으니 부모 곁에서 어떻게 돈을 쓰고 저축하는지 배워야 한다. 그다음 20년 동안은 소득에 관해 배워야 하는 시기인데, 특히 근로소득을 통해 돈과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돈은 어떻게 버는지를 배워야 한다. 40대부터는 이제 직장을 떠나 사업소득에 도전해야 한다. 나는 직장을 54세에 떠났는데, 생각해보면 그 나이쯤 되면 열정도 많이 사그라지고 체력도 전만 못하다. 사업을 하려면 밤샘은 기본, 열정이 넘쳐야 하니 마흔 전에 떠날 준비를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60세까지 벌고 나면 이제 안전한 곳에 투자해놓은 자본소득으로 편안하게 여생을 즐기면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회사에 들어가 15년 정도 직장생활에 대해 배우고 자본소득의 밑바탕이 될 근로소득(종잣돈)을 모았다면 50세 전에는 떠났으면 좋겠다.”
“모든 부의 출발점, 부동산”
아들에게 지인과 대화를 전하며 “사업가도 결국에는 부동산으로 돈을 번다”고 말했는데.“내가 다녔던 롯데마트만 예로 들어도 점포 하나를 오픈하면 영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과 별도로 부동산 개발 이익이 생긴다. 그런데 비중을 놓고 보면 부동산 개발 이익이 훨씬 크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다. 지인 중에 경기 여주시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던 분이 있다. 그분 역시 돼지 농장을 운영하다 땅값이 오르면 팔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농장을 운영하다 오르면 또 팔고 하는 과정을 거쳐 큰돈을 벌었다. 이때 좋은 점은 굳이 사업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없으니 품질 경쟁력이 좋아져 사업가치도 올라간다는 거다. 과거 서울 강남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땅을 원래부터 갖고 있던 원주민보다 땅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선점한 이들이 더 큰 부자가 됐을 거다.”
결국 모든 부의 출발점은 부동산인가.
“중세 시대 귀족을 ‘랜드로드’로 불렀는데 ‘땅의 주인’이라는 의미다. 땅을 가진 이들이 부자였고 권력 중심에 있었으며 그 정점에 왕이 있었다. 우리의 물질문명 또한 땅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진 거다. 사실 집마저도 땅 위에 세워진 상품이다. 땅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부동산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고, 일만 열심히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이도 많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불로소득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폄하할지 모르겠는데, 땅의 가치를 모르고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는 그런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 사람만이 부자가 됐다. 모든 사람이 투자와 자본소득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비로소 부를 향한 공정한 출발, 공정한 게임이 시작된다고 본다.”
50억 자산의 토대가 된 구축 아파트 3채를 마련한 과정이 궁금하다.
“1997년 고덕동에 있는 2500만 원짜리 반지하 전셋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2500만 원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 돈이라 집안 살림살이는 신용카드로 구입해야 했다. 그렇게 카드빚 500만 원을 지고 결혼한 지 22일 만에 첫 번째 직장이 부도가 났다. 상여금은커녕 기본급의 70%를 받으니 한 달 월급이 100만 원이 채 안 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내는 아끼고 절약하며 결혼 10년 만에 종잣돈 2억3000만 원을 마련했다. 그 자산은 다시 10년 뒤 15억, 다시 5년 뒤 50억이 됐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재건축을 앞둔 구축 아파트 3채였다. 첫 집은 2004년 1억4500만 원을 주고 매수한 경기 구리시 인창주공아파트였고 이후 이것이 발판이 돼 같은 지역의 삼환신일아파트를 살 수 있었으며, 2017년 고덕동 고덕주공9단지와 삼익맨션, 2020년 삼익그린2차 매수로 이어졌다. 현재 50억 자산 가운데 부채는 12억 원가량이다. 2500만 원이 50억이 되기까지 25년이 걸렸는데 아들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부동산은 장기투자이고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해나가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집을 산 시기를 보면 정부 규제가 심해질 때였는데, 아내는 ‘과거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올랐다’는 경험에 비춰 ‘더는 대출 인생으로 살아가기 싫다’는 나를 설득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다. 결국 아내의 선택이 옳았다.
우리가 매수한 집은 모두 구축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이유가 있다. 당장은 살기 불편해 ‘몸테크’를 해야 하지만 재건축을 하면 기존 땅의 가치에 새집 가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가난은 청년에게는 가벼운 고난 정도지만 노인에게는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코로나19가 젊은 세대에게는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노인에게는 죽음에 이르는 재난으로 작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코로나19를 백신으로 예방하듯, 젊은 세대 또한 젊을 때 가난을 경험하면 노인이 됐을 때 어떤 어려움이 와도 다 극복해낼 수 있다.”
부(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때 110㎞ 상공까지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만, 그걸 넘어 본궤도에 진입하면 그때부터 편안하게 궤도를 따라 돌아간다고 한다. 부도 그런 것 같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다음부터는 부가 알아서 속도 조절을 하며 증식하기 때문에 그 나머지 시간에는 내 삶을 영위하면 된다. 돈이 없다는 것은 내 자유를 누군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고, 그 자유를 살 수 있는 것은 돈이다.”
“돈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자유를 살 수 있는 부의 기준은 얼마나 될까.“대한민국에서는 총자산이 50억 원이면 상위 1%에 드는데, 거기까지 가기는 힘들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편안하게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계급이라는 얘기가 있지 않나.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저 열심히만 일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는데, 그 사실을 모른 채 힘들게 살다 죽는 사람이 많지 않나. 9급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박봉으로 5남 1녀를 모두 대학에 보내셨다. 나이 들고 보니 우리도 힘들었지만 아버지는 또 얼마나 밖에서 초라해져가면서 우리를 키웠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그런 면들을 보면서 자라서인지 내 자식만큼은 가난 때문에 힘든 세상을 살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처음에는 돈 공부를 하라 했고, 이번에는 부동산 공부를 하라고 했다. 아마도 다음에는 부자 공부를 하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최대한 빨리 첫 집을 장만하라고 조언한다.
“오랫동안 재무담당자로 일했던 선배가 그 아들에게 했던 조언도 같다. 집은 안전자산이자 자산 증식 수단이며, 거주비용 축소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이 원금이 보전되는 전세를 선호하는데 그것은 인플레이션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금은 물가가 4%, 아닐 때도 해마다 2~3%씩 오르는데 이는 곧 화폐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근로소득만 모아서는 절대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래서 근로소득으로 사고자 하는 집값의 70%가 모였을 때 대출을 받아 최대한 빨리 집을 사야 한다. 나도 그랬듯 첫 집은 눈높이를 낮춰 외곽에서 시작하고 돈이 불어나면 서울 안으로 들어오면 된다. 서른 살에 집을 산 사람과 마흔 살에 집을 산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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