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5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EPL 아스널과 경기에서 후반 2분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모두 기우였다. 11년 전 그때 우리는 이미 ‘포스트 박지성’을 보고 있었다.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던 19세 새내기는 인도와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A매치 3경기 만에 데뷔 골을 뽑아냈고, 쟁쟁한 선배들의 고별전에서도 후반 15분에 교체 투입돼 남다른 퍼포먼스를 펼쳤다. ‘손세이셔널’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PK 하나 없이 득점왕 도전
5월 1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손흥민과 티모시 카스타뉴가 공을 다투고 있다. [뉴시스]
한국 선수가 유럽 빅리그에서 화력을 뽐낸 것은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주름 잡던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98골) 이후 수십 년 만이다. 박지성조차 손흥민에게는 뒤진다. 득점왕 여부는 곧 가려지겠으나 이미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기록을 손흥민이 다시 썼다. 5월 1일 레스터 시티와 35라운드에서 리그 18·19호골을 터뜨려 지난 시즌 자신의 리그 한 시즌 최다 골(17골)을 경신했고, 1985~1986시즌 바이엘 04 레버쿠젠 소속으로 분데스리가에서 17골을 넣은 차 전 감독을 넘어 한국인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넘었다.
5월 13일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아스널과 36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선 리그 21호 골을 터뜨려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로테르담)가 보유한 아시아 선수 유럽 1부리그 한 시즌 리그 최다골(21골)과 동률을 이뤘다. 자한바크시는 2017~2018시즌 AZ 알크마르 소속으로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1부)에서 21골(33경기)을 뽑아 아시아 최초로 유럽 1부리그 득점왕에 올랐는데,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EPL과는 수준 차가 상당하다.
EPL이 공인한 완벽한 공격수
손흥민은 5월 1일(현지 시간) 레스터 시티전에서 18·19골(왼쪽), 7일 리버풀과 경기에서는 20호 골을 기록했다. [뉴시스]
득점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왼발, 오른발, 머리를 가리지 않는다. 온몸이 무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현재 토트넘에서 유럽 대항전을 포함한 공식전 129골을 뽑아낸 그는 왼발 51골·오른발 59골·헤더 5골을 만들었고, 다른 신체 부위와 다양한 방식으로도 골 맛을 봤다. 위치 선정도 탁월하다. 어지간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도맡고 코너킥을 전담하면서도 인 플레이 상황에서 상대 위험지역에 공이 떨어지는 장면에는 대부분 그가 있다. 축구선수 출신인 부친 손웅정 씨의 치열한 조기 교육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수비수 1~2명쯤은 쉽게 따돌리는 개인기와 폭발적인 드리블, 정확한 위치에서 완벽한 슛까지 공격수에 필요한 모든 걸 갖춘 손흥민이 사랑받는 이유는 또 있다. 도우미로서 역할이다. 올 시즌 공식전 22골을 몰아치는 동안 어시스트를 8개나 올렸다. 이 중 리그에서 21골 7도움, 나머지는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서 수확했다.
또한 ‘영혼의 짝꿍’ 케인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합작 골 기록을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단일 시즌 최다 합작 골 기록(14골)을 세웠고 올해 2월에는 37번째 득점을 함께 엮어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파드(이상 첼시·36골)가 보유한 통산 합작 골 기록을 깬 뒤 이를 41골로 늘렸다.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손흥민 몸값 계속 오를 것
‘영혼의 단짝’으로 불리는 손흥민(왼쪽)과 해리 케인. [뉴시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인가”라는 물음은 그동안 자주 등장했다. 그런데 이것은 더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모두가 “소니(애칭)는 월드클래스”라고 입을 모은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탈리아)과 조제 무리뉴 AS 로마 감독(포르투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파리 생제르맹 감독(아르헨티나) 등 사제의 연을 맺은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독일),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프랑스) 등 세계적 명장까지 엄지를 세웠다.
몸값이 이를 증명한다. 전 세계 축구 시장가치를 다루는 ‘트랜스퍼마르크트’는 손흥민 가치를 8000만 유로(약 1067억 원)로 매겼다. 함부르크 SV(독일)에서 프로 데뷔한 2011년 1월 300만 유로(약 40억 원)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그는 2015년 레버쿠젠에서 1600만 유로(약 213억 원)를 찍었고, 토트넘에선 2500만 유로(약 333억 원)에서 시작했다.
연봉도 상당하다. 지난해 7월 토트넘과 4년 재계약 소식이 발표된 뒤 영국 언론은 주급을 20만 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3억1600만 원)로 예상했다. 종전 11만 파운드보다 2배가량 인상된 액수로 성과급은 별도다.
물론 갓 서른이 된 1992년생 손흥민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11월 개막할 2022 카타르월드컵은 커리어의 정점을 찍을 무대로 평가받는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를 거쳐 3번째 월드컵을 앞둔 손흥민은 자신의 대표팀 시대를 시작한 카타르에서 다시금 무력시위에 나설 참이다.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등과 만날 6월 대표팀 평가전 시리즈에선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에 가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