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특수통 칼잡이를 대거 전진 배치해 지난 정부에서 적체된 주요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특수·기획·공안·형사 등 부서별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 한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지나치게 약진한 점은 아쉽다.”(검찰 출신 B 변호사)
영전과 좌천 엇갈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검찰 인사가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하루 만인 5월 18일 법무부는 대검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핵심 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행할 대검 차장에 이원석 제주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에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 법무부 검찰국장에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각각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권 핵심부를 겨눈 수사 등으로 좌천의 고배를 마신 고위 간부가 대거 영전한 것이다. 반면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성향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인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이번 인사의 핵심은 법무·검찰 ‘빅3’로 불리는 주요 보직에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과 근무 인연이 있는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이 배치됐다는 점이다. 이원석 신임 대검 차장은 2016~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임한 후 수원고검 차장, 제주지검장 등 지방 한직으로 좌천성 인사를 겪었다.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2017년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당시 제3차장검사의 지휘 하에 특수2부장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적폐 수사’를 주도했다. 2019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승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를 지휘한 송 지검장은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고검 검사로 밀려나 수사 일선에서 배제됐다. 한편 신자용 신임 검찰국장은 2016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으로서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윤 대통령, 한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시절 각각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중용됐다. 추 전 장관이 당시 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자 신 국장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 임명돼 지방으로 밀려갔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른바 ‘반윤(반윤석열)’ 행보를 보인 검찰 인사들은 대거 한직으로 이동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성윤 서울고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대표적이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한 장관이 2020년 6월~2021년 5월 있었던 자리로 검찰 내 한직으로 여겨진다. 이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 수사를 강행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12월 추 전 장관의 윤 대통령 징계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세 검사장도 줄줄이 좌천됐다.
산적한 대형수사 위해 특수통 전진 배치
이번 인사를 두고 ‘검찰의 수사 역량 정상화’라는 평가와 함께 윤 대통령, 한 장관의 측근을 지나치게 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교차한다. 검찰 출신 A 변호사는 “역대 정권마다 자기 코드에 맞춰 검찰 인사를 한 문제점이 있긴 했으나 적어도 수사 능력이라는 기본 요건은 지키려 노력했다”면서 “반면 문재인 정부는 여권 인사를 향한 수사를 막고자 실력보다 충성심을 인사 원칙으로 세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검찰 인사는 비정상적 행태를 정상화했다는 점에서 한 장관이 자신의 취임사에서 밝힌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한 장관은 5월 17일 취임식에서 “중대범죄 대응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형사사법체계를 바로세우도록 최선을 다하자” “대한민국 검찰의 일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서 부당하게 좌천된 검사를 원상 복귀시키고 산적한 대형수사를 처리하기 위해 특수통의 전진 배치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대통령, 법무부 장관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들만 계속 중용하면 검찰 안팎에서 우려를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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