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월 17일 법무부 장관 취임식이 열리는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각료는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도 조 전 장관과 다르게 보였다. 조 전 장관 딸의 ‘단국대 논문 제1저자’ 경력은 부친의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활용해 만든 허위 스펙이었고, 몇몇 입시증명서는 부모가 ‘위조’한 것이다. 이와 달리 한 장관은 딸의 스펙 쌓기에 관여한 흔적이 없다.
그러나 한 장관은 잘못된 주장으로 문제의 핵심 당사자가 됐다. 한 장관은 딸이 쓴 것이 ‘습작 수준 글’이라고 주장했다. 딸이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에 제출한 논문을 보자. 박사 과정 이상 연구자가 쓰는 리뷰 논문(학계의 연구 트렌드를 살피는 논문)이다. 습작이 이 수준이면 집필자는 석학이다.
한 장관은 표절률이 4%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단어나 어순을 바꾸는 수법을 벗겨내면 60% 이상 다른 글과 내용이 같다. 딸이 투고한 ‘약탈적 학술지’를 ‘오픈액세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오픈액세스는 양질의 논문을 선별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약탈적 학술지’는 투고자에게 돈만 받고 게재 실적을 올려준다는 차이가 있다.
지지자 대응, 조국 사태와 유사
한 장관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인사청문회를 망쳤다며 한 장관 승리를 확신한다. 조국 사태 때도 무리하거나 섣부른 언행을 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며 논란이 끝났다고 여긴 지지자들이 있었다. 기사에 나온 사실관계와 논리를 “그 언론은 믿을 수 없다”고 덮는 것도 양측 극성 지지층의 공통점이다.“미국 대입에 필요한 스펙을 쌓았을 뿐”이라는 ‘실드’도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한 장관 측은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는데도 말이다. 이제 ‘부당 스펙’ 논란은 국제학교는 물론, 미국 대학과 언론, 교포 사회로 번져나가고 있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국 정치의 인사 기준은 후퇴했다. 한쪽은 “조국 같은 행위를 했으니 조국이 당했듯 당해보라”고 억지를 부린다. 반대쪽은 “조국하고는 다르다”는 말로 수월하게 모면한다. 기껏 확립된 인사 기준이 ‘조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