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 합병 다양한 시나리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6/03/02/200603020500007_1.jpg)
톰슨 파이낸셜 시큐리티스 데이터사는 99년 한해 동안 인터넷기업간 인수합병 규모가 전체 기업 합병사례 가운데 4.4%를 차지해, 98년의 1.5%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올해 인터넷기업간 합병은 166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AOL-타임워너 합병을 제외하고도 총 25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각 업체들은 언제라도 합병 협상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다. AOL-타임워너 합병은 이러한 열기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스탠퍼드대 제임스 반 혼 교수는 “전통적으로 인수합병은 주가 상승기와 경기 활황기에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며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과열되고 경기 활황세가 오래 지속되는 시기는 인수합병의 최적기”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인터넷기업들간의 인수합병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고만고만한 규모의 업체들이 벤처기업 형태로 한꺼번에 창업한 뒤 일정 규모에 이른 인터넷 기업들이 비슷한 형태의 업체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게 된다.
업계가 보다 성숙해지면서 2단계 합병이 일어난다. 통상 이 시점에선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업체들이 다른 업체와의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98년 AOL은 넷스케이프를 인수함으로써 넷센터, 웹브라우저, 기타 소프트웨어 등을 자사 가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 단계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한다. AOL이 타임워너를 인수한 것은 AOL 가입자에게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케이블’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AOL-타임워너의 초대형 합병 발표 이후 분석가들은 다음 합병 대상 업체로 떠오르는 인터넷 및 미디어 업체들의 조합을 점치기에 바쁘다. 양사 합병 발표 직후 리버티 미디어, 디즈니, CBS, 비아컴, 시그램, 뉴스코프 등 구미디어 회사들의 주가는 10% 이상 일제히 폭등했다. 인터넷 업계에서도 야후, 브로드컴, 더블클릭 등의 주가가 7% 가량 상승했다.
AOL-타임워너 합병 이후에 대한 전망은 대략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야후-디즈니의 결합 등 거대 합병회사가 또 하나 탄생하리라는 예상이다. 둘째는 AOL에 필적하는 대규모 인터넷 회사가 많지 않아 소규모 인터넷기업과 미디어 업체들만이 합병하리라는 예상이다. 셋째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AT&T 등의 초대형 업체들이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일부 업계 분석가들은 디즈니나 비아컴 등 미디어 회사가 야후나 MS 등 인터넷 회사와 합병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AT&T가 뉴스코프, 디즈니와 비아컴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이미 제휴관계에 있는 야후와 디즈니가 합병할 것이라거나 GE의 계열사인 NBC를 노리는 곳이 많다는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합병에 이르기까지는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합병 대상으로 거론되는 많은 케이블-미디어 업체들은 여러 개인, 기업에 소유권이 분산돼 있어 실제 거래가 성사되려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