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녀(妓女)가 사회적 신분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하지 못하고 속앓이하는 내용을 담은 ‘서방님’은 파격적인 가사와 동양적인 노래 분위기로 요즘 가장 돋보이는 노래 중 하나다.
“가사 없이 멜로디만 듣고도 무척 좋았어요. 요즘 댄스는 모두 4박자에 ‘나 너 사랑해’ 류의 가사뿐이잖아요. ‘서방님’은 3박자에 가사도 은유적이고 시적이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소은은 특히 ‘그대 가는 길가에/ 이름 모를 꽃처럼 있겠다’는 부분과 ‘정든 님 넓은 가슴/ 멍들게 할 주제 못되니/ 노여워 마세요’란 부분을 마음에 들어했다.
또박또박 거침없이 한국 가요계를 분석하는 이소은은 원래 흥분 잘하고 도전적인 성격으로 “번지점프 한 번 해봤으면!”이 입에 붙었다. 가수가 된 것도 중학교 때 EBS ‘창작가요제’ 광고를 보고 혼자 출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침 가수 윤상이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가수가 될 것을 권유해 고1 때 데뷔앨범 ‘소녀’를 냈다.
“어렸을 때부터 시끄럽단 소리 많이 들었어요. 늘 재잘재잘 노래를 하고 있었대요. 좀 커서는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자주 노래를 불렀지요.”
그녀의 목소리는 가수로서 ‘천부적’이라고 할 만큼 미성이다. 가창력도 뛰어나 TV음악프로그램에서 한 번도 립싱크를 한 적이 없었지만 늘 ‘립싱크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다.
‘서방님’이 들어 있는 2집 ‘신비’는 그녀의 목소리가 발라드뿐 아니라 리듬 앤드 소울이나 레게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어린 나이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노래말이 주어진 것도 제작자가 이소은의 천부적 감각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게 매니저 김혁경씨의 말이다.
“학교일과 방송일 두 가지를 하니까 제 고3 생활이 더 가치있게 느껴져요. 전 학교 가는 일이 너무 행복해요. 조퇴하더라도 학교는 매일 꼭 가요.”
그녀는 음대나 방송연예과보다는 법대나 신문방송학과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노래도 좋지만 변호사나 UN의 일원이 돼서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돕는 게 그녀의 꿈이다.
2녀 중 막내로 언니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