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6

..

‘신의 한 수’ 조현준 회장의 효성중공업 미국 투자

선제적이고 과감한 결단으로 멤피스 공장 인수, 글로벌 호황 이끌어

  • reporterImage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5-11-28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효성중공업의 글로벌 전력기기 ‘빅4’ 위상을 다진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의 글로벌 전력기기 ‘빅4’ 위상을 다진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 회장은 2020년 효성중공업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일본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4650만 달러(약 680억 원)에 인수하는 결정을 과감히 내렸다. 앞서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 플랜을 두고 여러 리스크를 제기하며 공장 인수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경영자로서 미국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고 흔들리지 않았다. 이어 여러 후보지를 놓고 심사숙고한 끝에 멤피스 미쓰비시 공장을 인수 대상으로 최종 결정했다. 

    美 최대 초고압변압기 생산기지로

    조 회장은 미쓰비시의 공장 증설을 포함해 이 공장이 보유한 넓은 부지의 활용성에 주목했다. 당시 철도 및 수로와 인접한 총 200에이커(약 81만㎡) 부지 가운데 약 36만ft²(3만6000㎡) 규모만 공장 부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후 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효성중공업은 미쓰비시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유일한 765㎸급 초고압변압기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전환했고, 2024년부터는 부지를 활용한 1차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현재는 생산량을 기존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자 4900만 달러(약 716억3300만 원)를 투자해 2026년까지 시험 및 생산설비를 2차 증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1억5700만 달러(약 2295억1800만 원)를 추가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한다는 3차 증설 계획까지 내놓았다. 

    3차 증설이 완료되면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미국 최대 규모 초고압기 생산기지로 우뚝 서게 된다. 이로써 효성중공업은 기술 경쟁력과 현지 생산 및 공급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며 글로벌 전력기기 ‘빅4’로서 위상을 좀 더 견고하게 다질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효성중공업의 멤피스 공장 투자는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북미시장 내 확고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중심의 사업 성과로 재편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측면에서 조 회장의 혜안이 빛나는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의 과감한 투자는 이미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1조6241억 원, 영업이익 2198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글로벌 수주고는 약 11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급증했다.

    효성중공업이 운영 중인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이 운영 중인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 제공

    조 회장의 탄탄한 글로벌 인맥이 큰 힘 발휘

    조 회장의 인적 네크워크도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탄탄한 ‘학(學)맥’과 ‘업(業)맥’을 갖춘 재계의 대표적인 글로벌 리더로 통한다. 미국 명문 세인트폴고교와 예일대를 졸업하며 고교생 시절부터 구축해온 미국 학맥이 효성의 글로벌 사업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 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법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효성 입사 전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모건스탠리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조 회장은 미국·일본의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꾸준히 긴밀하게 교류하며 선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어 한미, 한미일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 밖에 조 회장은 팜민찐 베트남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 국가의 핵심 인물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관세 문제 등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유럽, 중동, 일본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대응책을 마련했다. 특히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을 비롯해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등 많은 정보기술(IT) 전문가 및 에너지업계 리더를 만나 에너지산업 변화와 사업 협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왔다. 

    또한 조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올해 3차례 만나 긴밀히 소통했고, 빌 리 테네시 주지사와도 만나 멤피스 공장을 북미 전력산업의 핵심 기지로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스타게이트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고 적극 검토 중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오른쪽)이 3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체리블로섬 정책 서밋’에 참석해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당)과 악수하고 있다.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 회장(오른쪽)이 3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체리블로섬 정책 서밋’에 참석해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당)과 악수하고 있다. 효성 제공

    R&D, 신성장동력 강화로 미래 준비 박차  

     조 회장은 현 호황에 만족하지 않고 연구개발(R&D), 신(新)성장동력 강화 등을 통해 미래를 계속해서 준비해가고 있다. 먼저 조 회장은 엄격한 품질 기준과 높은 기술 신뢰성을 요구하는 유럽 전력시장에서 기술로 승부하고자 10월 네덜란드 아른험 지역에 유럽 R&D 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은 미래 전력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첫 글로벌 연구 거점이다.

    조 회장은 이번 R&D 센터 오픈을 계기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전력 기술의 스탠더드를 함께 만들어가고, 효성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의 유럽 R&D 센터 전경.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의 유럽 R&D 센터 전경.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이 한국전력 양주변전소에 공급한 200MW급 HVDC 시스템.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이 한국전력 양주변전소에 공급한 200MW급 HVDC 시스템.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이 최근 신성장동력과 관련해 속도를 내는 분야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국산화다. HVDC는 인공지능(AI)산업 성장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탄소중립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과제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수급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효성중공업은 2017년 조 회장의 주문 아래 200MW 전압형 HVDC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실적 악화와 적자 부담 속에서도 7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200MW급 HVDC 국산화에 성공했다.

    7월에는 경남 창원공장에서 HVDC 변압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은 국내 최대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 생산시설이다. 효성중공업은 대용량 전압형 컨버터 시스템 제작 시설 증축과 R&D 등 HVDC 사업에 향후 2년간 총 3300억 원을 투자한다.

    효성중공업은 앞으로 2GW급 대용량 전압형 HVDC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 주권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국내외 대형 송전망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 회장은 “HVDC는 단순한 송전 기술을 넘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이끌 핵심 기술”이라며 “효성중공업이 전 세계 HVDC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급등주] “기업가치 매우 저평가” 삼성에피스홀딩스 강세

    [영상] “하락장에 잠 못 자는 투자자라면 ‘자산배분’ 투자가 정답”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