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6

..

다시 힘 실리는 미국의 12월 금리인하

연준 2인자 “고용 하방 위험 확대” 발언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입력2025-12-01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1월 21일 오전 코스피가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에 휩싸이며 3900 선을 내줬다. 뉴스1

    11월 21일 오전 코스피가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에 휩싸이며 3900 선을 내줬다. 뉴스1

    11월 이후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코스피의 경우 10월 말 사상 처음 4000을 돌파할 때만 해도 그 기세를 몰아 연말까지 쉴 새 없이 상승할 것 같았지만 11월 말 현재 3800 부근까지 하락했다. 더욱이 일간 등락폭이 100포인트 이상 되는 일도 잦아 투자자의 현기증과 피로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까지 시장 참여자의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것일까. 단순히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증가해 차익실현이 대거 이뤄졌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필자 생각에는 엔비디아 같은 인공지능(AI)주를 둘러싼 AI 버블 논란도 있겠지만,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12월 금리 동결 확률 29%대로 급락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어진 미 역사상 최장기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은 행정 공백을 넘어 투자자들이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 노동통계국 같은 주요 통계기관의 데이터 수집 및 처리 업무가 중단되면서 9·10월 고용보고서와 실업률 데이터 간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를 들어 셧다운 기간 일시 해고 상태였던 연방 공무원들이 가계조사에서는 실업자로 분류되는 반면, 급여 대장에서는 급여 지급 예정자로 여겨져 취업자로 계산될 여지가 있다. 더욱이 연준이 금리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10월 고용보고서의 가계조사 데이터가 아예 수집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점도 문제다. 백악관도 일부 데이터의 ‘영구적 손실’을 인정했는데, 이는 1948년 이후 77년 동안 이어져온 미국 경제 통계 시계열에 훼손이 가해졌음을 의미한다. 

    투자자에게도 10월은 데이터상 블랙홀이다. 9월 데이터 또한 6주나 늦게 발표되고 그마저도 셧다운 기간 중 기업의 자발적 보고에 의존한 탓에 신뢰도가 떨어진다. 시장은 12월 9~10일(이하 현지 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라는 중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운전대를 잡은 연준 위원들은 밤에 라이트를 켜지 않은 채 운전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같은 데이터 불확실성이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이것이 최근 연준 위원 사이에서 12월 금리 동결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터가 사라진 자리에는 ‘이념’과 ‘정치’가 스며든다고 했다. 과거 연준 위원들은 논쟁을 벌이면서도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책무에서 합의점을 찾아갔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스티븐 마이런 이사를 중심으로 연준 위원 간 의견 대립, 더 나아가 정치적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렇게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은 11월 21일 전해진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발언이다. 연준 내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윌리엄스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관세 충격 같은 일시적 요인에도 “잘 고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공식적으로 일축한 것이다. 

    또 고용 환경에 대해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언급함으로써 연준의 정책 우선순위가 물가 안정에서 고용 유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긴축’에서 ‘완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였다. 파급력은 즉각적이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 발언이 나온 직후 12월 금리 동결 확률은 60%를 상회하던 수준에서 29%대로 급락한 반면, 금리인하 확률은 약 71%로 급등했다.  

    “주가 조정 시 기존 주도주 중심 분할매수 대응”

    물론 시장 분위기는 12월 FOMC 정례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예정된 지표들에 따라 수시로 뒤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공식적인 데이터 부재에도 인플레이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국제유가(현재 60달러대 하회), 미국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3월 이후 50포인트 선 이하에서 안정적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은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래프1 참조). 

    더 나아가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민간고용(최근 4주 기준, 주간 평균 1만 건 감소), 캔자스시티 연은의 노동시장 여건지수(20여 개 고용 데이터를 취합해 산출, 2월 이후 마이너스 영역 지속) 등 대안 데이터들이 고용시장의 하방 위험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그래프2 참조). 

    셧다운에 따른 데이터 공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주가, 금리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60달러대를 하회하는 유가 등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용시장 둔화 추세 지속”이라는 전제는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2월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에 따른 주가 조정 시 이익 전망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반도체·기계·조선 등 기존 주도주 중심의 분할매수 대응”에 무게중심을 두고 가는 것이 적절하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