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독감이 유행하는 가운데 11월 21일 서울 성북구 한 병원에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동아DB
11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아들이 독감 진단을 받은 40대 A 씨가 기자에게 이렇게 걱정을 토로했다. 이날 이 의원에는 진료 시작 시간인 8시 반이 되기 전부터 부모와 함께 온 초등생 환자 1명과 중등생 환자 1명, 성인 환자 3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의사가 한 명뿐인 작은 의원임에도 진료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환자 5명이 추가로 접수했다. A 씨 아들에 이어 진료를 본 초교 2학년생 B 군도 독감 진단을 받고는 함께 온 아버지에게 “나 오늘 학교 안 가도 돼요?”라고 물었다.

A형 독감 진단 2주 만에 재감염
독감이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11월 27일 질병관리청 독감 환자 표본 감시 결과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1월 10~16일)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의사환자 분율)는 66.3명이다(그래프 참조). 이는 직전 주(50.7명)보다 약 30.8%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의사환자 분율(4.6명)의 14.4배에 이른다. 특히 7~12세 의사환자 분율이 170.4명, 13~18세 의사환자 분율이 112.6명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고교 2학년생 C 양은 11월에 독감을 2번이나 앓았다. C 양은 “11월 6일에 A형 독감을 진단받고 격리가 풀린 11일 의사 선생님이 ‘또 독감에 걸릴 수 있으니 마스크를 잘 쓰라’고 해 밥 먹을 때 빼고는 계속 착용했는데도 20일에 또 A형 독감을 진단받았다”며 “의사 선생님이 올겨울에는 3번, 4번도 독감에 걸릴 수 있으니 방학 전까지 마스크를 잘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C 양은 “첫 번째 독감 때는 많이 아프지 않았는데 두 번째 때는 너무 아파서 팔을 들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장의진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에 걸리고 2주 만에 재감염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며 “A형 독감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아형(亞型)이 매우 다양해 한 아형에 감염됐다가 다음에는 다른 아형에 감염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월 말 등장한 ‘K 변이’ 유행 예측 실패
전문가들은 올해 독감 환자가 평년보다 이른 시기부터 늘어난 배경으로 백신 표적과 실제 유행 바이러스 간 불일치를 지목한다. 질병관리청이 11월 1~8일 기준 국내 유행 바이러스를 분석했더니 ‘K 변이’ 점유율이 97.2%였다. 5월 말 등장한 K 변이는 A형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인 H3N2의 새로운 하위 변이다. 그런데 올겨울 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H1N1과 H3N2 ‘J 변이’, B형 독감 바이러스 빅토리아 등 3가지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2월 다음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하면 각국은 거기에 맞춰 백신을 만드는데, K 변이는 이보다 늦게 등장해 유행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독감은 12~1월에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4월까지 유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에 손 자주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준수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올해 독감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중증 예방 효과는 여전한 만큼 미접종자는 지금이라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의진 교수는 “독감백신은 독감에 따른 합병증 발생을 막고 중증 진행률을 낮출 수 있다”며 “올해 이미 독감에 걸렸더라도 다른 아형에 의한 추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권한다”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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