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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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엔 캐리 트레이드’에 미치는 영향

[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엔화 빌려 멕시코 페소화 투자하는 시대 끝나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입력2024-04-0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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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당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전격 도입했다. 은행에 예금을 맡기면 이자를 받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내야 하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다시 말해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맡기면 되레 이자를 물어야 하고, 돈을 맡긴 사람이 맡아준 쪽에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정책금리는 엄밀히 말해 중앙은행과 은행 간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라서 은행 예금자에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정책적 변화는 외환시장 참가자 일부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가 왔음을 알렸다. 일본 엔화 자금시장에서 돈을 빌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나라의 예금, 이를 테면 멕시코 페소화 예금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금융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라고 부른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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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너스 금리, 일본 기업 경쟁력 개선

    ‘그래프1’은 2020년 이후 엔화를 차입해 멕시코 페소화 예금에 투자했을 때 기대 성과를 보여준다. 엔 캐리 트레이드 성과가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에 투자했을 때보다 뛰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거래는 일본은행이 진정으로 바라던 바였다.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멕시코 페소화 같은 고금리 화폐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엔화 약세가 출현하기 때문이다. 2016년 달러/엔 환율은 100엔 전후였지만 2023년 말 150엔까지 상승해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그렇다면 일본은행은 왜 금리인상을 결정했을까.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직접적 원인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을 들 수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 자산 가격 폭락 사태 이후 30년 넘게 제로(0) 물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물가상승세가 이어진 데 이어,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주요 기업의 임금 협상 과정에서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임금상승률이 5%를 넘어서자 일본은행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일본은 물론,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가장 직접적 악영향은 일본 재정수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지난해 3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약 54%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3년 12%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의 외형적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GDP(국내총생산)의 2.5배에 이르는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한 해 동안 약 25조 엔(약 222조 원)에 이르는 이자를 부담했는데, 이는 일본 국방비 지출의 약 3배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상은 정부 재정에 큰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채금리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위험이 당장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 지난해 일본 경제는 4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을 넘어설 정도로 잘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금이 많이 걷힐 뿐 아니라, GDP 대비 부채 비율 같은 각종 지표도 개선된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발표한 이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큰 변화 없이 안정적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남은 문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엔화 강세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빌린 돈을 반환하려고 멕시코 페소화 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멕시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기존 11.25%에서 11.00%로 인하해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그래프2 참조).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 추정치는 분석하는 이마다 제각각이지만, 가장 확실한 통계는 외국은행 일본지점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일본지점에서 엔화를 빌려 영국 런던이나 미국 뉴욕 본점으로 송금한 돈이야말로 엔 캐리 트레이드용 자금일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이 자금은 2007년 22조 엔(약 195조4000억 원)까지 불어났다가 2010년 5조 엔(약 44조4000억 원) 밑으로 줄어들었고, 2022년 말 다시 12조 엔(약 106조5800억 원) 수준으로 회복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엔화 최대 수혜

    여기에 한 가지 더해야 하는 것이 FX마진 트레이딩 거래 포지션인데, 이는 일본 개인투자자의 외환 투자 규모를 나타낸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세력으로, 이들의 투자 규모는 2010년대 중반 거의 3조 엔(약 26조64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FX마진 트레이딩 규모도 이전보다 줄어들어

    1조 엔(약 8조8800억 원) 내외로 추산된다. 따라서 외형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만 보면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제 마지막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벌어질 때 어떤 자산이 이익을 볼지를 살펴보자. 엔 캐리 트레이드는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구조라서 한 번만 엇나가도 연쇄적으로 청산 과정이 일어난다. 즉 안정적 성과 뒤에는 항상 ‘신속하게 행동할 준비를 갖춘’ 투자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부 충격 혹은 수익 저하 가능성이 부각되며 거래가 청산될 때 가장 수혜를 입는 자산은 일본 엔화다. 해외에 투자되던 돈이 일본 엔화로 환전되는 과정에서 ‘엔 사자’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물론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반대편의 고금리 자산 가격이 떨어질 테니 미국달러나 금 같은 안전자산의 가치 상승 가능성이 커지는 점에도 미리 대비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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