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런 정책적 변화는 외환시장 참가자 일부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가 왔음을 알렸다. 일본 엔화 자금시장에서 돈을 빌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나라의 예금, 이를 테면 멕시코 페소화 예금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금융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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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 일본 기업 경쟁력 개선

그렇다면 일본은행은 왜 금리인상을 결정했을까.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직접적 원인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을 들 수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 자산 가격 폭락 사태 이후 30년 넘게 제로(0) 물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물가상승세가 이어진 데 이어,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주요 기업의 임금 협상 과정에서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임금상승률이 5%를 넘어서자 일본은행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일본은 물론,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가장 직접적 악영향은 일본 재정수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지난해 3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약 54%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3년 12%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의 외형적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GDP(국내총생산)의 2.5배에 이르는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한 해 동안 약 25조 엔(약 222조 원)에 이르는 이자를 부담했는데, 이는 일본 국방비 지출의 약 3배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상은 정부 재정에 큰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채금리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위험이 당장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 지난해 일본 경제는 4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을 넘어설 정도로 잘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금이 많이 걷힐 뿐 아니라, GDP 대비 부채 비율 같은 각종 지표도 개선된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발표한 이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큰 변화 없이 안정적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남은 문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엔화 강세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빌린 돈을 반환하려고 멕시코 페소화 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멕시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기존 11.25%에서 11.00%로 인하해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그래프2 참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엔화 최대 수혜
여기에 한 가지 더해야 하는 것이 FX마진 트레이딩 거래 포지션인데, 이는 일본 개인투자자의 외환 투자 규모를 나타낸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세력으로, 이들의 투자 규모는 2010년대 중반 거의 3조 엔(약 26조64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FX마진 트레이딩 규모도 이전보다 줄어들어1조 엔(약 8조8800억 원) 내외로 추산된다. 따라서 외형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만 보면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제 마지막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벌어질 때 어떤 자산이 이익을 볼지를 살펴보자. 엔 캐리 트레이드는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구조라서 한 번만 엇나가도 연쇄적으로 청산 과정이 일어난다. 즉 안정적 성과 뒤에는 항상 ‘신속하게 행동할 준비를 갖춘’ 투자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부 충격 혹은 수익 저하 가능성이 부각되며 거래가 청산될 때 가장 수혜를 입는 자산은 일본 엔화다. 해외에 투자되던 돈이 일본 엔화로 환전되는 과정에서 ‘엔 사자’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물론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반대편의 고금리 자산 가격이 떨어질 테니 미국달러나 금 같은 안전자산의 가치 상승 가능성이 커지는 점에도 미리 대비하면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