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 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을 찾았다. [뉴시스]
“끝까지 공공선을 위해 최선”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계 일각의 ‘총선 후 유학설’을 일축하며 꺼낸 발언의 의미와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3월 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에서 국민의힘 정용선 후보 지지 연설을 하는 도중에 “아침에 누가 그러는데 내가 선거 끝나면 유학 갈 거라고”라며 운을 뗀 후 “뭘 배울 때가 아니라 여러분을 위해 공적으로 봉사할 일만 남아 있다. 끝까지 내 말을 지키고 끝까지 공공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그간 정치권에선 22대 총선이 끝나면 승패와 상관없이 한 비대위원장이 해외 유학 등 형태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만약 여당이 패한다면 책임론이 비등해 정치 생명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기더라도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차기 대권 주자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 도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기든 지든 4월 10일 이후 내 인생이 좀 꼬이지 않겠는가”(2월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라고 답한 바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해외 유학설’을 일축한 배경에 대해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공공선’을 언급한 대목에서도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며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지만 한 비대위원장에겐 차기 당권 도전이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2026년 즈음 당대표 임기가 끝나면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대권 레이스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분석이다.
“전국 유세 과정에서 한 비대위원장도 ‘한동훈 효과’를 체감했을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자신이 구축한 당내 입지라는 것도 있다. 총선 후 자신이 당에서 빠질 경우 공백이 생기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발언은) 자신이 당권에 도전한다는 뉘앙스를 주면서 당 안팎을 다잡는 행보다.”
최근 여권 안팎에선 이른바 ‘대통령실 리스크’가 총선 판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직적 당·청 관계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비등하자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 후에도 당에 남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3월 25일 동아일보와 인터뷰(27일 공개)에서 한 비대위원장은 “당내 후보들은 대통령실발 리스크를 지적한다”는 물음에 “그렇게 묶어서 얘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이든 정부든 부족한 점이 있거나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면이 있을 때 단호히 지적해야 하고 서로 보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머뭇거린 적이 한 번도 없다. 총선에서 승리한 후 내가 당을 이끌어도 그 부분에서는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3월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구 사저에서 예방한 것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한 검사가 바로 한 비대위원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통령 예방은 큰 틀에서 보수 결집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다만 이런 행보를 놓고 여당 수도권 총선 후보 사이에선 ‘탄핵 기억’을 소환해 중도 표심을 얻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철현 교수는 “한 비대위원장의 박 전 대통령 예방은 2027년 대권 로드맵을 위한 것으로 볼 만한 측면이 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형을 구형한 것이) 보수정당 주자로선 아킬레스건이기에 박 전 대통령과 정치적 화해가 필요한데, 이번에 박 전 대통령을 만남으로써 한 비대위원장이 정통 보수에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예방, ‘대권 로드맵’ 해석
다만 ‘총선 후 유학설’을 부인한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과잉 해석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정치를 계속하려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 비대위원장에게 급선무는 중장기 정치 로드맵이 아닌, 당장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전국 주요 승부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만약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120석 이하를 얻는다면 ‘한동훈 효과’는 사실상 없었던 것이기에 한 비대위원장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근거가 사라진다. 여당이 130석 정도를 얻으면 선전한 것이고, 140석을 넘기면 ‘한동훈 효과’를 입증한 셈이 된다”고 짚었다.박성민 대표는 “최근 한 비대위원장이 ‘민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처럼 과거 장제원 의원이 ‘윤심이 당심 되고 당심이 민심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말과 정확히 거꾸로 민심이 당심 되고 당심이 윤심 되게끔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그의 분석이다.
“최근 상황이 불리하다 보니 한 비대위원장이 ‘보수우파’ ‘자유우파’ 같은 얘기를 꺼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낙동강 벨트와 한강벨트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지금 국민의힘은 한 비대위원장만으론 역부족이기에 차기 대권 주자급 인물을 모두 띄워야 한다. 가령 메가시티 이슈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띄우면 되고, 의대 정원 문제는 안철수 의원을 내세우면 된다. 그런데 이들을 내세워 ‘미래로 간다’는 전략이 안 보인다. 윤 대통령이나 한 비대위원장이나 본인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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