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동아DB]](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ca/5e/17/67ca5e171672d2738276.jpg)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동아DB]
한국 기준금리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의 관계를 살펴보면 2021~2022년을 제외하고는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금리인하가 단행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그래프1 참조). 예를 들어 2008~2009년 금리인하 국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570원까지 치솟았고, 2011~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 공포가 부각되며 환율 변동성이 커진 바 있다. 특히 2019~2020년 금리인하 국면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진 때였다.

한국은행, 경제 어려울 때마다 금리인하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한국은행이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금리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자가 빠져나가는 시기, 즉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야말로 금리인하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볼 수 있다.
물론 2021~2022년에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450원까지 상승했음에도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로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운영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때는 경기부양보다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지금처럼 물가가 안정된 시기에는 경기부양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환율이 상승했는데도 물가가 안정된 것은 국제유가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된 덕분이다. 2014~2015년에는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했고, 2019~2020년 에는 글로벌 석유 수요 위축 우려가 원자재 가격 하락 압력을 높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경우에 해당될까.
2008년 이후 18년간 국제유가 하락 국면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을 점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지인 중동이 끝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 2023년 10월 발생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런 돌발 요인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기름값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8년 동안 하락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배럴당 140달러(약 2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유(WTI)는 최근 60~70달러대를 오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끝없는 지정학적 불안에도 안정세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량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전기차 보급률이 가파르게 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 경제가 심각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늪에 빠진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2019~2020년처럼 원유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또 다른 외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내려진 의사결정이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