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기준 세계 주요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한국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11월 15일 ‘세계 부채 보고서’를 통해 세계 37개 주요국(유로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한국이 104.2%로 부채가 가장 많으며, 증가 속도 또한 전년 2분기(98.2%)와 비교해 6%p 올라 가장 빠르다고 발표했다. IIF는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글로벌 가계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5000억 달러(약 1771조2000억 원) 늘었다”며 “조사 대상국의 3분의 1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졌는데 특히 한국, 러시아 등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조영철 기자]
GDP 대비 200% 될 수도
IIF 발표에 한 발 앞서 “한국 가계부채가 세계 최대 수준”이라며 그 심각성을 지적한 이가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 이사(사진)는 최근 내놓은 저서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 위기’에서 “우리나라의 실제 가계부채는 개인금융부채에서 누락된 개인사업자 대출과 임대보증금 채무까지 포함할 경우 1933조인 GDP의 162% 수준인 약 3200조 원으로 추정되며, 이대로 가면 2023년 말 40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9년에도 ‘대한민국 가계부채 보고서’를 펴낸 바 있는 그에게 가계부채 증가 원인과 해결책에 관해 물었다.한국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가계부채 전체 위험을 평가할 만한 통계가 없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가계신용(가계대출금+신용판매), 개인금융부채(가계신용+소규모 개인사업자와 비영리단체 채무) 등을 활용하는데, GDP 대비 부채비율 104%, 105%는 개인금융부채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금융부채에서 빠진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까지 포함하면 총 가계부채는 3200조 원가량 되고 가계성 법인대출까지 포함하면 3500조 원 이상 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계산하면 GDP 대비 160%이고, 가계부채가 4000조 원까지 늘어난다면 GDP 대비 200%가 된다는 건데, 지금까지 어느 선진국도 이렇게 가계부채가 늘어난 적이 없다(그래프 참조).
부채 위기에 따른 부동산과 주식시장 폭락을 우려했는데, 폭락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나.
“현 부동산시장 모습을 주식으로 바꿔 표현하면 아파트는 코스피, 다세대주택은 코스닥, 상가나 토지는 관리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코스피는 거래가 잘 되고 안정적 시장이지만, 코스닥은 신용거래로 고위험 투자가 진행됐다면 외부 충격에 의해 급락하는 현상이 생긴다. 현재 그런 외부 변수로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있다. 이게 가시화하면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거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2022년 말부터, 늦으면 2023년부터 금리인상이 시작되리라 보는데, 내 생각에는 6개월 이상 빨라질 거 같다.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 우리도 매달 올릴 듯하다. 그럴 경우 글로벌 유동성에 미치는 충격이 대단히 클 테고, 가장 약한 고리가 한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집값 안정화 정책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
폭락을 막을 방법은 없나.“더는 부채가 증가하지 않도록 집값 안정화를 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집값 안정화는 단순한 자산가격 안정화가 아닌, 부채 구조조정이자 경제개혁인데 그걸 단행할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다. 부동산 버블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지만 해결이 어렵다. 많은 사람이 집값 안정화와 대출 위험성에 공감하면서도 ‘내 집 하락은 바라지 않고, 내 대출한도 축소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탐욕은 당연한 건데, 그걸 건드리면 인기 없는 정책이 된다. 내년 대선 부동산 공약을 봐도 양당 모두 부동산 부양 정책이지, 안정화 정책이 아니다. 결국 공급 확대가 핵심인데, 이것이 참 딜레마다. 주택을 공급하면 누군가는 사야 하는데 지금 소득으로는 살 수 없으니 저금리로 돈을 빌려줘야 하고, 그렇게 되면 부동산시장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은 이런 경우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터뜨리는 방식이 있고, 대만이나 싱가포르처럼 집값을 극단적으로 올려놓고 보유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있다. 집값이 너무 오르면 살 수 없으니 구매력이 떨어져 거래가 안 되는데, 그래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은 완전한 해결 방법이 아니고 집에 대한 모든 비용을 후대에 전가시키는 일이다. 지금은 정책이 대만이나 싱가포르처럼 가는 것 같은데,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게 한국은 기본적으로 개방경제 체제라 극도의 레버리지가 사용된 상태에서 외부 요인에 의해 충격을 받으면 폭락이 올 수밖에 있다.”
부동산시장 버블 원인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지목했다. 2009년 나온 정책이 왜 지금 문제가 되나.
“처음 전세자금대출이 도입될 때 목적은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대출한도가 적고 금리도 높은 편이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뭘 해도 경기부양이 안 되자 부양책 일환으로 집값을 올릴 방법을 찾게 됐고 전세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사용된 거다. 전세자금대출을 해주면 전세 세입자의 구매력이 올라가고 전세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2016년 서울보증(SGI)이 한도를 5억 원으로 올리면서 특정 계층이 아닌 사실상 모든 계층이 이용할 수 있게 돼 전세금이 오르고 갭투자가 활발히 이뤄져 본격적으로 집값도 오르게 된 거다. 당시에는 갭투자 규제도 없어서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했다.”
사람들이 집값과 관련해 이번 정부에 원망이 크다.
“내가 책을 쓴 결정적 이유도 그것과 관련 있는데, 비판하더라도 잘하고 잘못한 것을 구별했으면 해서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마다 비판받으면서 갈수록 더 나쁜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또다시 공급 확대라는 정책을 내놓은 건데, 물론 단기적으로 싼 집이 공급되고 경기도 나아지니 모두 좋아하는 정책이지만, 이면을 보면 모든 문제를 다 뒤로 미뤄 악화하는 방향이다. 일반인이 좀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서민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자산가, 고소득층, 고신용자가 갖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자기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부채를 갖고 있다는 점이고, 대출 규제를 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것도 이들이다. 실제 취약계층 대출은 은행 기준으로 3%가 안 된다.”
현금성 자산 보유로 폭락 대비
대출받아 자산투자를 했다면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참 안타까운 게 만약 이런 문제가 몇몇 사람이나 일부 취약계층에서 발생했다면 대충 정리되곤 하는데,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그것도 상위 계층이 과다한 부채를 가진 경우에는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준 적이 많다. 그래서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리스크 관리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지금 투자 형태가 상업용 부동산, 토지,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여기에 동참하는 것은 위험하다. 집값 상승이 멈추면 소위 ‘물리는’ 상황이 오는데, 아파트는 내구성이 좋아 오래 기다리면서 다음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나, 다세대주택 등은 감가상각이 심하고 상가의 경우 금리에 취약해 주택시장에서 거래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주식투자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가 도입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신용대출이다. 신용대출은 2030세대의 주식투자에서 아주 중요한 자금 원천인데, 이게 줄다 보니 점점 고위험 투자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 투자금이 줄면서 많이 올랐던 종목들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확실한 것은 변동성이 대단히 크다는 사실이고, 폭락 가능성까지도 열어놓고 봐야 한다.”
위기는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실물가치는 하락하고 현금가치는 올라갈 거다. 그때 원화보다 달러화 자산의 가치가 더 올라갈 테니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좋을 것 같다.”
※가계부채에 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담은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인터뷰는 매거진동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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