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현지시각)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새 사명 ‘메타’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 · 메타]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위기 대응으로도 읽힌다. 9월부터 기업가치가 20%가량 하락해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은 상대적으로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빅테크기업을 상대로 반(反)독점 규제에 나서는 등 악재가 있었으나, 이는 페이스북만의 일은 아니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페이스북 페이퍼’ 폭로로 곤혹
위기의 단초는 ‘페이스북 페이퍼’라는 내부 문건이었다.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페이스북에서 근무한 한 데이터 과학자가 내부 문건을 미국 하원과 증권거래위원회에 제공하고 의회 청문회까지 출석해 데이터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폭로했다. 폭로 내용의 핵심은 △페이스북이 자사 SNS 인스타그램의 일부 게시물이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유해 정보 차단 알고리즘을 통해 위험성을 인지했으나 이윤을 우선했다는 것 등이다. 미국 주요 언론사가 이를 집중 보도하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도 커졌다.페이스북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영국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데이터를 미국 대선에 악용해 곤욕을 치렀다. 페이스북은 SNS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구설에 올랐다. 2018년 페이스북은 소비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벌금 50억 달러(약 5조9150억 원)를 선고받았다. 2019년 이용자 2억6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추가 유출됐고, 이듬해 페이스북 광고 효과 측정 시스템 오류가 발견돼 피해 고객들에게 보상까지 했다. 수년 동안 페이스북은 기업 이미지 관리에 난항을 겪었다.
저커버그가 메타라는 새 사명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기존 서비스를 포괄하려 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SNS 특성상 서비스 운영사의 책임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개별 SNS와 기업 이미지를 분리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저커버그의 시도가 효과를 거둔 것일까. 기업 지배 구조 변화 없이 사명만 바꿨음에도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락 추세이던 페이스북 기업가치는 소폭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NFT로 ‘창작자 경제 시대’ 도래
메타가 공개한 메타버스 회의실 호라이즌 워크룸. [사진 제공 · 메타]
VR(가상현실) 기기업체 오큘러스가 출시한 VR 시스템 ‘퀘스트 2’. [사진 제공 · 오큘러스]
커넥트 콘퍼런스에서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기존 웹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포괄하는 새로우면서도 절충적인 인터넷 공간으로 규정했다. 서로 다른 메타버스를 통합할 기술 표준 및 관리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신기술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하려면 기술 호환성, 서비스 연속성이 필수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저커버그가 인터넷 비즈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그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을 바탕으로 창작자 경제 시대가 개막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콘텐츠·데이터 주권의 중요성도 짚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기업 브랜드가 훼손되거나 주가가 추락해 사명 변경이라는 ‘이미지 세탁’을 꾀한 경우가 흔하다. 회사 비전을 대전환하는 과정에서 새 이미지가 필요해 사명을 변경한 사례도 많다. 2007년 ‘애플 컴퓨터’가 ‘애플’, 2011년 ‘스타벅스 커피’가 ‘스타벅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구글’도 2015년 지주회사명을 ‘알파벳’으로 바꿨다. 페이스북, 아니 메타가 이미지 변신을 넘어 메타버스 시대의 총아로 거듭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