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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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노인 빈곤율 OECD 1위, 금융맹이 생존 위협한다

[김성일의 롤링머니]

  • 김성일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

    입력2021-11-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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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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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봤다. 2018년 방영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제대로 보고 나서야 왜 많은 사람이 ‘인생 드라마’로 손꼽는지 알게 됐다. 드라마는 삼형제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삼형제 가운데 첫째는 22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당했고 그 후 시작한 사업이 망했으며, 아내와 별거 중이고, 빚쟁이에게 쫓기면서 살고 있다. 셋째는 영화감독의 꿈을 좇아 연봉 500만 원 조연출 생활만 20년을 했으나 결국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 못했고, 큰형과 함께 어머니 집에 빌붙어 살며 백수로 지낸다. 가족과 고향 사람들의 자랑거리인 둘째는 대기업 부장으로 승승장구하는 듯하지만 아내의 외도와 회사 내 정치적 암투 등으로 괴로운 삶을 살고 있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 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지식 부족한 한국인

    삼형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나의 아저씨’. [사진 제공 · tvN]

    삼형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나의 아저씨’. [사진 제공 · tvN]

    아이유(이지은), 이선균, 고두심, 박호산, 송새벽 등 명배우의 좋은 연기 및 탄탄한 스토리는 필자에게도 공감과 치유를 선물했다. 다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생각난 것이 ‘연금’이었다. 만약 첫째가 직장생활을 하는 22년간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꾸준히 납부하고 잘 굴렸다면 어땠을까. 퇴사 후 사업을 시작할 때 이 돈 저 돈 다 끌어올 게 아니라 연금만이라도 남겨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이 들어 아픈 허리를 이끌고 계단 청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딸 결혼식 때 큰 선물은 못 해주더라도 아내에게 생활비 정도는 꾸준히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런 드라마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마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테니까.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회원국 평균인 15.7%에 비해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가 우리 국민의 ‘금융지식 부족’인 것은 분명하다. 2019년 1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서 한국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64.9점(2015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한 2015년 ‘세계 금융이해력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금융이해력은 143개국 가운데 77위로 나타났다. 미얀마 23위, 몽골 43위, 가봉 67위, 우간다 76위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이 나라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한국이 국가경쟁력 대비 금융이해력이 너무 낮다는 뜻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순위였다.

    글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문맹(文盲)’이라고 하듯, 금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금융맹’이라고 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글을 모르면 사는 데 다소 불편하지만, 금융을 모르면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금융맹이 문맹보다 더 무섭다”라는 말로 금융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금’에 대한 지식 역시 사람마다 큰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의 장기 고갈 가능성이나 연금 관련 일부 금융상품에 관한 단편적 지식과 경험만으로 연금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가 많다. 어떤 이는 연금을 자신에게서 수수료를 착취해가기 위한 금융회사의 상술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연금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보면 혜택이 많은 제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금액이 16.5%나 된다(총급여액 5500만 원 이하는 16.5%, 초과는 13.2%). 두 계좌를 합해 연간 700만 원을 납부하면 세액공제로 115만 원(16.5%일 때)이나 돌려준다는 얘기다. 이러한 계좌는 은행, 보험, 증권사 등 다양한 금융사에서 가입할 수 있으며, ‘계좌 이전 제도’를 통해 페널티 없이 금융사를 바꿀 수도 있다.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계좌와 IRP 계좌는 계좌 관리 보수가 매우 저렴하거나 무료인 경우도 많다. 이 계좌들에서는 다양한 ETF(상장지수펀드)를 이용해 자신의 투자 방식에 맞게 투자를 실행할 수 있으며, 모바일 가입자의 경우 ETF 매매 수수료가 무료인 경우도 꽤 있다.

    이런 내용을 공부해 알게 된 상당수 사람이 은행,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로 이동한 IRP 규모가 2019년 1563억 원에서 올해 7987억 원(9월 말 기준)으로 2년 새 5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사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에서 ETF 투자액 역시 주요 4개 증권사 기준으로 2019년 1836억 원에서 2021년 1분기 말 1조3000억 원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부한 후 제도를 이용해 연금을 운용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연금제도를 이용한 적극적인 투자는 금융이해력을 높이려는 노력에서 비롯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서 말(약 54L)이나 되는 동그란 것이 구슬인지, 돌멩이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자세히 살피고 공부하지 않아서다. 또 구슬인 줄 알아도 실제로 꿰어서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천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다.

    막연히 ‘단기 고수익으로 부자가 되면 되겠지’ ‘사업에서 성공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살다 보면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 속 많은 이의 삶에서 이런 힌트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다. 잘 가려서 보면 구슬 같은 정보가 많다. 금융이해력을 높이고자 노력하면서 그 구슬을 잘 꿰어놓으면 나쁘지 않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막연히 불안하기만 한 노후에도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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