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트와이스가 신곡 ‘SCIENTIST’로 컴백했다. [뉴스1]
데뷔한 지 벌써 6년. 트와이스에게 한때는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 돼”처럼 구시대적 여성관이 담겼다거나, “립스틱을 맘맘마” 같은 가사와 애교 많은 안무가 너무 유아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를 생각하면 ‘SCIENTIST’는 근사한 진화다. 언젠가부터 트와이스는 무대를 훨씬 넓게 쓰면서 군무가 주는 쾌감을 적극적으로 살렸고, 노래 멜로디도 자신감으로 든든해졌다. 그 끝에 ‘SCIENTIST’가 있다.
‘OOH-AHH하게’ ‘CHEER UP’ 등 초기 노래의 내용은 ‘매력적인 나를 가질 자격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여성 아티스트 곡에 흔히 등장하는 테마다. 반면 ‘SCIENTIST’는 여전히 청자를 유혹하고 독려하지만, 가사는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사랑하자”고 말한다. 사랑 또는 자격을 갖춘 이를 기다리기보다 관계를 함께하는 존재로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모습이다. 멤버들의 다채로운 음색이 전에 없이 선명해지고, 그 운용도 곡의 역동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3분 20초간 그야말로 멈출 새 없이 감상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새삼 떠오르는 것은 ‘팝송’이라는 존재다. 잘 만들어진 팝송의 미덕 중 하나는 만드는 이들만 치열하게 고민할 뿐, 감상자는 복잡할 것 없이 몸과 마음으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수면 밑에서만 바쁜 백조처럼 말이다.
팝송의 고전적 가치 지켜내
6년 동안 케이팝시장이 다루는 테마의 유행은 수차례 바뀌었다. ‘세계관’ 같은 복잡한 설정이나 서사가 흥행 필수요소처럼 여겨진 적도 있다. 요즘은 메타버스가 뜨거운 키워드다. 그러나 트와이스에게는 좌고우면하는 기색이 없다. 사랑 이야기, 그것도 걸그룹 음악의 아주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메시지를, 다만 새롭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담아낸다. 뮤직비디오에서 한바탕 소동으로 표현되는 활기, 맹렬하거나 서사적이기보다 그저 유머러스하고 낙천적인 사랑 같은 것도 고전적이다.그저, 좋은 팝송이 가능한 이유는 트와이스이기 때문이다. 한때 트와이스가 부르면 ‘애국가’도 차트 1위를 한다는 말도 있었는데, 단지 인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쾌하고 행복한 사랑 노래를 트와이스만큼 잘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는 좀처럼 없다. 그렇다고 그런 노래만 꾸준히 하면서 진화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트와이스 식의 외길 인생’이다. 가사에서도 사랑만 아는 사람은 ‘나사 하나 빠진’ ‘바보’로 표현되지만,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것은 트와이스가 팝송의 고전적 가치를 지켜내는 방식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