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업비트 캡처]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을 꿈꾸는 MZ세대가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MZ세대의 스마트폰에 증권 거래 애플리케이션(앱)과 함께 깔린 게 바로 암호화폐 거래소 앱이다. 11월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1위는 두나무(대표 이석우)가 운영하는 업비트. 10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89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300만 명)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회원 연령대를 보면 20대 비중이 31%로 가장 높다. 30대(29%)와 40대(24%)가 그 뒤를 잇는다. 2030세대가 전체 회원의 60%를 차지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및 핀테크(금융+기술) 전문기업 두나무는 올해 기업가치 100억 달러(약 11조 원) 이상인 ‘데카콘’ 반열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가 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매출액 1767억 원, 영업이익 866억 원, 당기순이익 477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 문을 연 두나무가 초기부터 암호화폐 및 증권 거래 사업을 한 건 아니다. 한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화제 뉴스를 큐레이션하는 ‘뉴스메이트’ 운영사로 알려져 있었다. 두나무 창업자인 서울대 컴퓨터공학·경제학과 98학번 송치형 의장은 10월 모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스타트업은 일단 바늘로 구멍을 내고 넓혀야 한다”며 “확신이 없을 때 기능을 늘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핵심이 아닌 것을 버릴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발주자 1위 비결
이석우 두나무 대표. [사진 제공 · 두나무]
같은 해 12월 두나무는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창립자인 송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84학번인 이 대표는 기자 출신으로, IT(정보기술)업계와 인연은 한국IBM 고문 변호사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NHN, 카카오 등을 거쳤다.
업비트는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중 가장 후발주자임에도 1위에 올랐고 현재까지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톡 계정 연동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점, 직관적인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거래 가능 코인이 많은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두나무 관계자는 “업비트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모바일-퍼스트 전략을 채택했다.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된 UI를 구현해 언제 어디서나 거래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업비트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자산 인덱스 ‘UBCI’를 출시해 거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지수를 제공한다. 올해 초에는 디지털 자산 심리지수인 ‘공포-탐욕지수’를 선보였다.
두나무를 먹여살리는 서비스가 업비트라는 점은 양날의 검과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업비트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암호화폐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사활을 걸기엔 리스크가 있다는 것. 두나무 측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서비스별로 구분해 공개하지는 않는다”며 “증권플러스, 증권플러스 비상장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 및 펀드 관리 서비스 온보드(지난해 12월 출시) 등 다양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고, 각 서비스마다 분야에서 상위권을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엔터사와 NFT 사업 협업
두나무가 서비스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증권플러스 비상장 캡처]
두나무는 업비트의 성공 등을 발판 삼아 신화를 쓸 준비를 마쳤다. 11월 초 하이브가 두나무와 협업한다고 발표하면서 공개한 지분 스왑 비율에 따르면 두나무 기업가치는 20조 원에 달한다. 1주 가격으로 환산하면 59만 원. 2013년 주당 40원에 불과하던 기업가치가 8년 만에 1만4750배 성장한 셈이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에서도 두나무 주가는 50만 원 중후반대로 형성돼 있다. 해외 상장 이야기도 꾸준히 나온다. 기업공개(IPO) 일정에 대해 두나무 측은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두나무의 ESG 경영 키워드 3
나무, 청년, 투자자 보호
[사진 제공 · 두나무]
2024년까지 ESG 경영을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간다. ‘나무’ ‘청년’ ‘투자자 보호’를 키워드로 잡고 환경과 사회발전에 기여하고자 수익을 나눌 예정이다. 두나무의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정보와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고, 디지털 자산 표준 룰과 건강한 투자 생태계도 조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