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4일 이재명 당시 경기 성남시장(왼쪽)이 반려견 행복이와 성남시청 인근을 산책하고 있다. 2020년 12월 18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반려견 토리와 자택 인근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성남시, 동아DB]
“죽기 위해 태어난 생명, 식용개를 인정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11월 1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태어날 때부터 식용인 개는 없다”며 “개를 식용과 비식용으로 구분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인식과 태도가 다른 사회적 문제의 진단과 해법에도 그대로 투영될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전날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종합토론회에서 개 식용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쪽쪽 빨아요, 쪽쪽 빨아”
윤 후보가 소문난 ‘애견인’인 만큼, 이 같은 발언이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캠프 측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윤 후보에게 악의적인 프레임을 거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 사무총장은 11월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후보가 반려동물을) 자식보다 더 예뻐한다. 쪽쪽 빤다. 쪽쪽 빨아 그냥”이라며 목격담을 전했다. 실제로 윤 후보의 반려동물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7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운다. 개가 4마리, 나머지 3마리는 고양이다.윤 후보가 키우는 반려동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12년 결혼 이후 울산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입양한 흰 진돗개 ‘토리’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과 이름이 같다. 토리는 지난해 12월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을 당시 윤 후보와 산책하던 강아지다. 개가 앞장서고 견주가 뒤따르는 통상의 산책과 달리, 윤 후보가 앞장서고 토리가 제자리에 멈춰선 사진이 찍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윤 후보는 교통사고를 당해 4개월여 동안 수차례 수술받은 토리를 보살폈다. 윤 후보는 이외에도 유기견인 믹스견 ‘나래’를 입양했고 반려견 비숑프리제 2마리를 키운다.
반려견은 대선 국면에서도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토리가 주인인 인스타그램 계정 ‘토리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등 분신처럼 대했다. 다만 끝은 좋지 않았다. 당초 토리는 귀여운 외모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10월 21일 ‘개 사과’ 논란이 벌어진 후 노출되지 않고 있다. 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 역시 폐쇄됐다. 윤 후보가 11월 10일 광주를 방문해 이른바 ‘개 사과’ 논란을 사과하며 사안은 마무리됐다.
이재명 후보 역시 개 관련 사연이 남다르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 11월 20일 당시 세 살이던 래브라도 리트리버 ‘행복이’를 ‘기관 입양’했다. 행복이는 유기견으로, 개 사육장 주인에게 잡혀갔으나 이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구출했고 최종적으로 성남시에 입양됐다.
성남시에서 행복이는 ‘견생역전’을 이뤘다. 국민의힘 안극수 성남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좁은 개 사육장에서 묶여 지냈던 행복이는 성남시가 제공한 330여㎡(100여 평)의 ‘야외 청사’에서 생활했다. 안 시의원은 이를 ‘100평 호화 청사’라고 불렀다. 2016년부터 파양할 때까지 성남시가 집행한 행복이 관련 예산만 1억6000만 원이다. 행복이는 성남시 반려동물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등 유기견 입양 관련 인식 제고에도 기여했다. 이 후보는 시정 수행 틈틈이 행복이와 인근 지역을 산책하며 시민들과 인사했다.
행복이가 늘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8년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이후 성남시가 행복이를 파양한 것이다. 카라는 2018년 10월 16일 “성남시는 4년 전 행복이를 입양하면서 적절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시장이 바뀌더라도 계속 입양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성남시에 실망했고, 전임 시장으로서 후임자에게 행복이와 관련한 약속을 정확히 인수인계하지 않은 이재명 전 시장도 야속하다”고 비판했다. 행복이는 새 보호자에게 입양됐다. 안광한 성남시의회 의원은 2019년 1월 18일 본회의에서 “필요하면 이용하고 목적 달성 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개만도 못하다는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행복이 입양을 주도한 이 전 시장은 이러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행복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표심은 어디로
반려동물 동반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선후보들이 어떤 관련 공약을 낼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꾸준히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개 식용 문제와 관련해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성남시장 시절에는 모란시장 내 개 시장 전업을 유도했다. 경기도지사 임기 시절에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으로 하여금 불법 개 도살 현장을 단속하게 했다. 이 후보는 9월 27일 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지시에 대해 “당연한 조치이고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이 후보는 이외에도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공약했다. 동물병원별로 2~6배까지 차이가 나는 진료비를 통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11월 18일 공약을 발표하면서 “진료비 표준수가제가 정립되면 정확한 보험료율 산정이 가능하다. 관련 보험상품도 다양해져 반려인 입장에서 맞춤형 보험상품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윤 후보 측은 아직 세부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캠프에서는 반려동물 진료비와 관련된 공약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10월 31일 국민의힘 경선후보 종합토론회에서 “동물병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공약을 공모하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다 등록하고 관리하는 등 기본 요건이 충족된 다음에 보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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