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중계하시네요! 이번엔 현모 님 단독 중계!
현모 아, 그러게요. 혼자 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돼요.
영대 좀 신선한 거 같아요. 일단 지상파 방송사가 아니라, 처음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왓챠에서 중계한다는 게 엄청난 차이 아닌가요?
현모 그죠. 저도 깜짝 놀랐어요. 회의를 하고서야 어떤 방식인지 이해했는데, 방송 심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용어 제약이 덜하고, 기획자들 마인드도 확실히 젊은 거 같아요. 거의 유튜브 개인방송처럼 편하게 해달라고 주문하더라고요.
영대 오, 진행이 훨씬 자유롭겠어요. 그래도 혼자라 부담되겠네요. 제가 옆에서 도와드리면 좋을 텐데 말이죠. ㅋㅋ 방송 욕심 때문은 아닙니다. ㅎㅎ
현모 옆에서 주거니 받거니 해줄 분이 있으면 저야 좋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려면 뻘쭘할 거 같긴 해요.
미국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Artist of the Yea r(올해의 아티스트)’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BTS).[뉴스1]
현모 BTS(방탄소년단)죠.
영대 아니, 그냥 시작부터 BTS요? ㅋㅋㅋ
현모 제가 비밀 유지 때문에 말씀을 못 드리는 게 있는데,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BTS를 위한 쇼가 될 거 같아요. 월요일 오전(11월 22일 오전)이란 게 흠이지만, 꼭 봐야 함!
영대 최초로 ‘Artist of the Year(올해의 아티스트)’ 후보에도 올랐잖아요. 미국 음악산업을 위한 행사에서 한국 가수가 올해의 아티스트 후보에 오르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대단한 일인데, 생각보다 언론에는 보도가 안 되는 거 같아요.
현모 우리가 더 열심히 얘기하고 다녀야죠. 근데 왠지 수상할 거 같아요.
영대 음, 저도요. 이미 여러 매체와 인터뷰까지 해 빼도 박도 못 하니, 받을 거 같아요! 앗, 근데 현모 님 지금 뭔가 알고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현모 수상 여부를 제가 미리 알 순 없죠. ㅋㅋ
영대 그럼 비밀이 뭔지 저한테만 살짝 알려주세요.
현모 ㅎㅎㅎ 아직 날짜가 한참 남았는데, 우리가 아무리 친해도 이건 직업윤리가 걸린 문제라….
영대 이렇게 프로페셔널한 답변을 듣다니.
현모 저 ‘어벤져스: 엔드게임’ 행사 전에도 남편한테 말도 못 하고 입 꾹 다문 사람이에요. ㅋㅋ
영대 ㅋㅋㅋ 진짜요?
현모 집에서 계속 마블 영화만 주야장천 보는데도 남편이 전혀 눈치를 못 채더라는. ㅎㅎㅎ
영대 와, 현모 님 너무 믿음직스럽네요.
현모 그나저나 사회를 카디 비(Cardi B)가 봐요. 이것도 새롭지 않나요? 여성 힙합 아티스트의 진행!
영대 살짝 불안하네요. 과연 깔끔하게 잘 볼 수 있을지….
현모 발음이 특이해서 쉽지 않을 거 같긴 해요. 중간에 무슨 돌발 발언이나 행동을 할지도 모르고요.
영대 설마 욕은 안 하겠죠?
현모 계속 영상 찾아보고 기사 읽어보는데, 매번 시상식 준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뮤지션들의 재능이 진짜 부러워요.
영대 ㅎㅎㅎㅎ 부러워하기 또 시작됐다.
현모 17~18세밖에 안 된 소녀가 그냥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한 곡 뚝딱 쓰고. 우울할 때 기타를 잡으면 가사랑 멜로디가 저절로 나오고…. 이런 거 넘 대단하지 않나요?
영대 에이, 아무나 그렇진 않죠.
현모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그렇고.. 혹시 테일러 스위프트 신보 ‘Red(Taylor’s Version)’ 들어보셨어요?
영대 아직 못 들어봤어요. ‘Red’는 원래 있는 음반 아닌가요?
현모 맞아요. 아시다시피 ‘Red’는 2012년 이미 발매돼 히트한 앨범인데, ‘테일러의 버전’이라고 괄호를 달아 다시 냈어요. 곡들에 대한 마스터 권한이 본인한테 없기 때문에 곡을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재녹음을 해버린 거죠. 지난해 A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를 포함해 상을 3개나 탔는데, 영상 메시지로 소감을 전하면서 자기가 옛날 노래들을 다시 녹음하고 있다고 귀띔했거든요.
영대 그죠, 마스터 권한은 당시 음반사에게 돌아갔을 테니까요.
현모 네. 2019년 이전에 낸 것들은 전부 빅 머신 레코드가 갖고 있다 스쿠터 브라운이 인수했고 그것을 다시 매각했어요. 아무튼 트랙 중에 ‘All Too Well’이라는 10분짜리 곡이 있더라고요. 원곡도 5분 정도로 긴데, 요번 10분 버전이 오리지널이래요. 밴드랑 무려 10분 동안 연주한 걸 음반 포맷에 맞춰 짧게 줄여서 수록한 건데, 이번에 ‘창고’를 털어 원래 버전을 발표한 거죠. 진짜 신기하지 않아요? 그냥 기분이 약간 꿀꿀하다는 이유로 멤버들이랑 같이 악기를 들고 즉흥적으로 10분이나 애드리브로 흥얼거리며 곡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게요.
영대 현모 님이 늘 아티스트의 그런 창조적 재능을 동경하는 것만큼, 현모 님의 재능을 부러워하는 이도 많다는 걸 알면 좋겠어요.
현모 무슨 소리래요…. 한편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나도 요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친구들이랑 노래방만 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 컴퓨터로 비트 찍고 미디 작업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영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현모 제가 사실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기자간담회도 같이 준비하고 있어서 이번 주는 내내 유튜브로 팝과 케이팝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게 뭐냐면요. 단순히 제 알고리즘 역학일 수도 있지만, 해외 가수를 검색해도 케이팝 가수들 콘텐츠가 같이 나온다는 거예요. 케이팝 가수를 검색해도 해외 콘텐츠가 같이 나오더라고요. 갈수록 팝과 케이팝의 구분이 흐려지는 거 같아요.
영대 정확히 보셨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그 구분이 약해지고 있는 게 맞아요. 일단 케이팝 가수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어 케이팝 가수 자체가 우리가 아는 ‘팝’ 경계 안으로 들어간 게 하나가 있고요. 둘째로는 이걸 즐기는 세대가 누구냐가 있어요. 요새 Z세대는 미국팝이니, 케이팝이니 하는 구분 자체가 별로 절대적이지 않다고 해요. 그저 그때그때 유행하는 하나의 트렌디한 음악일 뿐이고, 그 안에 자기 취향만 있을 뿐이죠.
현모 그렇겠네요. 국경이 무슨 의미겠어요. 다 똑같이 손바닥 안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건데.
영대 제가 알기로 Z세대는 거의 모든 음악을 틱톡 같은 뉴미디어로 소비하는데, 웃긴 게 도대체 이 가수가 어느 세대인지, 어느 국적인지, 어느 장르인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좀 ‘맥락 없는(?)’ 소비랄까. 근데 그 맥락 없음이 오히려 케이팝 같은 주변 산업이 주류로 안착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수준도 비슷해졌고요.
현모 완전 공감해요! 누구라고 밝힐 순 없지만, 한 팝스타의 뮤직비디오 BTS(Behind The Stage) 영상을 보는데 스태프들이 콘셉트 회의를 하는 모습이나 안무를 짜는 모습이 약간 뭐랄까, 학교 조별 과제처럼 체계가 없는 거 같더라고요.
영대 차라리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더 낫죠? ㅎㅎㅎ
현모 ㅎㅎㅎ 어릴 땐 미국이 대중음악 선진국이니까 무대뿐 아니라, 스타들의 무대 뒤 모습과 전체적인 제작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획기적이고 발전돼 보였죠. 요샌 반대로 외국이 오히려 주먹구구 같고, 한국이 한 단계 수준이 높아 보인달까.
영대 ㅎㅎ 대다수 사람이 아직 모르지만, 한국이 그런 면에서 더 정교하고 세련된 부분이 많아요.
현모 물론 평균 수준은 아직 그들이 앞서 있기야 하겠지만요.
영대 그들이 역사나 전통은 깊으니까 저변 측면에서 우리가 아직 모자란 부분도 많죠. 최상과 최하의 격차가 큰 느낌? 하지만 국가대표 레벨의 최상급에서는 이미 동등한 급이라고 생각해요. 그 레벨에서는 정말 단순히 취향 차이고, 오히려 우리가 더 잘하는 부분도 많다고 느끼고요.
현모 아마도 이 기사가 나갈 때쯤이면 우리 예언이 과연 적중했는지 AMA 결과가 나왔겠군요.
영대 현모 님이 함구한 일급기밀이 뭔지도 밝혀질 테고요.
현모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영대 악! 궁금해~~~.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