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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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위한 대서사시, 장욱진 화백 작품 110점

부인이 시주했던 작품…12월 15일까지 일반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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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1-11-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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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진묘’, 캔버스에 유채, 22.8×16.2㎝, 1973(왼쪽). ‘팔상도’, 캔버스에 유채, 35×24.5㎝, 1976.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진진묘’, 캔버스에 유채, 22.8×16.2㎝, 1973(왼쪽). ‘팔상도’, 캔버스에 유채, 35×24.5㎝, 1976.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누워 있는 사람’, 세리그래피, 26×32.5㎝, 1979(왼쪽). ‘아이들’, 세리그래피, 19×27.5㎝, 1980.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누워 있는 사람’, 세리그래피, 26×32.5㎝, 1979(왼쪽). ‘아이들’, 세리그래피, 19×27.5㎝, 1980.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한국 근대미술 거장 장욱진(1917~1990) 화백의 작품 110점이 40여 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은 11월 16일 경기 용인시 마북로 ‘장욱진 가옥’에서 ‘장욱진의 발원-김강유·이광옥 기증전’을 개막했다. 유화 2점을 포함한 이번 전시 작품은 장 화백의 아내 이순경(101) 여사가 1970년대 중반부터 금강경 공부 모임에 시주했던 것들이다.

    먹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욱진 화백.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먹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욱진 화백.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아내의 불심 표현한 ‘진진묘’

    이 여사는 동국대 총장을 지낸 백성욱 박사 문하에서 김강유 김영사 회장, 이광옥 씨 등과 함께 공부했다. 장 화백은 아내의 불심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여럿 그렸고, 이 여사가 이 작품들을 금강경 모임에 시주한 것. 시주받은 작품들을 보관 중이던 김 회장과 이씨가 6월 장욱진미술문화재단에 기증 의사를 밝히며 이번 전시가 성사됐다.

    11월 16일 전시 개막 행사에서 장 화백의 장녀 장경수 씨는 “김 회장은 작품뿐 아니라 달력에 그린 아버지 그림까지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다”며 “아무 조건 없이 작품을 기증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대표적 작품은 유화 ‘팔상도’(1976)와 ‘진진묘’(1973)다. 가로 24.5㎝, 세로 35㎝ 캔버스에 부처의 탄생부터 열반까지 일대기를 담은 ‘팔상도’는 장 화백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가득하다. ‘진진묘’는 장 화백이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내조한 아내를 보살로 표현한 작품. 진진묘(眞眞妙)는 이 여사의 법명이기도 하다.

    장 화백이 생전 그린 ‘진진묘’는 모두 3점이다. 세 작품 중 가장 유명한 1970년작 ‘진진묘’는 불교 경전을 외는 아내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그렸다. 장 화백은 이 작품을 7일간 잠을 안 자고 밥도 안 먹으면서 그리다 혼절했다. 이에 이 여사가 장 화백의 건강을 염려해 이 작품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 ‘진진묘’는 2014년 10월 경매에서 5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번 전시에 기증된 1973년 작 ‘진진묘’는 가부좌를 한 채 새벽 기도를 하는 아내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팔상도’와 ‘진진묘’뿐 아니라 매직 그림, 먹그림, 판화도 만날 수 있다.



    ‘기도하는 여인’, 종이에 수채, 1979(왼쪽). ‘싸리문’, 한지에 먹, 1982.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기도하는 여인’, 종이에 수채, 1979(왼쪽). ‘싸리문’, 한지에 먹, 1982.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장욱진 가옥’ 양옥 2층에는 장욱진 화백의 작업실이 보존돼 있다.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장욱진 가옥’ 양옥 2층에는 장욱진 화백의 작업실이 보존돼 있다. [사진 제공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심플하지만 충만한 작품

    전시가 열리는 ‘장욱진 가옥’은 장 화백이 1986년부터 타계한 1990년까지 5년간 거주한 곳이다. 이 시기 장 화백은 평생 동안 제작한 작품 1200여 점 가운데 5분의 1 정도인 220여 점을 그렸다. ‘장욱진 가옥’은 한옥과 양옥으로 이뤄졌다. 이번 전시는 양옥 1층 전시실에서 열리며, 기증작 110점 중 44점이 전시된다. 1실에서는 ‘팔상도’와 ‘진진묘’ 유화 2점을 비롯한 매직 그림을, 2실에서는 먹그림을, 3실에서는 판화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으며, ‘팔상도’와 ‘진진묘’는 토·일요일 오후 2~5시에만 공개한다.

    “가장 진실한 고백, 솔직한 자기 고백이라는 진실을 사람들은 일생을 통해 부단히 쌓아나가고 있나 보다. 그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자신의 소모까지 마다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까지 그림이라는 방법을 통해 나 자신의 고백을 가식 없는 손놀림으로 표현해오고 있다. 이제 이곳에 있는 단지 내 그림과 대화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장욱진 화백의 말이다. 장 화백은 평생 심플함을 추구했다. 그림도 심플하다. 집, 가족, 나무, 까치 등 친근한 소재를 작은 캔버스에 심플하게 표현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충만함과 깊이감이 가득하다. 깊어가는 가을, 고택 툇마루에 앉아 ‘작고 예쁜’ 그림 속에서 아내를 향한 장 화백의 고백을 들으며 만추를 즐겨도 좋겠다.

    장욱진 화백은 1884년 지어진 초가집을 한옥으로 개조해 1986년부터 1990년 타계할 때까지 5년간 거주했다. [지호영 기자]

    장욱진 화백은 1884년 지어진 초가집을 한옥으로 개조해 1986년부터 1990년 타계할 때까지 5년간 거주했다. [지호영 기자]

    서울 명륜동 집에 있던 정자를 옮겨와 만든 공간. [지호영 기자]

    서울 명륜동 집에 있던 정자를 옮겨와 만든 공간. [지호영 기자]

    이승희 국어학자가 ‘연못의 물고기를 바라보는 오두막’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관어당’의 현판은 장욱진 화백이 직접 썼다. [지호영 기자]

    이승희 국어학자가 ‘연못의 물고기를 바라보는 오두막’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관어당’의 현판은 장욱진 화백이 직접 썼다. [지호영 기자]

    ‘장욱진 가옥’은 2008년 9월 17일
국가등록문화재 제404호로 지정됐다. [지호영 기자]

    ‘장욱진 가옥’은 2008년 9월 17일 국가등록문화재 제404호로 지정됐다. [지호영 기자]

    ‘장욱진의 발원-김강유·이광옥 기증전’은 12월 15일까지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지호영 기자]

    ‘장욱진의 발원-김강유·이광옥 기증전’은 12월 15일까지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지호영 기자]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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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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