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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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불안에 떨고 있나

불안장애 자가진단 & 극복 가이드|내 안의 괴물 ‘불안’을 날려라!

  • 김정범 계명의대 동산의료원 정신과 교수

    입력2006-12-04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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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불안에 떨고 있나

    복잡다단하고 불확실한 현대사회에서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간다. 등골을 오싹하게 한 북핵 사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여기에 간첩단으로 의심되는 일심회 사건까지 터져 국민의 72%가 현 안보상황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여론조사(BNF 리서치) 결과 나타났다.

    ‘이태백’ ‘사오정’ 등의 신조어마저 등장했을 만큼 일자리 얻기는 힘들고, 설령 직장에 다닌다고 해도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뿐인가. 매일같이 접하는 교통사고 소식, 잊어버릴 만하면 터지는 유해식품 사고, 강이나 하천 오염 등으로 우리는 생명과 건강, 안전 등을 위협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자주 바뀌는 대입제도 때문에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불안에 시달린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해도 졸업 후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니 마음 편히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는 처지도 못 된다. 근래엔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던 학교 폭력이 초등학교까지 내려가 부모들은 자녀를 학교 보내기조차 두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어쩌면 불안에 너무 익숙해져 자신이 불안한지 아닌지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무엇이 불안인가



    불안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감정 상태이며, 감정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불안은 우리가 좋지 않은 일이나 위협적인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할 때 생긴다. 위협적인 일이란 질병·사고·죽음 같은 신체적 위협과 창피, 거절, 조롱당할 가능성 같은 사회적 위협, 정신이상, 통제력 상실, 정신적 기능의 상실 같은 정신적 위협을 두루 포함한다. 이러한 위협은 그 정도가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위협을 적게 느끼는 경우이고, 생명을 잃을 수 있을 때는 위협을 크게 느끼는 경우다.

    불안은 또한 우리가 친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려 할 때 나타나는 반응 양상이기도 하다. 즉 위험이나 고통이 예견될 때,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경험한다.

    이 같은 정상적인 불안은 어린아이가 어머니와 처음으로 떨어져 학교에 입학할 때, 이성과 처음으로 데이트할 때, 나이가 들면서 차츰 젊음을 잃어갈 때, 중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등에 나타난다. 이런 불안을 통해 사람은 성장하고 변화하며,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신체·생각·행동의 삼중주

    불안 현상은 신체적 감각, 생각, 행동의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신체적 감각을 살펴보자. 사람의 몸은 감정에 예민하기 때문에 불안에 해당되는 반응을 하게 된다. 화가 나면 숨을 씩씩거리고 몸을 부르르 떠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하면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땀이 나고 몸이 후끈거린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더부룩하는 등의 신체적 반응도 동반된다. 이는 조용한 밤, 혼자 집을 볼 때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혹시 도둑이 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주뼛 서고 몸이 긴장되는 현상과 유사하므로, 불안에 따른 신체 반응이 어떤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불안에 떨고 있나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해지면 쓰러지거나 죽을 것 같고 미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극도의 불안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증상을 ‘공황발작’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불안과 혼동되는 것이 공포인데, 공포는 쏜살같이 달리는 차, 무서운 개 등 어떤 대상이 있을 때 일어나는 두려운 감정으로 그 신체적 반응은 불안의 경우와 비슷하다. 하지만 불안은 특정 대상이 없이 광범위하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공포와 구별된다.

    불안의 신체적 반응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의 기능이 항진되어 일어난다. 이런 반응을 통해 우리 신체는 외부의 위험에 대한 방어 준비를 하여 우리 자신을 보호한다.

    불안의 두 번째 요소는 생각의 변화다. 불안할 때는 앞날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병이 생기거나, 하는 일이 잘못되거나, 직장을 잃거나,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할지 모른다는 등의 생각이 들 수 있다.

    세 번째 불안 요소는 행동이다. 불안한 사람은 손을 만지작거리고 가만히 있질 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안절부절못한다. 또한 안전한 곳으로 피하려고 한다.

    위의 세 가지 요소, 즉 신체적 감각, 생각, 행동은 상호작용하여 서로에게 영향을 줌으로써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슴이 두근거릴 때(신체적 감각)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면(생각) 가슴이 더 두근거리고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서(신체적 감각), 처음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었는데 불안한 생각으로 인해 나중엔 안절부절못하게 된다(행동). 이러한 세 요소의 상호작용과 관련해,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그냥 ‘불안해하지 말라’고 위로하면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불안의 생각으로 접근하면(예컨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조언) 쉽게 수긍하고 생각을 바꾸어 편안해질 수 있다. 이렇듯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이 감정이나 느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 같은 이론에 근거해서 나온 치료법이 인지행동치료이며, 오늘날 불안장애 치료에 우수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안할 때 생기는 신체 증상/font>
    ·뇌 : 불면증, 어지럼증

    ·근육 긴장 : 두통, 가슴 압박감, 떨림, 목의 이물감

    ·심장 : 빨리 뛴다

    ·위 : 소화불량, 위염

    ·장 : 변비, 설사

    ·말초혈관 수축 : 손발이 차거나 저리다

    ·침샘 : 입이 마른다

    ·호홉 : 빨라진다


    우리는 왜 불안에 떨고 있나


    우리는 왜 불안에 떨고 있나
    불안장애로 죽지는 않는다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불안이란 내적인 갈등이 자아의 심리적 평형 상태를 위협하는 것에 대한 위험신호를 말한다. 따라서 자아가 갈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실존주의 철학은 불안을 개인의 가치체계에 대한 위협 또는 비존재에 대한 위험 때문에 초래된 인간 고유의 조건으로 규정짓고 있다.

    불안장애 환자의 공통점은 이들이 한결같이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호소한다는 점이다. 이들에겐 모든 불안이 죽음과 자기상실로 직결된다. 그러나 ‘죽음’이란 것은 허망한 상상이며, 그런 의미에서 그에 대한 불안은 비본질적인 것이다. 불안장애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불안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것은 생산적이고 추진력을 주는 힘이다. 불안은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것에 집중하게 하여 위험에 사전 대처하게 함으로써 그것을 예방하고 감소시키는 기능이 있다. 다시 말하면 적당한 불안은 사람을 활성화하고 곤란을 극복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므로 더욱 높은 수준으로 성숙하게 한다. 즉 개체의 적응과 생존, 성숙과 발전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불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년 간의 연구결과들은 어느 정도의 불안이 일이나 업무 수행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적당히 불안을 느낄 때 공부나 업무, 스포츠 경기 등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면접시험을 보는데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직장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불안해하여 집중이 되지 않고 말을 분명히 할 수 없다면 불안 정도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불안은 약간 불편한 정도에서부터 매우 심한 정도까지 그 차이가 크다.

    앞 쪽의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가 어려운 일을 할 때는 쉬운 일을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긴장을 적게 하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안과 불확실은 인생의 일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누구나 위협이나 위험, 예기치 못한 일이 닥쳤을 때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그 횟수가 너무 잦거나 정도가 심해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 같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거나, 주관적인 불안으로 고통을 크게 느낀다면 병적인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병적인 불안은 불안장애 질환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지만 우울증, 정신병, 인격장애, 기질적 신체질환이 있을 때도 나타난다.

    불안을 쉽게 느끼는 사람들의 인지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건이나 상황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위험하고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둘째, 그런 위협적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여긴다. 셋째, 어려움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등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적극적인 대처 방식을 활용하지 않는다.

    이 같은 경향을 고려해볼 때 불안을 덜 느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부딪히는 일들에 대해 어렵고 힘들다고만 생각지 말고 정말로 헤쳐나갈 수 없는 것인지 냉정히 평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고, 건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신앙생활 등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불안을 덜 느끼면서 살기 위한 또 한 가지 방법은 어떤 어려움이나 위험에 처해도 움츠리지 말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처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혼돈의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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