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을 하다가 뮤지컬 음악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오페라 감독이 꿈이었다. 뮤지컬은 오페라를 대중적으로 바꾼 형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할 수 있고,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뮤지컬의 매력이다. 똑같은 대본과 배우, 음악이라도 매번 분위기가 다르다. 작품의 2%는 관객이 만들어간다. 관객 반응이 좋으면 생기를 얻고, 우울하면 음악도 별로다.”
-뮤지컬에서 작곡과 음악감독의 역할은?
“우선 대본이 나오면 작가, 연출가와 협의하면서 멜로디를 만들고 편곡을 한 뒤 연주 MR 테이프를 만든다. 여기까지가 작곡가의 일이다. 그 후 공연이 오르기 두 달 전부터 음악감독의 일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배우들과 음악을 맞추는데, 외국 작품을 하게 될 경우 음악감독으로서 배우, 스태프에게 원 작곡가가 의도한 느낌이 배어나오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뮤지컬 음악 작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뮤지컬은 이야기가 중심이기 때문에 연기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그냥 좋은 멜로디를 쓰는 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캐릭터를 살리는 게 핵심이다.
한 예로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썩썩썩을놈 썩을놈 석봉이” 같은 부분은 ‘썩’에 악센트가 들어가게 조절했다. 아버지 역할은 음 역시 낮고 굵게 내야 했고, 늙은 어머니가 너무 고음을 내지 않도록 조절했다. 또 내 음악을 살리려고 욕심을 낼 수 없다. 배우와 연출 등 다른 상황에 맞춰 양보하는 게 필요하다.”
-‘형제는 용감했다’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번 작품에는 따로 내세우는 곡이 없다. 보통 극을 보고 나면 귀에 남는 음악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음악이 철저히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어떤 곡 하나 튀거나 죽지 않으면서 전체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뮤지컬 음악은 특히 연륜이 중요한 것 같다. 작품을 할수록 새로운 작품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 더불어 기회가 되면 뮤지컬처럼 재미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