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닌은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1985년 쇼팽 국제콩쿠르의 최연소 우승자(19세)로 세계무대에 데뷔했기 때문. 네 차례의 내한 공연에서도 쇼팽, 슈베르트, 슈만 등 19세기의 낭만파 작곡가 작품 위주로 국내 팬들을 만났다. 그러나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바이에른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선사할 예정이다. 부닌은 1990년대 이후 모차르트를 꾸준히 연주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9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 솔리스티 베네티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K.595를 협연해 갈채를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도시바 EMI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2번(K.414)과 13번(K.415)을 발매했다. 부닌의 연주는 종종 지나친 템포 루바토(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연주법)를 구사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부닌은 “음악의 해석과 표현에서 자유를 추구하려는 의지의 발로”라면서 틀에 갇힌 연주를 거부할 뿐이라고 말한다. 부닌의 모차르트 연주 역시 모차르트 특유의 심플하면서도 깨끗한 선율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부닌은 피아니스트의 혈통을 타고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테르와 에밀 길렐스를 길러낸 겐리히 네이가우스. 아버지는 쇼팽 전문 연주가이자 교육자였던 스타니슬라프 네이가우스이고, 어머니 루드밀라 부니나도 피아니스트였다. 모스크바 음악원에 서는 엘레나 리히테르를 사사했으니 가히 세계 피아니즘의 우성 DNA가 집결했다고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