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궁평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낙조.
화성 여정의 첫걸음은 제부도로 시작하는 게 무난하다. 하루 두 차례씩 바닷길이 열리는 제부도는 작지만 낭만이 가득한 섬이다. 갯벌 속에 묻힐 듯 말 듯 바다 한가운데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제부도 시멘트 길은 2.3km.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줄지어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는 차량행렬 또한 볼 만하다.
남서쪽 매바위 형상 탄성 저절로
제부도는 작은 섬답지 않게 볼거리가 많다. 섬으로 들어서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해안선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 길을 택하면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포구를 만날 수 있다.
제부도 남서쪽 끝에 우뚝 서 있는 매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하늘로 비상하려는 매나 먹이를 노리며 앉아 있는 매의 모습 등 여러 가지 형상을 연출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 밀물 때는 반쯤 잠겨 있지만, 썰물 때는 밑바닥까지 완전히 모습이 드러나 모래밭을 따라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섬을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나무 덱으로 만든 해안 산책로는 운치 만점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제부도를 돌아본 뒤 느지막한 오후엔 아름다운 ‘궁평 낙조’를 볼 수 있는 궁평항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손바닥만한 물고기들의 배를 갈라 바닷바람에 한가득 말리는 모습에서 어촌의 풍경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아담한 어촌마을인 궁평 포구는 어느 때 가도 고즈넉한 항구의 풍경을 엿볼 수 있지만 해 질 무렵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서해의 아늑한 바닷가를 굽어보고 있는 궁평리는 옛날 궁에서 관리하던 땅이 많아 ‘궁평’ 또는 ‘궁들’이라 불렸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정자 위 서해 낙조 풍광 일품
포구는 작지만 방파제 시설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멋이 풍겨난다. 두 줄기의 긴 방파제가 항구를 감싸듯 늘어서 있는데, 방파제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방파제 안쪽 널찍한 바다에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특히 정자가 있는 오른쪽 방파제는 산책을 하며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그 멋을 아는 연인들이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을 꼭 잡고 거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상을 연출하는 매바위.
궁평항 옆에 자리한 해안유원지에는 100년 묵은 해송 5000여 그루가 가득 들어차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모양새도 멋스럽지만 푸른 솔잎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운 솔향기가 상큼함을 더해준다.
인적이 드문 이 넓은 해송 숲에서 눈을 감고 잠시 서 있으면 소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파도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가 어우러진 화음이 들려온다. 도심에선 결코 접할 수 없는 자연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음미하다 보면 세상 시름도 바닷바람에 모두 쓸려간다.
☞ 제부도 & 궁평항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비봉 IC를 나와 우회전-남양(306번 도로)-마도-송산, 사강에서 309번 도로로 진입-궁전회관 앞 갈림길에서 우회전-5km가량 더 가면 제부도 바닷길 어귀. 제부도에서 돌아나와 서신삼거리에서 우회전-309번 도로를 따라 도로 끝까지 들어가면 궁평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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