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8

2006.01.10

‘당신이 그녀라면’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6-01-09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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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그녀라면’
    자매가 있다. 두 사람은 발 사이즈가 똑같다는 것을 제외하면 어디 한 군데 닮은 구석이 없다. 언니는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범생으로 똑똑하고 책임감도 강해 잘나가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동생은 남자와 관련된 일을 제외하면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백수 백치 미녀다.

    그러나 알고 보면, 언니는 옷장 안을 아찔한 스틸레토힐로 꽉 채워놓고, 직장 상사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 동생 또한 독특한 감수성과 센스를 갖고 있다.

    이렇게 대조적인 자매의 캐릭터가 불러일으킬 해프닝들을 상상하면 뻔한 로맨틱 코미디가 될 법하지만 ‘당신이 그녀라면’은 슬랩스틱류의 코미디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가장 복잡 미묘하고 처치 곤란한 사회가 된 ‘가족’의 내면을 파이껍질처럼 하나씩 들춰나가면서 관객들에게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In Her Shoes’로 동생 매기(카메론 디아즈)가 몰래 언니 로즈(‘뮤리엘의 웨딩’의 토니 콜레트)의 구두를 훔쳐 신는 에피소드를 의미하기도 하고, 관용구로서 ‘그녀의 입장에서’란 뜻도 된다.

    ‘당신이 그녀라면’은 동명의 2002년 출간 베스트셀러 소설(작가는 제니퍼 웨이너)을 영화화한 것으로 ‘에린 브로코비치’의 작가 수잔나 그랜트가 시나리오로 옮겼고, ‘L.A. 컨피덴셜’의 감독 커티스 핸슨이 연출했다. 작가는 이 소설이 “사랑하는 것에 따르는 위험 부담과 사랑하지 않는 것의 위험 부담, 즉 고립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가장 잘 알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가장 큰 상처를 받게 되며, 그 상처는 대개 누구는 똑똑하고 누구는 바보다, 누구는 내 딸일 뿐이고 내 아들이어야 한다는 ‘표찰 붙이기’ 때문에 생겨난다는 것이다.

    영화는 자매의 이해와 오랫동안 인연을 끊었던 할머니와 사위의 재회, 로맨스 그레이 등을 통해 ‘역시 사랑할 만하지 않느냐’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란 늘 한발 늦게 오는 법이다. 한편으로 “예쁜 옷은 어울리지 않고 맛있는 음식은 살만 찌게 하지만, 구두는 언제나 내 발에 잘 맞아”란 로즈의 대사는 애초부터 다른 사람의 구두를 신는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란 느낌을 갖게 한다. 오죽하면 ‘행복한 고독(well of loneliness)’의 추구가 현대인들의 은밀한 욕망으로 자리 잡았겠는가. 1월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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