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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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폭등으로 돈방석… 정작 州발전엔 장애물

  • 이명재/ 자유기고가 minho1627@kornet.net

    입력2003-10-02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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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값 폭등으로 돈방석… 정작  州발전엔 장애물
    또 하나의 ‘캘리포니안 드림’은 실현될 것인가. 게다가 이번엔 그 주인공이 터미네이터다.

    스크린에서 걸어 나와 정치판에 뛰어든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는 영화배우, 그것도 지성파 배우가 아닌 근육질 액션 스타의 유력 정치인으로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더욱이 그 무대가 캘리포니아주라는 점이 변신의 극적 효과를 더욱 증폭시킨다. 딱딱한 독일식 억양에서 짐작되듯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홀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출신이다. 그런 그가 사업가나 영화배우로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데 이어 권력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성공신화를 연출하는 데 있어 캘리포니아는 그 드라마틱한 효과를 더해주는 최적의 무대이자 배경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는 ‘황금의 주’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많은 미국인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몰려드는 곳이다.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에서 여주인공이 내내 흥얼거리던 ‘캘리포니아 드림’의 노랫말처럼 캘리포니아는 먼 이방의 젊은이들에게도 가슴 설레는 꿈을 꾸게 만드는 신천지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서부개척 시대 때 ‘매니페스트 데스티니(Manifest Destiny)’라는 말이 유행했다. ‘명백한 운명’ 혹은 ‘팽창의 천명’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이 말은 서부로의 이주와 영토 확장을 정당화하는 구호이자 이데올로기였다. ‘명백한 운명’이라는 여정의 끝이 바로 캘리포니아였다. 아메리칸 드림의 귀착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중반 불어닥친 골드러시는 그 꿈의 실현이었다.

    땅값 폭등으로 돈방석… 정작  州발전엔 장애물
    사실상 이때가 진정으로 캘리포니아 역사가 시작된 시점이다. 우리 귀에 익숙한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이라는 미국 민요가 있다. 이 노래는 바로 이때 금광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몰려온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가사에는 ‘동굴과 계곡에서 금맥을 찾던 한 포티나이너에게 클레멘타인이라는 딸이 있었지…’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포티나이너(forty-niner)는 무슨 뜻인가. 바로 본격적으로 골드러시를 이루기 시작한 1849년에 서부로 몰려든 이들이 바로 ‘포티나이너’들이다. 국내엔 ‘황야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존 포드의 고전 서부영화의 원제도 바로 이 민요 제목이었다(현재 샌프란시스코를 연고로 하는 프로 미식축구팀 이름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성장은 다른 어느 주보다 눈부셨다. 주 인구 수는 1970년부터 미국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급증하고 있다. 슈워제네거가 부자가 된 것도 캘리포니아로의 인구 유입 덕분이다. 그는 사실 영화배우가 되기 전에 이미 백만장자였는데, 캘리포니아의 주택가격 상승을 활용해 부동산업으로 큰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동산 값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 등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부동산 값이 크게 뛰는 곳이다. 그래서 돈 되는 사업 중의 하나가 부동산업이다. 할리우드 뒤편에 세워진 ‘Hollywood’라는 입간판도 원래는 부동산 회사의 광고판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부자가 된 슈워제네거는 할리우드에서 배우로서의 명성도 얻었으니 그에게 캘리포니아는 황금의 땅인 셈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이제 과거 자신을 황금의 땅으로 만들었던 바로 그 이유들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인구 증가에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물 사정이 예전 같지 않자 물이 풍부한 북부와 갈수지역인 남부 주민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슈워제네거는 부동산 값 폭등으로 부를 일궜지만 높은 땅값은 주 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영화사들이 할리우드를 떠나 해외로 촬영 무대를 옮기는 것도 할리우드에서의 높은 비용 부담 때문이다.

    ‘스타워즈’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들어졌고 ‘매트릭스’와 ‘엑스맨’ 속편 등 상당수의 대작이 할리우드를 떠나 해외에서 제작되고 있다. 슈워제네거의 ‘터미네이터3’도 캐나다에서 만들어졌다.

    만약 터미네이터가 주지사가 된다면, 그에겐 영화와 달리 완력으로 안 되는 힘겨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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