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래스카의 카츠뷰란 마을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40대 중반의 로즈리타. 그녀는 20대에 자유를 찾아 동독을 탈출하다 오빠의 밀고로 남편을 잃었다. 그 상처로 로즈리타는 수십년간 폐쇄적이고 신경질적이며 독선적인 삶을 산다. 그런 로즈리타를 카츠뷰(케이디 랭 분)란 에스키모 혼혈 남장여인이 찾아온다.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카츠뷰는 로즈리타에게 자신의 뿌리를 묻는다. 광산의 파이프공인 카츠뷰는 겉모습만 봐선 영락없는 20대 청년이다. 어릴 적 버려져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카츠뷰는 부모를 찾기 위해 로즈리타의 도움을 받으려 하나 그녀는 카츠뷰를 질 나쁜 남자로 생각해 경계한다.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전해주기 위해 로즈리타의 집을 방문한 카츠뷰. 로즈리타는 어색함을 모면하기 위해 딸기를 대접하겠다며 딸기잼 병으로 가득 찬 방으로 들어간다. 남편을 잃은 뒤 2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병마다 일일이 제조일자를 쓰고 목록을 만들면서 수집한 딸기. 이렇게 그녀가 딸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남편을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이기 때문. 그날 로즈리타는 순전히 딸기 때문에 그토록 경계하던 카츠뷰에게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아픈 추억을 털어놓게 되고, 카츠뷰는 로즈리타가 준 너무 오래된 딸기잼을 먹고 취해 잠이 들어버린다. 이들은 그날 이후 무척 가까워져 때론 우정으로, 때론 사랑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데 음식만큼 적절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혹독한 알래스카의 추위 속에서도 출생과 고향에 대한 아픔이 응어리진 두 여인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진다.